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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을 한 알 드시고 후지산을 보십시오 薬を一錠飲んで 富士山を見てください
  靑春生き残りゲーム Seishun Ikinokori Game 청춘 살아남기 게임

정리되지 않은 채 책꽂이에 되는대로 마구 꽂혀있는 책들을 쳐다볼 때면
늘상 '저 책들을 언제 정리한담?' 하면서도 정작 정리는 하지 않고
이 책 저 책 꺼내서 뒤적거리면서 각각의 책에 담긴 추억에 빠져듭니다.

일정 분량의 사회과학 서적들을 마치 의무라도 되는 양 읽어야 했던 시절,
그 때의 이른바 '필독 의식화 도서목록' 전부보다도 감동이 더 컸던 책.
적어도 내게는 그랬던, 에두아르도 갈레아노(Eduardo Galeano)의 책.
지금은 절판된, 노랑색 겉표지의 한길사 간행 제3세계 문고 중의 하나,
사랑과 전쟁의 낮과 밤(Dias y noches de amor y de guerra).

사람을 변화시켜줄 수 있는 것은 선동적인 구호나 섬뜩한 칼날이 아니라
도리어 한 권의 책이 더 그렇다는 느낌을 제게 강렬하게 안겨주었던 책.
Take One and See Mt. Fujiyama 01
1.
아주 더운 여름날이었다. 책도 재미도 없고 따분하기만 했다.

그렇게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어떻게 그다지도 아름답게 묘사할 수 있는 것인지.
그런 '문체'를 구사하는 능력이 무척 부러웠던, 사랑과 전쟁의 낮과 밤.

지난해 이맘 때 이사하기 직전 수백권의 책들을 밖으로 '내보냈을' 때,
'내보내기' 전에 찢어내어 따로 두었던, 책 뒷표지 안쪽에 끄적거린 메모들.
책꽂이 어느 구석에서 봉투에 담겨져 꽂혀있는 메모 뭉치.
그 메모의 내용 그리고 당시의 필체에서도 추억을 더듬게 됩니다.

그 대부분이 독후감이긴 하지만, 개인적인 감정의 토로같은 것도 보입니다.
「누구나 그랬겠지만, 나에게도 꿈은 있었다.」
「그저께 밤. 어머니께서 눈물을 흘리셨다.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날짜는 적혀있지만, 그 시절 그 날, 왜 그런 글을 남겼는지 알 길 없고
그런 메모가 도대체 어떤 책을 읽고난 다음인지도 이제는 알 수가 없습니다.

긍정적이고 밝은 분위기의, 이런 메모도 보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들 중의 하나. 붙임성.」
「우리들의 불가피한 사랑 속에 내재하는 행복의 이미지.」

아주 아주 오래 전「사랑하는, 나의, 오랜 친구」와의 '문답 메모'도 있었는데
지금은 당시의 상황이 전혀 생각나지 않지만
그런 '문답'을 메모로 주고받았다는 사실이 그저 재미있었습니다. ^^;;

① 왜 이렇게 늦었는가?
― ○○씨가 국수 먹고 가라고 간절한 권했고, 오다가 ○○와 ○○를 만났음.
② ○○의 부름에 왜 감히 떨떠름하다는 식으로 밖에 의사표현을 못했는가?
― 알 수 없는 여자의 목소리라서 그랬던 것 뿐, ○○인 줄 몰랐음.
③ 두개의 질문에 대해 정확한 해명을 못할 경우에 올지도 모르는 불행한 사태에 대해 너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아는가?
― 책임은 모두 ○○씨와 ○○에게 있음.
④ 성토한다. ○○○.
― 성토의 대상이 본인이라는 점에 대하여 억울함을 금할 길이 없음.

어떤 날인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지만 궁금해지는 '옛' 이름의 그들.
거꾸로 꽂혀있던 책이 보여서 바로 꽂아두고 메모를 한장 두장 찢어버립니다.
Take One and See Mt. Fujiyama 02
2.
누군가가 문틈으로 봉투를 밀어넣었다.


Take One and See Mt. Fujiyama 03
3.
봉투 위에는 뭔가 이상한 말이 씌여져 있었다.


Take One and See Mt. Fujiyama 04
4.
봉투 안에는 초록색 알약이 들어 있었다.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약 한 알을 삼켰다.

