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제가 구독하고 있는 '종이' 신문은 중앙 일간지 둘 그리고 경제지 하나 이렇게 모두 세 부가 되기 때문에
헤드라인을 중심으로 대충 본다 해도 신문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었을 때는 자칫 아침 나절이 다 지나간 뒤가 되기 일쑤입니다.
게다가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서도 포털 싸이트 메인 페이지에 간추려져 있는 몇몇 뉴스도 서넛 정도는 결국 클릭하게 되니..
드러내놓고 가타부타 말을 안한다 뿐이지, 이런 저런 세상사에 무심한 듯 지내기가 저로서는 애시당초 글러먹은 일입니다.
그런 세상사 중에서 짜증나는 정치 이야기나 우울해지는 경제 이야기는 제쳐두고 대중문화 기사를 떠올려 보자면,
아침 나절 화장실에서 펼쳐든 신문에서 그리고 포털 싸이트로 중계되는 뉴스를 통해 제가 접한 것들 중에는 이런 것들이 있더군요.
● 2007년 2월 12일자 조선일보에 게재된 박진영의 칼럼 <내가 애국자라고?> 바로가기
● 2007년 2월 13일자 마이데일리의 기사 <신해철 "동방신기 노래는 좋은데..."> 바로가기
예나 지금이나 박진영의 음악은 저의 취향과는 맞지 않아서 아쉽게도 그의 음반은 제게 한 장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 칼럼을 통한 그의 발언에는 100% 동의하게 되더군요. (저와는 다른 의견을 가진 분들도 많겠지만.)
꼭 한국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하면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다만 난 ‘우리나라 문화 알리기’보다는 ‘이웃나라와 친해지기’에 더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사실 저는 아이돌 취향의 보이 밴드의 음악에는 소극적으로 조차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 편견을 가지고 있긴 합니다만
(그것이 '노란' 풍선이든 '빨간' 풍선이든) 저도 다섯손가락의 오리지날보다 동방신기의 리메이크 버전이 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도 동방신기 자체보다는 풍선의 편곡 쪽에 무게 중심을 둔 호감이니까‥, 제 편견은 아직까지는 어쩔 수 없는 것인 듯 싶네요.)
어쨌든 동방신기가 우리 대중음악 씬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할 때, 신해철의 발언에는 저도 공감하는 바가 상당합니다.
오로지 소녀들을 위한 비주얼 ‥ 나도 너희 노래가 좋고 너네 팬이 될 준비가 됐는데 이렇게 다 내쳐야겠느냐는 생각을 했다. |
ⅱ
雪の華
のびた人陰を 舗道にならべ
夕闇のなかをキミと歩いてる
手をつないでいつまでもずっと
そばにいれたなら泣けちゃうくらい
風が冷たくなって
冬の匂いがした
そろそろこの街に
キミと近付ける季節がくる
今年、最初の雪の華を
2人寄り添って
眺めているこの瞬間に
シアワセがあふれだす
甘えとか弱さじゃない
ただ、キミを愛してる
心からそう思った
キミがいると どんなことでも
乗りきれるような気持ちになってる
こんな日々がいつまでもきっと
続いてくことを祈っているよ
風が窓を揺らした
夜は揺り起こして
どんな悲しいことも
ボクが笑顔へと変えてあげる
舞い落ちてきた雪の華が
窓の外ずっと
降りやむことを知らずに
ボクらの街を染める
誰かのためになにかを
したいと思えるのが
愛ということを知った
もし、キミを失ったとしたなら
星になってキミを照らすだろう
笑顔も涙に濡れてる夜も
いつもいつでもそばにいるよ
今年、最初の雪の華を
2人寄り添って
眺めているこの瞬間に
シアワセがあふれだす
甘えとか弱さじゃない
ただ、キミとずっと
このまま一緒にいたい
素直にそう思える
この街に降り積もってく
真っ白な雪の華
2人の胸にそっと想い出を描くよ
これからもキミとずっと… | 눈의 꽃
길어진 그림자를 길에 드리운 채
땅거미가 진 어둠 속을 너와 걷고 있어
손을 잡고 언제까지라도 계속
옆에 있을 수 있다니 눈물이 날 것만 같아
바람이 차가워지며
겨울 냄새가 났어
슬슬 이 거리에
너와 가까워진 계절이 오네
올해 첫 눈꽃을
둘이 가까이 붙어서
바라보고 있는 이 순간
행복이 넘쳐나네
어리광이나 약한 게 아냐
