マトリックス・トリロジーThe Matrix Trilogy 매트릭스 삼부작 |
오래 전 Francis Ford Coppola 감독의 대부 3(Mario Puzo's The Godfather Part III)이 개봉되었을 때
그 전편인 대부(Mario Puzo's The Godfather), 대부 2(Mario Puzo's The Godfather Part II)를
연대기 순으로 재편집하여 A, B, C, D로 나눈 네 권짜리 비디오 타이틀 대부가 출시된 적이 있었습니다.
대부 3의 개봉이 그 전편인 대부와 대부 2 이후 이십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시점에서 이루어졌던 것이어서
3편 개봉 시점의 관객들 중에서 오래 전에 1편과 2편을 봤던 사람들에게는 새롭게 전편들을 상기시켜주고
전편들을 보지 못했던 사람들에게는 3편의 감상에 도움말을 제공해주는 비디오이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영화관에서 개봉했었던 대부와 대부 2는 그것 만으로 이미 두 편 모두 각각 명작 반열에 들어섰고
서로 연관된 내용이라해도 각각 다른 영화를 그런 식의 재편집하는 것은 원작을 훼손하는 것이기도 해서,
그렇게 '쉽게 가는' 판본이 굳이 출시되는 이유는 애들이라도 짐작할 만큼 뻔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
The Matrix |
The Matrix Reloaded | 1, 2편을 묶어서 연대기 순으로 재편집했기 때문에 원래의 편집에서 비롯된 템포와 사건의 긴박감,
그리고 감정의 고조 같은 것이 느슨해지거나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것이긴 했는데, 그런데‥,
'대부'라는 것이 하나의 장르로 여겨질 만큼 1편은 물론 속편 격인 2편도 명작이어서 그런지
시간 순서로 재편집되어 TV드라마같았다 할지라도 다시 한번 감동을 받을 만한 '새로운' 판본이었습니다.
헌데 대부 A부터 대부 D까지를 한 번에 다 보려면 무려 여섯 시간이 넘게 걸리는 '큰 일'이라서
아무런 약속이 잡혀있지 않는 어느 주말의 토요일을 골라서, 그러니까 '날을 잡아서' 봐야 했습니다.
그렇게 정말 밤이 새도록 보고난 다음 동틀 무렵의 창밖 풍경을 내다보는 느낌이란. ^^
그렇게 날을 잡아서 '시리즈' 영화를 다시 한번 연이어서 보는 그런 경험을, 최근에 또 했더랬습니다. |
매트릭스(The Matrix), 매트릭스 - 리로디드(The Matrix Reloaded) 그리고 매트릭스 - 레볼루션(The Matrix Revolutions).
오래 전 영화관에서 봤을 때도 그랬지만 최근 DVD로 다시 보고나서도 그런 느낌이 오더군요.
'첫번째' 매트릭스는 역시 명작, SF라는 장르를 넘어서는 명작이라는 느낌 말입니다.
네오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잠깐 화면에 잡히는 바람에 '매트릭스' 이야기가 나오면 꼭 언급되는 책인,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의 시뮬라시옹(Simualtion)을 저는 읽어본 적이 없고
(그러니까 당연하게) 그때나 지금이나 '시뮬라크르(Simulacra)'같은 개념도 저는 알지 못하지만
'첫번째' 매트릭스를 다시 보면서 '철학적 사유를 요구하는 영화'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느꼈다는 것일 뿐, '첫번째' 매트릭스를 보면서 제 머릿속에 두서없이 떠오른 것은
기독교적 세계관에서의 메시아 개념과 장자(莊子)에 나오는 호접지몽(胡蝶之夢) 정도일 뿐,
Wachowski 형제가 보여주고자 하는 상징과 은유들을 한두 번 만에 명확히 알아내기는 어렵더군요. |
The Matrix Revolutions |
하지만 매트릭스 - 리로디드 그리고 매트릭스 - 레볼루션을 보고나서는, '어어, 이건‥ 아닌데' 싶었습니다.