그리운 날
최하림

포플러 나무들이 거꾸로 서 있는
강으로 가, 저문 햇빛 받으며
우리 강 볼까, 강 보며 웃을까
이렇게 연민들이 사무치게 번쩍이는 날은

시 한편과「시집 살 것」이라고 써둔 메모도 있지만 시집은 결국 사지 않은 듯. :)
Take One and See Mt. Fujiyama 05
5.
그는 마치 바람이 새나가는 풍선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고, 순간적으로 그의 키는 엄지 손가락 여섯 개 정도로 줄어들었다.

열화당에서 간행되었던 사진문고 10권을 모두 구입했던 적이 있습니다.
책 뒤에 인쇄된 가격을 보니 2,500원, 그러니까 열 권 모두 사는데 25,000원.
얼마 되지 않는 돈 같지만, 지금의 열화당 사진문고가 한 권에 12,000원이니
요즘 기준으로 보자면 십여만원의 도서 구입을 한방에 지른 셈였지요.

그 10권의 사진문고 씨리즈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보이지 않아
책꽂이 여기 저기 살펴보니, 그 책만 혼자 따로 굴러다니고 있었습니다.

열화당 사진문고 9「듀안 마이클」1986년 5월 20일 초판 발행. 2,500원.
Take One and See Mt. Fujiyama 06
6.
문이 삐걱거리며 열리더니, 그가 이제껏 본 어떤 여자보다 큰 여인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Duane Michals
국내에서는 절판된 사진집 듀안 마이클의 프랑스어판 표지
Take One and See Mt. Fujiyama 07
7.
가까이 올수록 그 여자는 더욱 커졌다. 이내 그녀는 그의 위에 와서 섰다.

그런데 이 사진집은 1999년 저작권 문제로 절판되었기 때문에
국내출판사의 판본으로는 이제 쉽게 구할 수 없는 책이 되었습니다.

우연한 만남」,「사후 영혼의 여행」,「사물의 기이함」그리고「장갑」등,
듀안 마이클(Duane Michals)의 대표작이 수록된 이 사진집에는
15장의 사진으로 이루어진 연속사진(sequence photo) 작품인
약을 한 알 드시고 후지산을 보십시오」도 수록되어 있는데요.

오른쪽의 사진 15장이 바로 그것입니다.
Take One and See Mt. Fujiyama 08
8.
그녀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 같았다. 그는 그녀의 키에 넋이 빠져 버렸다.

약을 한 알 드시고 후지산을 보십시오
Take One and See Mt. Fujiyama
Prends-en une et vois le Fujiyama

사진 각각의 번호 아래에 있는 설명은 듀안 마이클의 자필 설명(caption)입니다.
(국내 번역본에는 작가의 핸드라이팅으로 프랑스어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혹시 듀안 마이클의 사진을 좋아하시나요?
그렇지 않으면 그의 사진을 이번에 처음 접하시나요?
Take One and See Mt. Fujiyama 09
9.
그러나 그녀가 자기 위로 앉으려 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순간 그의 흥분은 두려움으로 변했다.

엄청나게 큰 엉덩이가 그의 위로 덮쳐 내리는 사이에
그는 도망치려고 허둥댔지만 도무지 기력이 나질 않았다.
그의 연약한 다리는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저는 사진에 대해서 그리고 사진가에 대해서 문외한이긴 합니다만
그의 사진집을 접한 이후부터는 누군가와 사진에 대하여 이야기 나눌 때면
저는「듀안 마이클의 사진을 좋아합니다」라고 말하게 되었습니다.

누구의 사진을 좋아하시나요?
Take One and See Mt. Fujiyama 10
10.
엄청나게 큰 엉덩이가 그의 위로 덮쳐 내리는 사이에 그는 도망치려고 허둥댔지만 도무지 기력이 나질 않았다.
그의 연약한 다리는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그는 흥분에 휩싸였다. 어마어마한 음부는 점점 더 가까이 덮쳐 내려왔다.
따분함. 알약. 변신(?). 그녀의 등장. 넋이 빠짐. 흥분. 그러나 곧바로 두려움.
도망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무기력. 그리고 다시 흥분에 휩싸임.
어마어마한 음부는 점점 더 가까이 덮쳐 내려왔다.