오직 너를 사랑해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어
그대가 있으면 어떤 일이라도
헤쳐 나갈 수 있을 듯한 기분이 들어
이런 날들이 언제까지라도 반드시
계속되기를 기도하고 있어
바람이 창문을 흔들었어
밤을 흔들어 깨우고
아무리 슬픈 일이라도
내가 미소로 바꿔줄 거야
흩날리며 내려온 눈꽃이
창 밖에 계속
쌓이는 걸 모른 채
우리의 거리를 물들인다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게
사랑이란 것도 알았어
만약 너를 잃게 된다면
밤하늘 별이 되어 너를 비출 거야
웃는 얼굴도 눈물에 젖은 밤에도
언제나 언제까지라도 옆에 있을게
올해 첫 눈꽃을
둘이 가까이 붙어서
바라보고 있는 이 순간
행복이 넘쳐나네
이리광이나 약한 게 아냐
그저 너와 줄곧
이대로 함께 있고 싶다고
솔직히 그렇게 느껴져
이 거리에 쌓여가는
새하얀 눈꽃
두 사람의 가슴에 살며시 추억을 그린다
앞으로도 너와 계속.. |
徳永英明
VOCALIST 2
2006-08-30
UMCK1212
Kitty Mercury
雪の華 01
いい日旅立ち 02
あの日にかえりたい 03
未来予想図Ⅱ 04
かもめはかもめ 05
セカンド・ラブ 06
シングル・アゲイン 07
あなた 08
恋人よ 09
なごり雪 10
M 11
瞳はダイアモンド 12
For You… 13 |
미안하다 사랑한다 | 2004년 겨울 KBS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삽입곡이었던, 박효신의 눈의 꽃으로 잘 알려진 곡인데
원곡은 나카시마 미카(中島美嘉)가 부른, 같은 제목의 노래 雪の華(Yuki no Hana, 눈의 꽃)입니다.
취향에 따라서 어떤 사람은 '역시 나카시마 미카의 오리지날이 제일이야!'라고 할 것이고
한편 박효신의 독특한 음색이 자아내는 분위기로 듣는 눈의 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텐데요.
나카시마 미카의 원곡과 박효신의 번안곡 중에 어느 곡이 더 좋은가요? 또는, 자신의 취향에 맞나요?
제 취향으로는 박효신은 음색이 조금 부담스럽고 나카시마 미카는 뭐랄까, '깊이'를 느끼기 힘듭니다. |
제가 이 노래 雪の華를 처음 들었을 때는 그것이 나카시마 미카의 오리지날이었고 그 이후 박효신의 것도 접했지만,
둘 다 어딘가 길을 걷다가 또는 카페에서 들려오는 것으로 스치듯 들었을 뿐 굳이 찾아서 들을 만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니까 일본의 원곡이든 우리네 번안곡이든 굳이 음반을 구입할 만큼은 아니었다는 것이지요. 적어도 제게는.
이 곡이 괜찮게 들리기 시작한 것은, 토쿠나가 히데아키(徳永英明)가 리메이크한 버전의 雪の華를 듣고나서부터입니다.
VOCALIST |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 9월에 이승기가 여성 뮤지션의 노래만 리메이크한 앨범을 발매한 적이 있지요.
일본의 경우에도 그런 앨범은 발매된 적이 있는데 이를테면 토쿠나가 히데아키의 앨범이 그렇습니다.
그는 2005년 9월에 원곡의 보컬이 여성이었던 노래만 리메이크한 커버 앨범 VOCALIST를 발매했는데
Dreams Come True의 명곡 Love Love Love를 비롯한 13곡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앨범은 그 해 일본골든디스크대상「기획 앨범 오브 더 이어」를 수상하는 등 호평을 받게 되고
이후 2006년 8월 토쿠나가 히데아키는 같은 형식의 커버 앨범 VOCALIST 2도 발매합니다. |
VOCALIST 2의 수록곡을 보면 10대, 20대가 좋아할 나카시마 미카의 雪の華를 첫번째 트랙으로 하여,
30대와 40대의 추억을 건드릴 이츠와 마유미(五輪真弓)의 恋人よ(Koibitoyo, 연인이여), (이 곡도 우리나라에 번안된 적이 있지요)
우리나라 같으면 최진희나 김수희 스타일의 성인 가요 분위기인 타카하시 마리코(高橋真梨子)의 For You… 등,
원곡부터 그 분위기가 다양한 곡들을 선곡한 커버 앨범인데
피아노와 기타의 어쿠스틱 사운드를 중심으로 한 사카모토 마사유키(坂本昌之)의 유려한 편곡을 통해서,
원곡 못지않는 恋人よ를, 또는 새로운 해석의 For You…를, 또는 원곡을 넘어서는 雪の華를 들려줍니다.
('원곡을 넘어선다'는 것은 순전히 제 개인적 판단에 불과하니 나카시마 미카의 팬들께서는 괘념치 마시기를.)
