魔法のコトバ Mahoh no Kotoba 마법의 말 |
ⅰ
다시는 펼치지 않을 것이 분명한 책 몇 권. 치약, 치솔 그리고 우산. 오랫동안 잊혀진 채 구석에 남아있던 티백과 커피백 몇 봉.
모으다 만 치킨집 쿠폰과 중국집 스티커. 제 때 버리지 못한 탓에 자기네들끼리 비닐 파일 안에 적당히 겹쳐있는 프린트 여러 장.
며칠 전, 지나치는 사람도 거의 없어서 스산하고 쓸쓸한 분위기의 복도에 홀로 서서 사물함을 정리했습니다.
종이컵도 남았더라면 지금 커피 한잔 마실 수 있는데‥, 복사지는 이면지로 쓸까?‥, 우산은 챙기고 치솔은‥ 그냥 버려야겠다‥
결국 엔간한 것은 다 버리는 것으로 끝날 걸 알면서도, 어떡할까?, 잠깐 잠깐의 고민. 그러다가 사물함에 남은 것은 스프링 공책 한 권.
ⅱ
7/10 날씨 구림 ㅠ
정말 집에 가고 싶어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어제 얘기하면서 정말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서웠다, 사람들이. ㅠ. 우린 사기당한 거야... ㅆㅂ... 그래서 어제 벌벌 떨면서 잠도 설치고.. ○○언니랑 둘이 끌어안고 잤다.. ㅠ 내일이 안왔으면 좋겠다 ㅠㅠ
7/11 날씨가 왜 이래 -_-?
시간이 너무 안가는 것 같다. 오늘도 8시에 일어나 아침밥을 먹으러 고고싱!! 어째 항상 똑같은 밥, 똑같은 반찬(?). 그래도 열심히 먹어댔다 ㅋㅋ 신주쿠로 갔다.. 비오는 거리를... ○○언니와 함께 100¥숍에 가서.. 이것저것 사고 >_< ○○언니랑 쇼핑도 하고 >_< 너무 즐거웠다... 이렇게만 가면 좋으련만 ㅠ? 숙소 와서 쉬고 >_< 언니들과 맥주와 과자를 먹으며 신나는 밤을 보냈다... 내일이 오지말길 ㅠ |  |
7/12 맑다 흐리고 비옴
○○을 만나러 신주쿠에 갔다. 반가웠다 ㅠ 모스버거 가게 가서 아무 것도 없이(?) 이야기만 했다. 그것도 흡연석에서 ㅠㅠ 답답해 죽을 뻔 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신주쿠에서 ○○○랑 ○○랑 전화를 했다. 너무 반갑고 그리워서 눈물이 펑펑 났다. 미친 또라이 ㅠ 너무 눈물이 헤퍼 ㅠㅠ 언니랑도 전화를 했다. 일본에서 더 공부하고 가고 싶다고... 언니는 우선 2달 뒤 들어와서 얘기 좀 하자고 했다. 우선 2달 뒤에 가서 얘기를 해봐야겠다. 옷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고... 도쿄에서의 마지막 밤... 뭔가 슬프다 ㅠㅠ 머리 속에 하얗다. 머리 아프다.. 걱정된다.. 고생할텐데... |  |
7/13
비도 많이 오고.. 정말 너무 습하다. 내일부터 일하는데... 떨린다. 잘 할 수 있겠지? 화이또 ♡♡
7/14
오늘부터 일 ㅠㅠ 너무 힘들다. ㅆㅂㅆㅂ... 발 아파 ㅠㅠ.
7/15
죽을 꺼 같애 ㅠㅠ 발 아파... |  |
ⅲ
제가 사물함을 정리하기 열흘 쯤 전이었던가? 저보다 앞서 사물함을 정리하던 친구가 버리는 것들 중에 공책 한 권이 있었습니다.
연습장처럼 쓰기도 하고 수첩처럼 메모도 하던 공책이었는지 필기의 순서도 없이 사용한 페이지와 빈 페이지가 두서없는 공책이었는데요.
이미 사용한 부분을 뜯어내기가 편리한 스프링 공책이었기에 남은 부분을 연습장으로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친구에게 그거 버릴 거라면 내게 달라고 해서, 제 사물함에 넣어두었지요.
 | 그렇게 남겨졌던 공책이 며칠 전 제 사물함 정리에 이르러서 맨 마지막 순서로 남게 되자
'에이.. 그냥 버릴까?' 하는 마음이 저도 생겨서 어떡할까 고민되기 시작했습니다.