차라리 싸구려 포르노 사진이었다면 그냥 지나쳐 버렸을텐데.
'핀트(focus)가 맞지 않군' 하고는 쉽게 지나쳐 버렸을텐데.
그는 흥분에 휩싸였다. 어마어마한 음부는 점점 더 가까이 덮쳐 내려왔다.
Take One and See Mt. Fujiyama 11
11.
그는 흥분에 휩싸였다. 어마어마한 음부는 점점 더 가까이 덮쳐 내려왔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가도 잊혀지지 않는 느낌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 느낌은 떠올릴 때 마다 가슴이 아려오는 아련한 것일 수도 있으며
기회만 된다면 또 한번 느끼고 싶은 행복한 감정이기도 하지만
한편 그 느낌은 떠올리기 조차 싫은 아픈 기억일 수도 있지요.
남에게는 비록 말할 수 없고 스스로에게 조차도 은근히 부끄러운,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은밀한 느낌의 기억도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가도 잊혀지지 않는 느낌을 다시 떠올려 주는 것은
사람일 수도 있고 풍경일 수도 있고 혹은 어떤 풍경 속의 사람이기도 하고
주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물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열화당 사진문고 9「듀안 마이클
제게는 이 책도 '잊혀지지 않는 느낌'을 떠올려주는 사물 중의 하나입니다.

꿈 '따위'는 포기하고 길바닥을 내달리겠다고만 다짐하던 그 시절.
포기해서 멀어져 간 것들을 문득 돌아보게 만들던 듀안 마이클의 사진들.
그 씁쓸한 느낌.「나를 덮쳐! 나도 어둠 속에서 후지산을 보고 싶어.」

놀랍게도 그는 어둠 속에서 눈덮인 후지산의 정상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驚くべきことに、暗闇の中に、雪に覆われた富士山の頂上が見え始めた。
Take One and See Mt. Fujiyama 12
12.
그녀가 그의 위로 걸터앉았다!


Take One and See Mt. Fujiyama 13
13.
놀랍게도 그는 어둠 속에서 눈덮인 후지산의 정상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제 저녁식사는 예전에 자주 들리던 칼국수집에서 했습니다.
수년 만에 들린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오셨네요' 하더군요.

함께 자리를 한 '출력소 멤버'들과는 자주 그랬던 것처럼,
스타벅스에 들려 저녁식사보다 더 비싼 티 타임도 가졌습니다.

그 자리에서 친구는 '이룬 것'과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저는 '이루고 싶었던 것' 그 자체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못한 채
꿈 '따위'는 포기하고 길바닥을 내달리겠다고만 다짐하던 그 시절,
포기해서 멀어져 간 것들을 문득 돌아보며 씁쓸해 하던 느낌,
그런 나날들의 풍경에 대해서만 언급한 듯 싶습니다.

저를 흥분에 휩싸이게 하고 저를 향해 덮쳐오는 '어마어마한 음부'는,
둘러봐도 제 곁에는, 이제 더이상 보이지 않습니다.

저는 아직도 아니 뒤늦게 이제서야 제대로..
'어둠 속에서 눈덮인 후지산의 정상'을 보고 싶은데 말입니다.
.
.
.
.
「늦어서 미안. 나를 덮쳐! 늦었지만 나도 눈덮인 후지산의 정상을 보고 싶어.」
Take One and See Mt. Fujiyama 14
14.

Take One and See Mt. Fujiyama 15
15.

「덧붙임 2006/02/12 pm1058 : 듀안 마이클장갑(Le gant)」'관심이 있다면' 보기 CLICK

99ep
99ep
스핏츠(スピッツ)靑春生き残りゲーム(Seishun Ikinokori Game, 청춘 살아남기 게임).

EP로 이름붙여져 1999년 1월 1일자로 발매된 99ep는 공식적으로 폐반된 것으로 압니다.
이번 글의 BGM인 靑春生き残りゲーム을 포함, 이 EP에 수록된 세 곡은 모두 그대로 또는 NEW MIX되어
2004년 3월 17일 발매의 b-sides album인 色色衣(Iroiro Goromo, 이어붙여 기운 옷)에 재수록됩니다.

지금 이 글의 BGM은 NEW MIX된 靑春生き残りゲーム가 아니라
이제는 중고음반으로 밖에는 구입이 되지 않는 99ep 수록 버전입니다.