즉, 이 앨범은 앞서의 VOCALIST와 함께 둘다 남녀노소 누구든지 좋아하게끔 기획된 리메이크 앨범인 것이지요.
그런 기획 의도가 맞아 떨어졌는지 오리콘 차트에 VOCALIST는 5위, VOCALIST 2는 3위까지 올랐다고 합니다.
ⅲ
'종이' 신문의 기사든 인터넷의 뉴스든 읽다보면 고개를 끄덕일 만큼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반면에 '왜들 그러지?'하는 생각에 짜증이 밀려오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이런 경우가 더 많은 듯 해요.)
예를 들자면, 정부가 '한(韓)스타일 종합 육성 계획'같은 것을 마련했다는 기사같은 것입니다.
● 2007년 2월 16일자 중앙일보의 기사 <`한스타일`로 한류 잇는다> 바로가기 |
HAN STYLE
KOREA THE SENSE |
대중음악, TV드라마 등은 물론 비보이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대중문화가 '한류'라는 이름으로 다른 나라로 뻗어나가는 걸 보고는,
정부가 나서서 (그것도 10개 정부부처가 함께) 한식, 한복, 한옥 등 전통문화 컨텐트로 신(新)한류를 육성한다는 것이 골자인데
정부의 그러한 의도, 당초의 전략, 기획의 긍정적인 측면 등이 이해될 듯 하면서도, 그 진행과 결과에는 고개가 갸웃거려질 듯 싶어서요.
'한복 홍보대사 선정'이라는 전시행정의 표본같은 것이 주요 계획 중 하나인 걸 보면 짜증이 곧바로 올라옵니다.
'문화'가 잘 성숙될 수 있도록 잘못된 법령을 고치고 인프라 구축에 힘쓰는 등 정부는 그저 조용히 뒤에서 도와주면 되는 것이지,
브랜드인지 로고인지 몰라도 한스타일이라는 것까지 만들어가면서 정부가 앞장서서 나대는 행태를 보면 짜증이 납니다.
6대 고유 문화 열몇개 분야에 또 각각 무슨 위원회니 뭐니 만들고 거기 월급 주고 어쩌구 하다보면,
5년간 2700억원의 예산 중에서 해당 컨텐트 육성에 실제적으로 투입되는 돈이 과연 얼마나 될까‥, 고개를 가로 젓게 되구요.
그동안 스스로 자리를 마련해나간 '대중문화'에 슬그머니 '전통문화'를 업혀서 '쉽게' 가려는 정부의 편의적 태도에도 짜증나고
'휴대전화 벨소리 등에 필요한 국악음악 개발'과 같은 구체적인 계획을 '굳이' 정부가 해대니‥, 전통문화의 모양새도 서글픕니다
잠깐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곱씹어보는 박진영의 칼럼.
다른 나라에서 한류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몰라도 우리가 우리 대중문화에 꼭 한류라는 말로 태극마크를 붙일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그것을 우리나라의 자랑, 우리 민족의 자긍심 고취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일까? |
ⅳ
며칠 전 백화점에 잠시 들렸다가 '신학기 중고교 학생복 대전' 이라는 행사 광고 입간판을 보게 되었는데요.
스마트는 동방신기, 엘리트는 SS501 그리고 아이비클럽은 슈퍼주니어를 광고 모델로 삼았더군요.
문득 앞서의 그 기사, 동방신기와 관련된 마이데일리의 그 기사가 떠올랐습니다.
단순히 1980년대 추억의 노래를 리메이크한다고 팬 층의 확장이 자연스레 이뤄지지는 않는다.
노래를 제외한 다른 콘셉트는 철저하게 10대 팬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
그리고 제가 동방신기 각 멤버의 얼굴과 이름을 바르게 연결짓지 못한다는 것도 깨달았으며
SS501은, 그동안 김형준의 얼굴에 엉뚱하게 김현중의 이름을 떠올려왔다는 것도 뒤늦게 알았습니다.
이들에 대한 저의 관심이 이 정도 밖에 되질 않았으니 뭐‥, 슈퍼주니어야 더 말할 것도 없겠지요. |
동방신기 스마트
SS501 엘리트 |
아무튼‥ 박진영의 칼럼, 동방신기에 대한 기사를 접하면서 마주하게 된 한류, 민족, 리메이크 등의 단어들은
대중문화 생산자가 겨냥하는 소비계층, 그리고 그 소비계층의 확산 등 경제학적 측면에서의 대중문화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게 하고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념들은 박진영이나 동방신기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토쿠나가 히데아키의 雪の華 커버를 듣게 만드네요.
ⅴ
● 徳永英明의 또다른 노래가 있는 myspitz story .. 바로가기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