헐리우드의 수많은 액션 영화를 통해 이제 익숙해졌기에 엔간한 수준의 카 체이스에는 무덤덤한 정도까지 되어버렸지만,
매트릭스 - 리로디드의 고속도로 추격 씬은 그야말로 박진감 그 자체여서 저 역시 다시 보는 그 장면에서 감탄을 하게 되고,
매트릭스 - 레볼루션에서의 빗속 결투 씬 등 2, 3편의 화려한 CG와 특수효과는 매트릭스 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2, 3편이 그 화려한 액션과 CG, 특수효과로 관객의 눈을 즐겁게 했지만, 한편 '첫번째' 매트릭스의 심오함은 간 곳 없었습니다.
게다가 비밀결사 리더같던 분위기의 모피어스가 2, 3편에서는 마치 스타워즈에서의 공화국 소속 장군과 같이 되어버린 생뚱맞음.
결국 1편에 비하여 볼거리는 많아도 '이야기'는 엉성한 2, 3편이라 (특히 3편!), 다시 생각해봐도 '역시, 이건‥ 아닌데' 였습니다.
화려한 볼거리에 버금가는 이야기 구조를 2, 3편이 가졌더라면 정말 세 편 모두 명작이 되었을 매트릭스 삼부작일텐데‥.
아마 영화에서는 최초로 복제인간(replicants)에게 인성(人性)을 부여했던 명작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가 연상되듯,
매트릭스 2편에서 프로그램(!)인 스미스 요원에게 인성이 생겨나는 것이나 (비록 선한 면이 아닌 악한 면의 인성이 생기는 것이지만)
매트릭스 2, 3편의 시대적 배경에서는 세계의 중심이 인간이 아니고 기계이며 (그래서 인간들에게 여기가 디스토피아적 세계든 어쨌든)
인간은 열등한 존재로 기계와 공생하는, 아니 '간신히' 기계에 기생하여 존재하는 바이러스와 같은 존재일 수도 있다는 세계관이나
세계의 창조와 소멸 조차도 '설계자'가 몇번에 걸쳐 해본 예정조화(豫定調和)의 '가벼운 시도'에 불과하다는 것 등,
그 이야기 구조를 좀더 정밀하게 짰더라면 1편 못지않는 아니 능가하는 2, 3편이 만들어졌을 거라는 생각에‥, 아쉽습니다.
더구나 매트릭스 3편의 끝에 가서는 기계신(機械神, 데우스 엑스 마키나, deus ex machina)이란 존재까지 내세울 것이면서‥
매트릭스 2편과 3편의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는 왜 그리도 허술했는지.
뭐랄까, 1편에서처럼 2, 3편에서도 SF영화의 새로운 룰을 만들 수 있는 이야기를 안에 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도 CG와 특수효과의 화려함만 부각되고 '이야기'는 제대로 풀어보지도 못한 채 엔딩을 향해 달린 영화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언젠가 친구들과 두서없이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에 매트릭스 이야기가 나왔던 적이 있습니다.
그 이야기 도중, 한 때 공학도이기도 했던 한 친구가 이런 얘기를 해주더군요.
영화 매트릭스에서 기계에 사육당하는 인간의 가상현실 프로그램인 '매트릭스'라는 단어의 뜻을 대하여
흔히 '자궁(子宮)'이라고 말하는데 (네오가 인큐베이터에서 깨어나는 장면에서 '자궁'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수학 용어인 '행렬(行列, matrix)'로도 이해된다면 영화 매트릭스에 대한 이해가 더 넓어진다, 고. |
行列式 |
하지만 수학이라면 어릴 때부터 젬병이었던 저로서는‥, 이를테면 행렬이론, 벡터공간, 선형대수학, 프랙탈(fractal) 등‥.
그런 종류의 단어는 듣기만 해도, 시쳇말로 '토(吐)나올 것' 같아서, 영화 매트릭스에 대한 이해는 그저 이쯤에서 멈춥니다.
시간이 되면 어느 주말에 또 한두 번 정도 날을 더 잡아서는, 작정하고 밤을 샐까‥, 생각 중입니다.
시리즈로 된 영화로는 매트릭스 말고도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도 있고 해리 포터(Harry Potter)도 있어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