青春の意味など知らぬ ネズミのように
청춘의 의미 따위 모르는 쥐처럼
靑春生き残りゲーム 노랫말 살펴보기

정리되지 않은 책꽂이 앞에서 절판된 몇 권의 책들과 뜯어낸 메모 뭉치들을 정리하면서 두서없이 떠오른 상념들은
잊혀지지 않는 느낌을 떠올리게 만들고, 그 느낌은 오래 전에 포기해서 멀어져 간 '꿈'을, 며칠에 걸쳐서 돌아보게 합니다.

'꿈'이라거나 '청춘의 의미 따위 모르는 쥐처럼(青春の意味など知らぬ ネズミのように)' 살면서
오랫동안 '살아남기(生き残り)'에만 급급하며 달려오기만 하다 보니..
'꿈'이든 '청춘의 의미(青春の意味)'든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조차도 이제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질 않는데도.

靑春生き残りゲーム 노랫말(우리말 번역)의 출처는 (c) spitzHAUS 입니다.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2006/02/11 13:35 | 스핏츠/ALBUM | trackback (0) | reply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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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2/11 16:05 comment | edit/delete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액션가면ケイ 2006/02/12 19:58 edit/delete
도움말 또는 격려의 말을 건네는데 '새파랗든 희끗희끗이든' 그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도리어 최근 자주 먹먹~한 제가 ○○님까지 먹먹하게 만들어드린 것 같아서 미안할 따름이지요.

"몇번이나 패배하면서도 자존심을 버리지 않기" .. 정말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대신에 딴 것을 버려야 할 때는 더욱.

듀안 마이클의「약을 한 알 드시고 후지산을 보십시오」를 보시고 ○○님이 받은 느낌.
사람마다 느낌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님과 같은 느낌, 그 비슷한 뭔가를 느낀 분도 많을 겁니다. 저도 비슷했었던 듯.

"무언가 나를 덮쳐버릴 압도적인 것이 없는 것은 시대 탓이 아닌가 생각하다가 너무 비겁한 것 같아"
아아.. ○○님의 댓글을 읽고 이 대목에서 낯이 확! 달아 올랐습니다.
시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은근히) 탓을 돌리고 싶어하는 저는, 비겁한 것이 틀림없으니까요.

someone -  2006/02/12 19:39 comment | edit/delete
듀안 마이클, 제가 아는 그의 작품은 1973년 작품인 'Things Are Queer' 하나뿐입니다.
한 남자의 다리가 나오는 어느 화장실의 사진에서부터 시작하여 장면이 점점 zoom out 되면서 결국 그 화장실에 걸려있던 액자로 다시 돌아오는, 꽤나 유명한 사진 말입니다.
의식의 기괴함이 기발하게 표현된 작품이라 무척이나 인상 깊었던 기억이 납니다.
Take One and See Mt. Fujiyama 이 작품을 보고나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듀안 마이클의 다른 작품도 이런 초현실적 성향이 근저에 깔린 것들이 많더군요.

그의 다른 작품들처럼 이 작품 역시 초현실적인 것으로 일탈, 두려움, 욕망 등이 특유의 유머감각과 함께 뒤섞여 있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하루 24시간 중 24시간 전체가 작품에 대한 강박에 가까운 열정으로 채워진 사람 같습니다. 무의식의 시간에서조차 창의적 불씨를 품고 있어야만 이러한 소재를 하나의 작품으로 엮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약을 한 알 드시고 후지산을 보십시오.’라는 이 15컷의 사진을 끝까지 보고나서 맨 처음 들었던 생각은, “휴화산이라 다행이군.”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 엉뚱한 생각 이후로는, 연금술사의 텍스트에서처럼 “현실로 끌어낼 방법이 없는 꿈속의 여인”을 우리 눈앞에 가차 없이 끌어냈다는 것에 대한 어떤 통쾌함 같은 것이었습니다. 마치 “나에겐 그것을 현실로 끌어낼 재간이 있다!” 라고 반박하듯이 말입니다.
귀로 들을 수 없고, 손으로 만질 수 없고,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에 대한 인간의 욕구는 강렬한 것 같습니다.

‘예언자’에서 알무스타파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생각으로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을 그대는 말로써 알고 싶어 한다.
그대는 그대 꿈의 알몸을 손가락으로 만지고 싶어 한다.”

