ハイブリッド レインボウ Hybrid Rainbow 하이브리드 레인보우 |
친구들과 노래연습장에 놀러갔을 때의 그는 주로 김종국이나 sg워너비의 노래 등을 곧잘 부르곤 했습니다.
제가 아는 바로는, 그가 평소 좋아하는 노래가 김종국이나 sg워너비의 것이 아니라 서태지와 넬의 것이었지만,
아마 노래연습장의 한껏 고조되는 흐름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인지 서태지와 넬을 굳이 부르지 않는 듯 싶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그를 포함한 여러 친구들과 홍대입구역에서 만나서 저녁을 먹고 노래연습장에 갔을 때였습니다.
노래연습장에 들어온 지 한 시간쯤 지났을 때였나, 아무튼 그 때부터 그는 넬의 노래만 연달아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검색 가능한 넬의 노래 거의 전부를 리모컨으로 예약하면서 제게 '오늘 넬 노래 다 부르고 가겠다'는 귀엣말을 하기도 했구요.
얼음 산책, Last Advice, 고양이, Stay 등 넬의 노래가 계속되었고 유령의 노래를 부를 때는 저를 쳐다보며 싱긋 웃기도 했습니다.
제가 그 노래, 넬의 여러 노래 중에서도 특히 그 유령의 노래를 좋아한다는 것을 그가 알기 때문이었지요.
그렇게 넬과 서태지가 잇달았던 그 날의 마지막 곡은, 함께 갔던 친구 누군가가 예약해 둔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였지만
반주가 흘러나오고 얼마 있지 않아 누군가「이건 아닌데?」라고 중얼거렸고 그러자 다들 주섬주섬 겉옷을 챙겨들기 시작했습니다.
결코 이등병의 편지 노랫말이 떠올라서가 아니라, 마치 그저 그 멜로디나 템포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라는 듯이.
친구들아 군대가면 편지 꼭 해다오
그대들과 즐거웠던 날들을 잊지않게 |
그도, 다른 친구들도 모두 마치 이등병의 편지 노랫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듯이, 그렇게 모른척 하며 노래연습장을 나섰습니다.
닭도리탕과 감자탕으로 시작해서 노래연습장으로 이어졌던 송별 모임은
영등포구청역 출구 앞에서 서로 씨익 웃고 돌아서는 것으로 마감되었습니다.
금요일 밤의 송별 모임과 월요일 오후 한시의 논산 육군훈련소 입소.
그 사이의 주말 이틀 동안 간간히 그와 문자메세지를 주고받기도 했습니다.
「뭐해?」,「머리, 깎았어?」, 같은.
그리고 드디어 월요일. | 
ノンサン 陸軍訓練所 |
연병장 집합이 한 두 시간 정도 남겨두고, 다시 그와 이런저런 얘기를 뜨문뜨문 나누긴 했지만 그저 겉도는 얘기일 뿐이었습니다.
작별 인사는 다 마쳤지만 기차가 출발할 시간은 아직 남아있는 플랫폼에서의 떠나는 사람과 남아있는 사람의 느낌과 비슷한.
아무튼, 해도 그만이고 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얘기를 주고 받는 사이사이, 그도 나도 일없이 서로에게 자꾸 헛웃음만 날렸습니다.
Hybrid Rainbow
ほとんど沈んでるみたいな無人島
地球儀にのってない 名前もない
昨日は近くまで 希望の船が来たけど
僕らを迎えに来たんじゃない
太陽に見惚れて少しこげた
プリズムをはさんで 手を振ったけど
Can you feel?
Can you feel that hybrid rainbow?
昨日まで選ばれなかった僕らでも
明日を待ってる
ほとんどしぼんでる僕らの飛行船
地面をスレスレに浮かんでる
呼び方もとまどう色の姿
鳥達に容赦なくつつかれるだろう
Can you feel?
Can you feel that hybrid rainbow?
きっとまだ
限界なんてこんなもんじゃない
こんなんじゃない
Can you feel?
Can you feel that hybrid rainbow?
ここは途中なんだって信んじたい
I can feel
I can feel that hybrid rainbow
昨日まで選ばれなかった僕らでも
明日を持ってる | Hybrid Rainbow
거의 가라앉고 있는 듯한 무인도
지구본에 실려 있지도 않아 이름도 없어
어제는 근처까지 희망의 배가 왔지만
우리들을 맞이하러 왔던 건 아냐
넋을 잃고 태양을 바라보다 살짝 타버렸어
프리즘을 사이에 두고 손을 흔들었지만
Can you feel?
Can you feel that hybrid rainbow?