남은 부분을 쓰는 것도 좋긴 하지만 새 공책이 없는 것도 아니고.. 괜한 욕심 같았거든요.
재활용의 마음이었는지 문방구에 대한 일없는 욕심이었는지 저도 모르지만, 어쨌든 결국 쓰기로 하고,
사물함 앞에서 선 채로 그 공책을 뒤적거리면서 필기한 흔적이 있는 페이지를 뜯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JLPT 1급을 앞두고 단어 공부를 한 듯, 반복해서 단어를 써나간 페이지도 보였습니다. |
그 친구가 공부에 열중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떠오르는 그런 페이지를 거의 다 뜯어내고 이제 빈 페이지만 남았다고 여겨질 즈음,
어느 날은 연필로, 어느 날은 빨강색 펜으로 써내려간, 깨알같은 글씨로 행 가름도 없이 빽빽하게 쓰여진 부분에 눈길이 갔습니다.
빨강색 펜으로 쓴 부분이 있어서 눈에 띄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무심코 뜯어내어 버렸을 뻔했던 페이지.
아‥ 그것은 지난 여름, 그 친구가 일본에서 지내던 나날 중에서의 며칠, 7월 10일부터 7월 20일까지 11일간의 일기였습니다.
한낮이었지만 전등을 켜지 않아 약간 어둑한 복도에서 그것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서웠다, 사람들이.」 ‥ 그랬었구나. 얼마나 힘들었겠니. 「내일이 오지말길.」 ‥ 매일밤이 그랬다니. 아‥.
명치 끝이 저려오고 두 눈 언저리가 뜨끈해져서 지나치는 사람도 없이 휑한 없는 복도를 괜히 둘러보았습니다.
「신주쿠에서 ○○○랑 ○○랑 전화를 했다. 너무 반갑고 그리워서 눈물이 펑펑 났다.」
그 때 그 친구의 전화 목소리는, 우리가 평소에 그를 '초딩같다'라고 얘기하는 것처럼 변함없이 밝고 맑은 느낌이었는데.
자기를 만나러 ○○랑 같이 일본에 놀러오는 것은 언제쯤이냐고, 마치 옆동네 놀러오라는 듯 통통 튀는 목소리로 얘기했는데.
그런데 그 때, 그러니까 바다 건너, 신주쿠 어딘가에서, 햄버거 가게에서 아무 것도 주문하지 못하고 앉아있다가 나와서,
공중전화 수화기를 들고 일본에서의 하루하루가 마냥 재미있고 즐거운 듯 재잘거리던 그 때, 신주쿠 어느 공중전화 박스 안에서 그는,
사실은 눈물을 펑펑 쏟으며 울고 있었다니. 이제 와서 알고보니 날씨 조차도 잔뜩 찌푸렸거나 혹은 비내리던 신주쿠 어딘가에서.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시작 부분의 날씨 요약도 앞의 3일 정도에 그치고 이후로는 날씨 요약도 없고 내용도 한 줄 정도로 줄어들고 있었고
그것 조차도 7월 16일부터는「10:30∼15:30、17:00∼20:50 レスポ」등과 같은 업무성 '메모'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7월 16일은 딱 한 단어만 쓰여져 있었습니다. 「야스미」. 쉬는 날(休み). 그것이 제 가슴을 더 아프게 만들었습니다.
아마도 그날이 쉬는 날이었던 모양인데, 가타부타 아무런 얘기도 없이 그저「야스미」라고만 적고 공책을 덮었을 그.
퉁퉁 부은 발. 모자란 잠. 사회인으로의 첫경험. 언어도 그다지 익숙치 않은 낯선 곳에서의 하루 하루. 그런 나날 중의「야스미」.
‥ 빈 페이지만 남아 얇아져버린 공책을 가방에 챙겨넣고 엘리베이터 하행 버튼을 눌렀습니다.

さざなみCD | 시간이 조금 남아 커피를 한잔 사들고는, 주차시킨 차 안에서 스핏츠(スピッツ)의 새 앨범을 들었습니다.
