my home town my home town 마이 홈 타운 |
얼마전 어느날 밤 모니터에「NHK에 오다 카즈마사(小田和正) 나와요!」라는 메신저 창이 하나 떴습니다.
그래서 TV를 켜서 NHK BS채널을 맞춰보니, 그에 대한 다큐멘타리를 방영하고 있었는데,
아쉽게도 시작한지 한참 지난 듯 싶더군요.「にんげんドキュメント : 小田和正 58歳を歌う」
인간 도큐멘트 : 오다 카즈마사, 58세를 노래하다 .. (아니, 그의 나이가 벌써, 그렇게나 되었던가!)
프로그램이 끝나갈 무렵, 메신저 창에는 이런 말이 뿌려졌습니다.「오다상의 목소리가 무척 부럽다.」 | 
NHK にんげん ドキュメント |
그 다음날 런치 타임에 만난 ○○先生도 전날밤 그 프로그램을 봤는지, 그 오다 카즈마사 다큐멘타리 이야기를 했고
이야기 끝에「나이 든 모습의 오다 카즈마사는 신중현을 연상하게 한다」고 덧붙였는데, 짧은 머리의 나이 든 모습, 정말 그랬습니다. |
지난해 11월 후쿠오카에 갔을 때 그의 DVD를 깜박하고 사오지 않았던 것이 후회스럽습니다. 가격이 부담스러운 것도 아니었는데.
오다 카즈마사 DVD 小田和正 カウントダウン·ライブ ちょっと寒いけどみんなで(오다 카즈마사 카운트다운 라이브 조금 춥다해도 모두). |
오랜만에 그의 음성을 오디오로 '제대로' 듣고 싶어서, 그의 CD 이것 저것 뒤적거리다가 십여년 전의 앨범을 하나 꺼냈습니다.
그의 최신 앨범도 있지만 그것은 슬그머니 밀쳐두고 예전의 앨범인 My Home Town을 오디오에 로딩시켰습니다.
마지막 트랙에 이르렀을 때 그 트랙 만을 repeat시켜놓게 되었고 그렇게 몇 차례 계속해서 듣게 되자 .. 이 글을 쓰게 됩니다. |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이 사회가 누대에 걸쳐 한곳에 살아오기도 하는 농경사회가 아닌지는 이미 제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이고,
호모 노마드(Homo Nomad)라는 인간에 대한 새로운 정의도 (그것이 '공간적인 이동'만을 가리키는 표현은 아니지만)
그다지 낯설지 않은 요즘인데다가, KTX로 세시간도 채 걸리지 않아 서울∼부산을 오갈 수 있다고 해도
그래도 지금까지 오랫동안 살고있던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는 것은 그리 쉽사리 이루어지는 일이 아닐 것입니다. |
 | 지금 제가 살고있는 이 도시를, 바다에 둘러싸인 이 도시를 떠나기로 마음먹은 것은 약 일년전 쯤입니다.
보통의 경우 직장 문제나 가정경제의 사정으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 일반적일테지만
애증이 함께 했던 이 도시를 제가 떠나기로 결정한 것에는 '감정의 문제'도 크게 작용했었습니다.
비록 주위의 지인들에게 그렇게 말하지 못했지만. 아니, 말할 필요도 없었지만.. |
그런데 떠나기로 마음먹은 이후 어느날부터인가.. 이 도시 여기저기를 다니는 동안 감상에 빠지는 시간이 생겨나기 시작하더군요.
이 도시 이곳 저곳의 풍경들 속에서, 그렇게 마음먹기 이전에는 그저 무심코 지나치던 풍경들이.. 저를 그렇게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あの頃 ここは僕らの 特別な場所だった 그 즈음 여기는 우리의 특별한 장소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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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김해(金海) 천문대를 다녀오면서 밤길을 달려 낙동대교를 건너던 때.. 이 코스로 다시 밤길을 달리는 날이 다시 올까.. 싶었고
이기대(二妓臺)에서 찬바람 맞던 어느 날 오후에는.. 이곳의 시간들을 같이 했던 사람들이 무척 그리울 것라고 생각들었습니다.
