暑中見舞い Shochuumimai 여름 안부 편지 |
○○씨에게.
침대칸에 누웠다가 생각이 나서 연락드립니다.. 건강하시죠
언젠가 같이 기차타고 차도 렌트 해가며 여행하고 싶네요.. 아무 생각없이 |
베이징(北京)에서 허난(河南)까지 8시간 걸린다는 야간열차 안에서 보낸다는 ○○씨의 문자메세지.
바다 건너에 있는 ○○씨와 문자메세지를 주고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씨. 어떻게 지내나요? 그 문자메세지 이후 한 달 남짓 지난 듯한데‥ 귀국은 했겠지요?
아니면 혹시 지금도 중국 대륙의 어느 기차 안에서 창밖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지요?
오랜만에 주고받은 그 문자메세지 때문에도 그랬지만, 그것 말고도 요즘 ○○씨를 떠올릴 일이 있었습니다. |
暑中お見舞い申し上げます |
몇 달 전 이사할 때 꾸려두었다가 다시 헤쳐서 정리하지 않은 것들이 있는데, 며칠 전 무언가 찾기 위해 그걸 뒤적거릴 일이 생겼는데요.
그런데 그렇게 뒤적거리다 보면, 정작 찾아야 할 것은 슬그머니 잊어버리고 뒤적거리고 있던 다른 것들에 정신을 놓기도 하잖아요?
그 날도 그랬습니다. 찾던 것을 제쳐두고 지난 날의 기억들을 더듬게 한 그것은, 지난 날의 전시회 팸플릿들이었어요.
2001년「슬픈 섬 사할린」, 2002년「日本、東海地域の朝鮮学校」, 2003년「라오콘의 거울」, 2004년「MARRIAGE」.
그 팸플릿들 사이에서 팔랑거리며 빠져 나온 종이 한 장. 거기에 적힌 ○○씨의 메모.
코까지 골며 깊이 잠들어서 안 깨우고 나갑니다.
지금 바로 전화주세요.
들어올 동안 온수전용(녹색버튼) 눌러서 샤워하시고 기다려 주세요.
냉장고에 빵하고 우유 있으니 전자렌지에 데워서 드세요. |
날이 훤하게 샐 때까지 '상처'에 대해서 얘기했던 그 밤, 그 새벽. 아마 2004년 초여름의 어느 날.
그러다 한쪽 벽면 가득하게 책만 가지런히 꽂혀 있던 방에서 쓰러져 잠들었다가 깨어났을 때
○○씨는 물론이고 그 책들의 주인도 없는 집에 홀로 덩그마니 남겨진 제 머리맡에 놓여있던 그 메모.
○○씨도 기억하고 있을 그 날, 그 즈음의 추억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제법 한참 동안. |
상처받은 사람들 |
그 때로부터 어느덧 여름도 몇 차례 지나가 버렸군요. 그 날 우리가 나누었던 이야기들, 그 '상처'에 대해 주고받았던 이야기들.
그 때의 그 이야기들이 떠올려 보려고 하니 먼저 그 즈음의 몇몇 이미지들이 머리를 스쳐 가더군요. 마치 영화의 스틸 컷과 같이.
몇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이야기는 배경 화면으로 녹아 들어가 버리고 이제는 그 이미지들이 그 이야기를 대신하듯.
그렇게 떠오르는 이미지들.
거기가 정확히 어디였는지 이제는 기억나지 않는 어느 아파트 안의 벤치. 거기에 앉아서 맞이했던, 해 뜰 무렵의 풍경.
팔공산 어느 자락의 카페 안에서 저와 마주하고 앉아있던 ○○씨의 뒷배경. (○○씨는 아웃포커스로 빠져버리는 묘한 이미지)
그 도시를 벗어나는 저에게 ○○씨가 건네주었던 도스또예프스끼(F. M. Dostoevskii)의 소설 상처받은 사람들의 표지.
아.. 그러고보니 그 책을 저에게 건네면서 그런 말을 했었지요. '읽다가 관두게 된 소설인데요, 한 번 읽어보세요' 라고.
지금 그 책, 상처받은 사람들은 같은 출판사의 또다른 도스또예프스끼 소설들과 함께 제 방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 있는데요.
저 역시 그 해 여름이 다가도록 다 읽어내지 못하고 잠시 덮어둔 것이 그만 책갈피를 끼워둔 채로 해를 넘기고 말았답니다.