성인聖人이 아닌 이상 우리는 흔히 이런 세속적인 욕구를 갖게 됩니다.
그리고 꿈이 그저 환상으로 끝나지 않고 현실에 반영되기를 꿈꾸게 됩니다.
그러한 점에서 이 작품은 ‘꿈의 알몸’에 대한 세속적이고 보편적인 욕구를 충족시켰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꿈속의 여인은 마네의 올랭피아와 같이 몽환적으로 다가오지만, 그것은 곧 시프(Sif)에 대한 경외감, 우리가 현실에서 짓밟혀야 하는 두려움으로 환승합니다. 그러나 두려움은 이내 통속적인 욕망으로 치환되고, 그 상징인 눈 덮인 후지산의 정상으로 귀결됩니다. 어쩌면 욕망은 두려움을 극복할 만큼 그토록 강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진실을 찍는다는 것은 아무것도 찍지 않는 것이다.” 라는 듀안 마이클의 말처럼, 현실에 존재하는 진실은 전체의 관념과 관습, 개인의 욕망과 감정에 따라 어떤 식으로든 왜곡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드러나지 않는 진실, 자신을 기준으로 한 왜곡된 진실, 현실에서의 부조리한 진실, 우리의 일상은 이렇듯 욕망으로부터 괴리된 불합리한 어둠의 진실에 휩싸여 있습니다. 때문에 그 끝없는 어둠으로부터 잠들지 않는 우리의 욕망은 불면증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런 불합리로부터 일탈하려는 욕구가 우연히 배달된 알약을 망설임 없이 먹게 만들고, 눈 덮인 후지산의 정상을 꿈꾸게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액션가면ケイ 2006/02/12 20:22 edit/delete
「사물의 기이함」이라는 제목의 작품이군요. 저는 이「약을 한 알 드시고..」에 가장 큰 감탄사를 내뱉었습니다.
「장갑(Le Gant)」이라는 작품도 기회나면 한번 감상해보시길. 성적 코드가 강하지만 그것 이상의 뭔가가 있습니다.

그래요. 일탈, 두려움, 욕망. 아주 오랫동안 제가 그런 것들 언저리에서 헤매고 다닌 것 같습니다.
그러기에 그런 것을 잘 표현한 듀안 마이클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군요.
.
.
someone님의 댓글을 읽다가, 펼쳐본 인터넷 백과사전에서 : 시프(Sif)

북유럽신화에 나오는 거인족의 여신.
토르의 아내로서 스루즈·모지·마그니를 낳았다.
그녀는 아름다운 금발의 여신으로 알려져 스칼드의 시에서는 황금을 시프의 머리카락으로 표현하고 있다.
앵글로색슨족 신화의 시브(Sib)와 같은 신으로도 생각된다.

사신(邪神) 로키가 그녀의 황금 모발을 시샘하여 그녀가 잠자고 있는 동안에 몰래 잘라서 토르 신의 노여움을 샀는데,
이렇게 되자 소인족(小人族)에게 부탁하여 대신 정교한 금발을 만들게 하였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
.
someone님의 댓글을 읽다가, 엉뚱하게도 어제 아침엔가 봤던 후지산에 대한 최근 기사가 문득 생각났습니다.
http://www.fnnews.com/html/fnview/2006/0210/092065104713141100.html

'청춘의 의미'를 다시 깨닫게 해줄 '초록색 알약'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이제 기억도 잘 나지 않는 '꿈'이 어떤 것이었는지, 정말 '눈덮인 후지산의 정상'과 비슷한지, 알고 싶습니다만.. 늦었겠죠?

         
액션가면ケイ 2006/02/12 23:03 edit/delete
듀안 마이클의 또다른 연속사진(sequence photo) 작품「장갑(Legant)」을 덧붙였습니다. '즐감'하시기 바랍니다.

샤르르 -  2006/02/12 23:49 comment | edit/delete
사진에 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지만 몇 년 전 호크니(david hockney)식의 사진 연출법 이라든지, 또는 그런 식으로 사진을 독특하게 찍거나 배열하는 것(포토 콜라주)에 재미를 느낀 이후 그나마 관심을 좀 갖게된 것 같습니다. 이제 그는 제가 매우 좋아하는 사진작가이자 화가이기도 하고요.

언젠가 보았던 앗제(Eugene Atget)의 사진들도 느낌이 참 좋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잔상이 꽤 오래 남았는데 그런 느낌을 뭐라고 표현해야 좋을지 모르겠지만 앗제의 작품들에서 느껴지는 그런 느낌들 너무 좋아하거든요. 뭔가 아련하고, 고독하고, 고즈넉한....

