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혼마는 산책하기 싫어하는 개처럼 내 뒤를 따라 걸었다. 별을 올려다보며 '아, 또 이러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혼마가 인사불성이 되어 잠이 들면 좋으련만. 그렇게 되면 섹스를 하지 않아도 될텐데, 라고 생각했다. 왜 혼마에게만 이런 마음이 드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누구하고나 해버린다. 좋고 싫고는 별로 상관없다. 외로워서 그러는 게 아니다. 망설이지 않는다. 서로의 거리를 재면서 힘들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보다 그냥 자버리는 편이 자연스럽고 편하다. 술을 마시고 적당히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할래?'라고 한마디 물으면 거절하는 남자는 여간해서는 없다. 하지만 해버리면 그걸로 끝이다. 그래서 내 주변에서는 남자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감춘다. 그건 빵을 굽는 것만큼 단순한 일이다. 이유도 명목도 없다. 납작한 토스트는 먹어치우면 정말로 아무 것도 남지 않으니까.
∼ 이토야마 아키코(絲山秋子)의 소설 잇츠 온리 토크(イッツ・オンリー・トーク) 中에서. |
イッツ・オンリー・トーク |
얼마 전 김천∼여주 구간의 45번 중부내륙고속도로에 있는 어느 휴게소에 들렸더니, 뜬금없이 그런 곳에서 도서 할인 판매.
3,000원 '균일가'로 파는 책들 중에 소설책 한 권을 골랐다. 책 뒷면을 보니 정가는 9,500원에 2006년 4월 15일 초판 1쇄 발행.
그것이 이토야마 아키코의 소설집 잇츠 온리 토크. 수록 작품은 중편소설 두 편. 잇츠 온리 토크 그리고 일곱 번째 장애물(第七障害).
한줄 요약 : 괜찮기는 한데, 뭐랄까‥, 가볍다. (요즘 서점에 쏟아져 나오는 일본소설의 특징 중 하나?)
ⅱ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그거, 원래 제목이 뭔지 혹시 알아?」
「그‥, 무슨 실화, 일본 여자 말이지? 잠시만. 인터넷으로 찾아봐 줄게. 그런데 그건 갑자기 왜?」
「으응, 여기 교보문고에 와 있는데, 그거 일본책으로 사려구. 그거 읽어 봤어?」
「아니. 그런 종류는 취향이 아니라서. 찾았다! 오오히라 미츠요(大平光代)의 だから、あなたも生きぬいて. 우리말 제목이랑 똑같네.」
전화를 끊고는 잠시 후 문자메세지를 보냈다.「그걸 일본어로 읽는 거야? 부럽다 ^^」(그런 능력이 내겐 없으니까, 정말 부럽다.)
ⅲ
Casino Royale |
Munich |
The Departed |
Babel |
Me and You and
Everyone We Know |
자리를 깔고 누울 만큼 아픈 건 아니지만 감기 기운이 있어 조심하다보니 요즈음 집에서 쉬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렇게 컨디션이 좋지 못할 때는 아무래도 책 읽는 것 보다는 DVD를 본다거나 하는 것이 편하다.
그래서 그런가? 몸살 기운으로 상태가 좋지 못하면서도 영화는 5편이나 봤다. 거의 매일 한 편은 본 셈이다.
새로운 '제임스 본드'로 Daniel Craig가 출연한, Martin Campbell 감독의
007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
007 영화는 그것 자체가 하나의 장르로 여겨질 정도였는데, 이번 007 카지노 로얄에서는 그런 느낌이 없다. 그건 그렇고, 재미있다.
그러니까 이전의 '본드'가 가진 이미지를 좋아했든 싫어했든,「이거, 007 맞아?」할 정도로 달라졌다는 거다. 그리고 재미있고.
Steven Spielberg 감독의 영화라고 하길래 '기본 이상의 무엇'은 있을 거라고 기대하며 본 뮌헨(Munich).
인상적인 장면. 주인공 스스로도 테러의 위협을 느껴 침대 매트를 뜯어보고 전화기를 분해하는 장면.
그런 장면을 분명히 다른 영화에서 본 적이 있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지금 머릿속에서 그 장면이 그려지기까지 하는데.