Reborn
∼ performed by Syrup16g
昨日より今日が 素晴らしい日なんて
わかってる そんなこと 当たり前のことさ
時間は流れて 僕等は歳をとり
汚れて 傷ついて 生まれ変わってゆくのさ
愛する心が どんな色であっても
優しい気持ちだけで 夜は明けてゆくよ
つじつま合わせるだけで精一杯の
不細工な毎日を僕等は生きてゆくのさ
手を取り合って 肌寄せ合って
ただなんかいいなぁって空気があって
一度にそんな 幸せなんか
手に入るなんて 思ってない
遠回りしていこう
期待して諦めてそれでも臆病で
本当の気持ちだけが置き去りになっていくよ
手を取り合って 肌寄せ合って
ただなんかいいなぁって空気があって
一度にそんな 幸せなんか
手に入るなんて 思ってない
遠回りしていこう
昨日より今日が 素晴らしい日なんて
わかってる そんなこと 当たり前のことさ
時間は流れて 僕等は歳をとり
汚れて 傷ついて 生まれ変わってゆくのさ | Reborn
∼ performed by Syrup16g
어제보다는 오늘이 멋진 날이라는 건
알고 있어 그런 건 당연한 일인 거지
시간은 흐르고 우리들은 나이를 먹으며
더러워지고 상처입으며 다시 태어나는 거지
사랑하는 마음이 어떤 색깔이어도
부드러운 기분만으로 날은 밝게 되지
이치에 맞추는 것만으로 힘껏
서투른 매일을 우리들은 살아가고 있지
손을 맞잡고 살결 맞대며
그저 어쩐지 좋은 듯한 공기가 있는
한 번에 그런 행복같은 게
손에 들어올 거라 생각하지 않아
멀리 돌아서 가자
기대하고 포기하고 거기에다 겁쟁이라서
진심만이 완전히 내버려지게 되지
손을 맞잡고 살결 맞대며
그저 어쩐지 좋은 듯한 공기가 있는
한 번에 그런 행복같은 게
손에 들어올 거라 생각하지 않아
멀리 돌아서 가자
어제보다는 오늘이 멋진 날이라는 건
알고 있어 그런 건 당연한 일인 거지
시간은 흐르고 우리들은 나이를 먹으며
더러워지고 상처입으며 다시 태어나는 거지 |
delayed
2002-09-25
遅死10.10
2005-01-26
静脈
2006-08-23 |
저는 요즈음 외출할 때면 운전을 하지 않고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그렇게 지낸지도, 꼽아보니, 어느덧 보름도 넘었네요.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니까,다른 사람들처럼 저도 mp3 플레이어에 연결된 이어폰을 귀에 꽂은 모습으로 다니게 되더라구요.
(얼마 전 mp3P를 하나 장만할까 생각 중이었는데 마침 선물로 mp3P를 받게 되어서 요즘 지하철에서 자주 이용한답니다.)
운전하면서 사용하는 CDP와 '뚜벅이 생활'에서의 mp3P는 서로 여러 면에서 다르겠지만 (그리고 저는 여전히 CDP를 선호하지만)
mp3P는 그 나름대로의 장점도 있더군요. 예를 들자면 랜덤 플레이를 통해서 듣게되는 뜻밖의 노래들도 그런 것들입니다.
열서너 곡 정도가 수록된 앨범 단위로 듣는 CDP에서의 랜덤 플레이와 달리
(그러니까 CDP에서는 적어도 그 앨범 컨셉트에서 벗어나는 곡이 나오지는 않는데)
2기가급 용량의 노래 파일들이 저장되는 mp3P에서의 랜덤 플레이는 가끔 뜻밖의 곡을 들려주더군요.
들어보라고 전송해줘서 메신저로 받았다가 분류없이 쌓여진 mp3 폴더에 묻혀서 지나쳐왔던 노래라든지
- 이를테면 아오보우즈(藍坊主)의 노래와 스키마스윗치(スキマスイッチ)의 노래같은 것들 -
한 때 좋아했지만 어느덧 오랫동안 듣지않게 되어 잊고 지내던 옛노래같은 것이 그런 것들입니다.
- 오랜만에 듣게 되는 키스기 타카오(来生たかお)라든지 Sing Like Talking의 노래들 -
아.. mp3P라든지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한 것이 아닌데.. 이야기가 그만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네요. |
iTend IV100 |
제가 요즘 자주 타고다니는 버스는 창밖으로 홍제천을 보여주기도 하고 내부순환도로의 고가차도 아래를 지나치기도 합니다.
그렇게 물끄러미 내부순환도로의 교각과 상판 아래를 버스 창을 통해 쳐다볼 때, 문득 기시감(旣視感)을 느꼈다고 생각했는데요.
갸웃거리면서 생각하다가‥, 알게 됩니다. 그것은 기시감같은 것이 아니라 몇 해 전 ○○씨와 함께 했던 어느 날의 이미지라는 것을.
상처받은 사람들이란 소설 제목에 서로 마주 보며 쓴웃음 짓던 그 날, 그 쓴 웃음을 뒤로 하고 들어서던 고속도로 진입램프.
홍은동 어딘가를 버스로 지나치면서 창밖으로 보이는 내부순환도로의 그늘진 바닥과 잿빛 교각에서
그 날 그 도시를 벗어나려할 때 들어섰던 고속도로 진입램프를 느끼고, 그 이미지는 ○○씨와의 그 날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상처'의 기억 따위를 더듬는 것은 우스운 일. 그저 얼마간 쓸쓸한 느낌 정도랄까‥, 그런 배경으로 말이지요.
○○씨.
고가도로의 콘크리트와 홍제천변의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고 머릿속으로는 ○○씨가 사는 도시 어딘가의 이미지가 떠오를 때
어느 순간 그 두가지 모두 마치 뮤직 비디오의 영상처럼 보여지기도 (느껴지기도) 해요.
외부의 생활 소음은 차단된 채 이어폰을 통해 흘러 들어오는 mp3P의 노래 때문에. 또는 덕분에.
예를 들면 때마침 이런 노래, Syrup16g의 Reborn같은 노래가 흘러나올 때.
時間は流れて 僕等は歳をとり 시간은 흐르고 우리들은 나이를 먹으며
汚れて 傷ついて 生まれ変わってゆくのさ 더러워지고 상처입으며 다시 태어나는 거지 |
○○씨. 이렇게 편지를 쓰고 있으니‥, 보고싶네요. 제가 그 도시로 한번 가든지 ○○씨가 이리로 한번 오시든지 해야겠어요.
이제 장마 끝나고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답니다. 더운 여름, 건강 조심하시고‥, 건승 바랍니다. (暑中お見舞い申し上げます。)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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