뤼미에르 갤러리의 요셉 슐츠 '현실 그리고 가상' 전을 보러 가려고 생각했었는데 지난 5일에 이미 전시가 끝났더라고요. 저는 꼭 뭔가 보러 가려고 생각하고 마음 먹었으면 바로 실행에 옮겨야지 그렇지 않으면 잘 잊게 되는것 같아요. 전시 기간이 짧으면 잠시 다른 것에 신경쓰거나 미뤄둔 사이 놓쳐버리기 일쑤고, 전시 기간이 길면 마음 놓고 여유부리고 있다가 나중엔 완전히 까맣게 잊어버리게 되고...
슐츠의 작품을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대충 훑어보니 그의 사진전을 놓친 것이 더욱 후회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 느낌의 생기있고(채도가 높고) 컬러풀한 _그러면서 전혀 가볍거나 들뜬 느낌이 들지 않는_색채감각은 언제나 산뜻하고 멋지게 다가와요. 이와는 조금 다른 느낌의 컬러풀함을 예상하지만 이제 곧 개봉 예정인 태국 영화 '시티즌 독(Citizen Dog)'도 그런 화려한 색감과 미장센을 자랑하는 영화인 것 같더라고요.

듀안 마이클이라는 사진작가는 처음 들어보는 것 같아서 검색해보니 연속사진을 찍는 작가로 유명한, 여하튼 꽤 잘 알려진 사람이더군요. '연속사진'이라는 말을 들었을때 제 머릿속에 연상되었던 것은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이라든지, 영화제작에 관한것들.
그의 사진들을 대략 초당 1,2프레임(? 또는 그보다 느리게) 정도의 아주 느린 속도로 설정해 놓고 조금은 무기력하고 나른한 주인공 목소리를 입혀서.. 뭔가 그런 식으로 영화를 하나 만들어도 재미있지 않을까, mono의 life in mono같은 음악을 배경으로 깔아도 잘 어울릴 것 같고(그렇게 하면 주인공 나레이션은 생략하고 그냥 자막으로), 그런데 캡션의 느낌은 어딘지 알베르 까뮈를 연상하게 하고, 사진의 느낌은 에릭 로메르의 영화를 연상시키는 느낌도 드는군.. 뭐 그런 생각도 잠시 했습니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느낌...
제게 있어 과거의 그 어떤 기억을 떠올리는데 아주 중요하고 결정적인 매개가 되는 것은 보통 두 가집니다. 과거의 그날과 같았던, 또는 그 비슷한 느낌을 주는 빛의 감도나 계절에 따른 바람의 냄새같은 '계절적인 요소'와, 과거의 사람과 같이 들었던 그 '음악'들.
그래서 저는 제 의지와는 별 상관없이 거의 무의식적으로 계속해서 과거의 기억속에 머물러 살고, 과거 지향의, 과거의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어렸을때 문방구 앞에서 팔던 향기나는 수첩은 손가락으로 표면을 문지르면 그 향기가 더욱 진하게 퍼져나가고 그랬는데 나중에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 잔향은 여전히 남아서 없어지지 않았어요. 비록 아주 은은하게 남아있긴 해도 말이죠.. 제 기억은 그 향기나는 수첩보다 더욱더 또렷할거라 믿었는데 요즘은 점점 확신하기 어려워지고 있어요. 마음이 저려옵니다... 죄의식같은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액션가면ケイ 2006/02/13 00:25 edit/delete
계절에서 비롯되는 것들은 해마다 반복될테니.. 샤르르님의 지난날의 기억은 해마다 '그 계절이면' 떠오르기 쉽겠군요.
너무 과격하게 말씀드리는 것인지 몰라도,「지나간 것은 그걸로 그만」이기 일쑤입니다.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가 될 것이 뻔하지만,
미안함과 안타까움의 그 대상, 그 대상에게는 지난날이 이미 '관심 밖'일지도 모릅니다. 지난날의 관계들이란 게 말입니다.
미안해 하지 않아도 될지 모릅니다. 안타까워할 필요도 아마 없을지 몰라요.

샤르르님의 이야기와는 다른 이야기지만, 어느 분께서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제게 이렇게 제시한 적이 있습니다.
"아니면 수학 문제를 풀든지." ← 이 말에 저는 상당히 위안을 받았습니다.

형이상학적인 문제는? 형이하학적으로 풀어라 또는 허리하학(?)적으로 풀어라, 라는 농담같지만 심오한(?) 답도 있지요.
'나름대로의 해결책으로서 수학문제 풀기'를 제시했던 그 분의 어드바이스도 같은 맥락이라 생각합니다.