어제까지 선택되지 않았던 우리들이지만
내일을 기다리고 있어
거의 오그라들고 있는 우리들의 비행선
지면에 닿을락 말락 떠 있어
뭐라고 부를지도 갈피가 잡히지 않는 빛깔의 모양
새들은 사정없이 쪼아대겠지
Can you feel?
Can you feel that hybrid rainbow?
틀림없이 아직
한계 따위, 이런 게 아냐
괴로운 건 아냐
Can you feel?
Can you feel that hybrid rainbow?
여기는 도중이라고 믿고 싶어
I can feel
I can feel that hybrid rainbow
어제까지 선택되지 않았던 우리들이지만
내일을 기대하고 있어 | 
The Pillows
LITTLE BUSTERS
1998-02-21
KICS-666
キングレコード
track 07
Hybrid Rainbow

The Pillows
Fool on the planet
2001-02-07
KICS-850
キングレコード
track 16
ハイブリッド レインボ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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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연습장을 즐기는 그와는 달리, 저는 그와 함께 노래연습장에 몇 차례 가긴 했어도 제가 노래를 부르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런 저를 알기에 그도 저에게 노래를 권한 적이 그동안 한 번도 없었는데, 그 날만은 제게 '딱 한 곡만 해보라'고 졸라댔습니다.
노래를 잘 부르지도 못하는데다가 혼자서든 남들 앞에서든 노래를 부르는 것을 무척 싫어하는 저로서는 난감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제가 노래를 부르든 부르지 않든 그는 앞으로 당분간 저랑 그런 자리를 함께 할 수 없을텐데.
'듣기'는 좋아해도 '부르기'는 싫어하는 걸 뻔히 아는 그가 졸라대는데, 주말만 지나면 떠나야 할 그 금요일 밤에.
좋아하는 노래이긴 하지만 제가 The Pillows의 Hybrid Rainbow을 불러본 것은 그 금요일 밤이 처음이었습니다.
노래도 못하는데다가 불러보는 것도 처음이었으니 노랫말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어설픈 것은 당연했구요.
평소같으면 '간주점프' 버튼을 사용하는 그가 하필 어설픈 제 노래에서는 그 버튼도 누르지 않아서 약간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노래방 기기가 간주 부분을 들려줄 때 그는 저에게 '처음 듣는 노래인데 노래가 무척 마음에 든다'고 얘기하며 미소짓더군요.
그가 지내온 삶 중에서 지난 일 년 동안, 그 일 년 동안의 생활 중에서도 일정 부분에는 제가 곁에 서있었던 적도 있습니다.
제가 그의 삶 일부분에 무슨 대단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 결코 아니라, 말 그대로 그냥 곁에 서있기만 했다는 것이지만요.
곁에 서있으면서 잘못 느낀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의 이십대 초반을 The Pillows의 Hybrid Rainbow에 약간 기대어 말하자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없었던 건 물론, 무언가로부터도 '선택되지 않았던(選ばれなかった)'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최악의 경우까지는 아니겠지요. '한계 따위, 이런 게 아냐(限界なんてこんなもんじゃない)'라고 할 정도의 여유는 있었겠지요.
스물 한두 살의 청춘은 정말 '뭐라고 부를지도 갈피가 잡히지 않는 빛깔의 모양(呼び方もとまどう色の姿)'일지도 모릅니다.
'Rainbow'의 시절. 그러니까 그만큼 다양한 빛깔을 가지고 있는 시절. 하지만 'Hybrid'인 시절. 표준(?!)과는 다른 '하이브리드'.
이십대의 희망이라는 것은 하늘을 찌를 듯해야 할텐데, 그러기는 커녕 '지면에 닿을락 말락(地面をスレスレ)' 할 만큼 가라앉아버린 희망.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Hybrid Rainbow에서 The Pillows는 이렇게 외칩니다.
'여기는 도중이라고 믿고 싶다(ここは途中なんだって信んじたい)'고.
아울러 이렇게도 노래합니다.
'내일을 기다리고 있다(明日を待ってる)'고. 그리고 '내일을 기대하고 있다(明日を持ってる)'고.
'선택할 수도 없었던' 이십대 또는 '선택되지도 않았던' 이십대.
이십대의 시작이 설혹 그랬다 하더라도, 저는 그가 '지금'을 '도중(途中)'이라고 생각했으면 합니다.
지난 날보다는 앞으로 다가올 날들에 더 많은 선택, 더 바람직한 선택이 기다리고 있고,
군문(軍門)에 들어선 '지금'은, 그 선택을 만나기 전에 잠시 숨고르는 '도중(途中)'이라고 말입니다.
「Can you feel that hybrid rainbow?」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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