해운대 버스 종점의 떡볶이 가게.. 이곳에서의 군것질은 혹시 오늘이 마지막인가 하는 생각에 괜히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습니다.
최근 새롭게 드나들면서 이제 막 저의 단골 가게가 되려던 칼국수집도, 이 도시를 떠나기 전까지 몇번 정도나 더 갈 수 있을런지.
僕らの好きだった あの店も もう無い 우리들이 좋아했던 그 가게도 이제 없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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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력소 멤버'들과 출력소에서의 별말 없이도 느긋하고 즐거운 시간들이 이제 막 시작되었는데,
시내 커피숍에서 그들과의 난상토론이나 바닷가에서의 말없는 산책도 이제 고작 손가락에 꼽을 정도인데,
이 도시의 '스핏츠(スピッツ) 팬클럽 멤버'들과 담소화락에 흠벙덤벙하며 즐거워했었는데..
앞으로는 굳이 짬을 내어「나, 내려가니 한번 모이자!」라고 하지 않는다면,
이전처럼「뭐해?」로 시작하는 전화통화 만으로는 쉽사리 그런 시간, 그런 자리를 만들기가 쉽지 않겠지요.
ここで夢を見てた この道を通った 여기서 꿈을 꾸고있었지 이 길을 다녔어 |
「기상하셨습니까?」로 시작해 런치타임까지 이어지던, ○○先生과의 문자 '채팅'도 더이상 없을 것이며
그와 주고받던 '똥(!) 이야기' 문자메세지 릴레이로 낄낄거릴 일도 앞으로는 드물게 되겠지요.
그러고 보니 가끔 생수 한병, 김밥 몇줄과 과일 몇개를 들고 이 도시 주변의 산을 반나절 코스로 오르던,
그 '김밥특공대' 멤버들과의 산행도 이미 오래 전의 일이 되어버렸군요. | 
さよなら‥、釜山‥。 |

小田和正
My Home Town
1993-10-27
track 10
my home town

小田和正
自己ベスト
2002-04-24
track 10
my home town

小田和正
カウントダウン·ライブ
ちょっと寒いけどみんなで
2003-11-26
track 31
my home town | my home town
· performed by 小田和正
ここで夢を見てた この道を通った
できたばかりの根岸線で 君に出会った
まだ人の少ない 朝の駅のホ―ムで
待ち合わせた短い時 次の電車が来るまで
my home town my home town
海に囲まれて ここで生まれた
僕らの好きだった あの店も もう無い
あの頃の横浜は遠く 面かげ残すだけ
my home town my home town
どんなに変っても 僕の生まれた街
どんなに変っていても
あの頃 ここは僕らの 特別な場所だった
今でもここに来れば 丘の上 僕らがそこにいる
my home town my home town
海に囲まれて ここで生まれた
(僕らは) my home town my home town
どんなに離れていても またいつか来るから
guitars : Keiichi Hidaka
bass : Chiaki Yoshiike
percussions : Luis Conte
sax : Mitsuhiro Sonoyama
cymbal : Tatsuya Funakoshi
synth. programming : Hideki Mochizuki
background vocal : Rose Stone
background vocal : Alfie Silas
background vocal : Mervyn Warren
background vocal : Rodney Saulsberry
background vocal : Yasuhiro Abe
background vocal : Chikuzen Sato |
| my home town
· performed by 오다 카즈마사
여기서 꿈을 꾸고있었지 이 길을 다녔어
생긴지 얼마 안 된 네기시센(根岸線)에서 너를 만났지
아직 사람 적은 아침 역의 플랫폼에서
만나기로 하고 기다렸던 짧은 시간 다음 전철이 올 때까지
my home town my home town
바다에 둘러싸여 여기서 태어났어
우리들이 좋아했던 그 가게도 이제 없어
그 무렵의 요코하마(横浜)는 멀리 자취 남길 뿐
my home town my home town
아무리 바뀌어도 내가 태어난 거리
아무리 변해가도
그 즈음 여기는 우리의 특별한 장소였지
지금도 여기에 오면 언덕 위 우리가 거기에 있어
my home town my home town
바다에 둘러싸여 여기서 태어났어
(우리들은) my home town my home town
아무리 떨어져있어도 또 언젠가 올테니까
根岸線(ねぎしせん)
네기시센. JR 히가시니혼(東日本)의 철도노선 중 하나.