엉뚱한 소리 :
건강상태가 나빠진 이후, 병원에 입원해서부터 하루 세끼를 꼬박꼬박 먹는 생활에다가 담배까지 끊어버리니..
순식간에 몸무게가 불어났습니다. 3KG 넘게 살이 쪄서 '불편'합니다. (정말 한 순간에 찌는군요. 푸헐~)
그리고 이것저것 안정이 되고나면 '요가'를 시작해볼까, 나름대로 진지하게 생각 중입니다.
친구에게 3개월에 15만원 하는 곳에 등록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대충.. 그 정도 가격대인가요? (그 정도라면 저렴!)

         
샤르르 2006/02/13 15:20 edit/delete
사실 제가 그런 면에서는 남들에 비해 과격함이라든지 과감함이 부족한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

담배를 끊고도 잘 버텨주고 계시군요. 결코 쉬운일이 아닐텐데... 대단하세요. 네, 계속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요가든 뭐든 가벼운 운동은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그런 계획을 세우신다는 것 자체가 제게는 참 놀랍고, 역시! 하는 생각을 하게합니다. 저는 워낙에 운동이라든지 움직임이 많은 활동과는 담을 쌓고 살다시피해서요 ^^;
3개월에 15만원하는 곳이 정말 있답니까? 정말 저렴한것 같은데요!

         
액션가면ケイ 2006/02/13 15:59 edit/delete
편의점에서 '쑥나라'라고.. 담배같이 생겼지만 담배가 아닌 제품을 판매했었는데, 그거라도.. 싶었는데, 안보이더라구요.
솔직히 저 스스로도 놀라고 있습니다. "나한테 이렇게 독한 자제력이 있었던가?"
뭔지 모를 것에 뒷통수 한방 심하게 맞았는지.. '제6뇌신경마비'가 되고나니.. 실은 자제력이 아니라 '무서워서'겠지요.

'요가' .. 계획을 세운다,라고 하니 이거 민망하군요. 그런 수준 결코 아닙니다.
제가 자주 놀러가는 '출력소'가 가다보면 육교를 하나 지나치는데, (최근에 이사를 가서 더이상은 그길로 다니지 않지만)
그 육교 건너가면서 자연스레 시선이 가는 방향에 "요가/헬스" 뭐 그런 현수막광고가 걸려있습니다. '광고만' 익숙해졌죠.
어제 마침 '요가' 이야기를 들었는데, 문득 그 현수막광고가 떠오르고.. 3개월 15만원이란 저렴한 가격도 맘에 들고..
그러다보니 스스로 "어느 정도 안정이 되고나면"이라는 단서를 붙이고 '한번 가볼까?'리고 생각을 해보는 겁니다.
그러니까 '계획을 세운다' 정도의 치밀하고 꼼꼼한 생각은 전혀 아닌 것이지요.

어느 정도 안정이 되고나면, 떠올렸던 것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1) 기공, 2) 국선도, 3) 요가.
'기공'이 제일 먼저 관심이 갔으나.. 뭔가 '도사스럽고' 무협지가 연상되는 일종의 편견이 슬그머니 생각을 접게 만든 듯.
'국선도'는 친구가 그걸 하고있지만(이젠 그만 뒀나?) '국(國)'이란 글자가 들어가는 것이 영 맘에 내키질 않아서 접고.
그러던 중에 '요가' 이야기가 나오는 바람에 그래 그게 좋겠다, 한 것일 뿐, 또 나중에 생각이 바뀔지도 모릅니다.
어쨌거나.. 육체적 건강, 아주 중요합니다. 육체적으로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샤르르님은 물론 여기 오시는 모든 분들.

 -  2006/02/13 22:35 comment | edit/del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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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가면ケイ 2006/02/14 01:07 edit/delete
그럴 의도는 전혀 아니었는데 ○○님의 심사를 불편하게 만들었군요.
허어.. 앞서 또다른 ○○님의 마음도 먹먹하게 만들어서 죄송스러웠는데..

사실, ○○님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척 많은데 ―.―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 (오늘은 그냥 넘어가야겠어요.)

딴 소리 : 최근 들어 비공개 댓글이 자주 올라오는군요. 제 탓일까요? 아니면.. 그저 별일 아닌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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