게다가, 엔드 크레딧에서 Daniel Craig 이름이 나오는 걸 보고는,「어? 언제 나왔지?」싶었다.
하루 전날 봤던 영화가 007 카지노 로얄이었는데, 스스로 기가 찰 노릇. 이거‥, 왜 이렇지?
사람마다 틀리겠지만, 나는 Martin Scorsese가 리메이크한 디파티드(The Departed)보다 원작 영화 무간도(無間道)가 낫다.
지켜야 하는데도 흔들리고 스스로도 알 수 없어지는 정체성을 서로 다른 모습으로 보여주는 두 인물을 극명하게 묘사했던 무간도에 비해,
디파티드에서는 그런 것은 찾을 길 없고 오직 Jack Nicholson만 남는다. Martin Scorsese가 그것에 촛점을 맞추었다면 할 말 없고.
Brad Pitt는 앞서의 디파티드를 제작하기도 했는데, 그가 주연한 바벨(Babel)을 연이어 봤다.
감동 먹었다. 그래서 영화를 다보고 뒤져보니 감독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Alejandro Gonzalez Inarritu).
아아.. 몇 년전에 감동먹었던 영화 21그램(21 Grams)의 감독. 역시. 바벨, 가슴이 먹먹해진 영화.
Miranda July 라는 낯선 이름의 감독이 만든 영화, 미 앤 유 앤 에브리원(Me And You And Everyone We Know).
그녀는 이 영화에서 비디오 아티스트라는 캐릭터로 연기를 하기도 하는데, 언젠가 훗날 대단한 감독이 될 수도 있을 듯.
혹시 Steve Buscemi가 출연했던 영화, 판타스틱 소녀 백서(Ghost World)같은 영화가 좋았다는 사람이 있다면, 강추.
아, Jim Jarmusch의 브로큰 플라워(Broken Flowers)같은 영화가 취향인 사람이라면 그런 경우에도 역시, 강추.
ⅳ
声
その声が届かない
場所まで僕は 来てしまった
君の手が届かない
場所まで僕は 来てしまった
誰も来る事のない
場所から僕は 願っている
華やいだ あの季節のような
場所から僕は 願っている
大声で 大声で 汗は もう
冷えてしまった 汗は もう
あの日 あの場所で
起こったことは 夢じゃない
君と手をつないでいたことも
夢じゃない 夢じゃない
夢じゃない 夢じゃない
夢なんかじゃない | 목소리
그 목소리가 닿지 않는
곳까지 나는 와 버렸어
너의 손이 닿지 않는
곳까지 나는 와 버렸어
아무도 오는 일이 없는
곳에서 나는 바라고 있어
화려해진 그 계절과 같은
곳에서 나는 바라고 있어
큰 목소리로 큰 목소리로 땀은 벌써
식어 버렸어 땀은 벌써
그 날 그 곳에서
일어난 것은 꿈이 아니잖아
너와 손을 잡고 있던 것도
꿈이 아니잖아 꿈이 아니야
꿈이 아니잖아 꿈이 아니야
꿈같은 게 아니잖아 |
LOST IN TIME
1st DVD 秒針
2005-03-09
初回生産限定特典
シングルCD付き
UKLB-043CD
track 01
声(新録ヴァージョン) |
ⅴ
私は振り返らずに車に戻る。エンジンをかける。今日もクリムゾンだ。ロバート・フリップがつべこべとギターを弾き、イッツ・オンリー・トーク、全てはムダ話だとエイドリアン・ブリューが歌う。
나는 뒤돌아보지 않고 차로 돌아왔다. 시동을 건다. 오늘도 크림슨이다. 로버트 프립이 기타를 튕기고 잇츠 온리 토크, 모든 것이 잡담이라고, 에이드리언 벨루가 노래한다. |
앞서 얘기한 이토야마 아키코의 소설 잇츠 온리 토크는 이렇게 끝이 난다.
지금부터 4시간 후, 나도 시동을 걸 것이다. 잇츠 온리 토크의 그녀는 King Crimson이었지만 나는 LOST IN TIME의 声(Koe, 목소리)다.
그 날 그 곳에서 너와 손을 잡고 있던 것은 꿈이 아니지 않냐고, 카이호쿠 다이스케(海北大輔)가 노래한다.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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