요코하마∼오후나(大船) 간의 22.1킬로미터 구간.
요코하마 시가지, 매입공업지구 및
요코다이(洋光台)와 코난다이(港南台)의 주택가를 지남.
横浜(よこはま)
요코하마. 토쿄(東京)만에 인접한 항구 도시.
카나가와(神奈川)현의 현청 소재지이기도 한 국제무역항.
面(おも)かげ
(기억 속에 떠오르는 예전의) 모습. 자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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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과 2월의 어느 즈음까지 이 도시에 대한 애증의 감정을 나름대로 정리하고, 2월 중순 쯤 또는 하순에나 이 도시를 떠난다..
.. 그리고 3월부터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겠다, 비록 그것이 제 또래의 일반적인 삶은 아닐지라도 그동안과는 다르게 살아보겠다」 |
원래의 생각은 그러했는데, 갑작스런 건강 상의 문제가 발생하는 바람에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렸습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책꽂이 적당한 구석에 그 책을 꽂아두듯, 나름대로 이 도시에 대한 애증의 감정을 정리하고 싶었는데..
海に囲まれて ここで生まれた 바다에 둘러싸여 여기서 태어났어 | 그 누구도 저에게 이 도시를 떠나라고 내몰아내는 것도 아닌데도 저는 마치 쫓기는 사람처럼 허둥대며 이 도시를 떠나야 합니다. |
그렇게 도망치듯 떠나야 하니, 방안 여기저기에 널부러져 어질러져 있는 수많은 것들의 정리는 엄두를 내지못하고 있습니다.
책은 (지난해 그다지 많이 사지않았고 서울을 오갈 때 집에 갖다두기도 했기에) 사전, 참고서 등이 대부분이니까 상자 하나면 되겠지만,
탁자, 방바닥, 오디오 위, 심지어 (계산 후 반납하지 못하고 깜박 들고와버린) E-MART 장바구니에까지 흩어져있는 CD와 DVD는?
하지만 그런 것들도 차라리 괜찮습니다. 파손만 되지 않으면 나중에 언제라도 ABC순으로 정리만 하면 다들 제자리를 찾을테니까요.
탁자, 방바닥, 책상 여기저기 널부러져있는 여러가지 메모들, 계산서, 포스트잇. 무질서하지만 나름대로 '순서'가 있는 것들인데..
이것들을 미리 '질서있게 정리'를 해두지 않고 마구잡이로 짐을 싸버리면 '나름대로의 순서'가 엉켜버릴 것이 뻔하니 난감합니다. |
하지만 그런 것들도.. 그래요, 엉킬테면 엉켜버리라죠.
그것들이 정리되지 않았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니까, '스위치' 내리고 되는대로 짐을 싸버리는 거죠.
감정 처리 조차도 되지 않는 마당에, 그깟 각종 '숫자 따위'의 속(俗)스러운 것들이 뭐 그리 중요하고 대단하겠습니까? |
 | 냉장고에 남아있던 마지막 커피 팩, 조금 전에 꺼내어 개봉했습니다. 내려 마시는 '첫' 커피의 향과 맛, 무척 좋습니다.
아.. 스타벅스에서의 타조 차이 티 라테와 베이글, 그것도 괜찮은 아침식사라는 것을 알게된 것이 최근인데,
다른 곳에도 스타벅스는 있다해도 아침식사를 할 만큼 가까운 거리의 스타벅스는 '장산역점' 뿐인데, 여기도 이제 안녕.
아무 것도 건드리고 싶지 않군요. 냉장고에 남아있던 커피 팩 한봉지에서도 이렇게 아스라한 감정이 생겨나 버리니까요.
.. 정리는 단념하고, 이삿짐센터에 전화해서 '자고 일어났을 때의 평소 모습 그대로' 맡기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
주체하기 힘든.. 이 도시에 대한 애증의 감정. ― 젠장맞을.
どんなに離れていても またいつか来るから 아무리 떨어져있어도 또 언젠가 올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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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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