부끄럽게도, 사람의 마음이란 아니 제 마음이라는 것도 어지간히 얄팍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앨범 さざなみCD(Sazanami CD, 잔물결 씨디) 부클릿을 펴들고 트랙에 따라 노래를 흥얼거리다보니
지난 여름 낯선 곳에서 힘들어 하던 그를 떠올리며 아팠던 심정은 저도 몰래 사라져버렸기 때문입니다.
밝은 분위기의 트랙 몇몇을 지나면서는 흥얼거림을 넘어 어줍잖게 따라부르기까지 하면서 그걸 잊었다가
9번째 트랙인 魔法のコトバ(Mahoh no Kotoba, 마법의 말)에 이르러서야 문득 다시 생각났습니다. |
ⅳ
倒れるように寝て 泣きながら目覚めて
쓰러지듯이 잠들고 울면서 잠에서 깨고 |
내일이 오지 말기를 바라며 잠들었다는, 반갑고 그리워서 눈물이 펑펑 났다는,
그 친구의 힘들었던 여름날을 알게된 지 한시간도 되지 않아서 어떻게 잊어버릴 수가 있었을까.
君は何してる? 笑顔が見たいぞ
너는 뭐하고 있니? 웃는 얼굴이 보고 싶어 |
아‥, 사람의 감정이란 어찌 이렇게 간사한 것인지.
한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앞서의 감정을 그렇게 까마득히 잊어버리다니.
● 魔法のコトバ 노랫말 살펴보기 | 
魔法のコトバ |
순식간에 저를 그렇게 만들어버린 스핏츠의 노래들를 원망해야 할지, 아니면 다시 생각나게 해줘서 고마워해야 할지.
아무튼 부클릿을 펼쳐들고 노랫말을 눈으로 읽어가면서 듣지 않았더라면,
魔法のコトバ(Mahoh no Kotoba, 마법의 말)에 그 친구의 이미지가 연결되지 못했을텐데.
이제 제가 듣는 魔法のコトバ에는 그 친구의 이미지 뿐만 아니라
그 친구가 떠오르는 추억과 상념, 그리고 몇몇의 다른 이미지들도 각인되었습니다.
모두를 즐겁게 해주는, 초등학생같이 천진난만하게 활짝 웃을 때 그의 얼굴과 웃음 소리.
지난 여름 신주쿠의 어느 공중전화 박스에서 그가 펑펑 쏟았을 눈물의 느낌.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 틈으로 언듯 보였다가 사라졌던‥, 휑한 복도와 을씨년스러운 사물함.
낯선 세계에 들어간다는 것. 홀로 선다는 것. 그리고 결국 그렇게 어른이 된다는 것. 그 의미. |  |
ⅴ
그 친구, 올해가 가기 전에 다시 일본으로 떠납니다. 지금 12월 중순이니‥, 그렇군요, 일주일 정도 지나면 떠나게 되는군요.
 | 숙소를 알아본다, 일자리를 알아본다 어쩐다 하면서 신경쓰이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라고도 하고
그 친구, 천성이 착하기만 해서 남의 말도 너무 쉽게 믿는 순진함도 있어서 은근히 걱정도 되지만,
지난 여름의 힘들었던 나날을 돌이켜보면 사회생할의 '선행학습'을 치른 것으로 여길 수도 있어서
그것이 앞으로의 시행착오를 막아주는 역할을 어느 만큼은 하지 않을까 싶네요. 잘 해낼 거라고 믿습니다.
그리하여, 그 친구의 마음을 더 가라앉히고 힘들게 만들었던 지난 여름의 흐린 날씨와는 달리, 이제부터는
그 친구의 마음으로 들어오는 그곳의 계절이 맑고 푸르고 구름도 이쁜 날씨로만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
魔法のコトバ의 후렴부에서, 이 노래를 만든 보컬리스트 쿠사노 마사무네(草野マサムネ)는 이렇게 노래하네요.
また会えるよ 約束しなくても
또 만날 수 있어 약속하지 않아도 |
지난 여름, 놀러오지 않을 거냐는 여러 차례의 국제전화에 '갈 거야'라고 매번 대답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가보지 못했습니다.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한 셈인데, 그래서 이번에는 꼭 그러겠다고 섣불리 약속하기도 조금 민망하지만,
내년 봄 어느 날, 그 친구가 있는 곳으로 가서 낯선 곳에서 당당하게 홀로 서서 언제나처럼 환하게 웃는 그를 만나보고 싶습니다.
약속할 수는 없지만. ‥ 약속하지 않아도. ‥ 「また会えるよ 約束しなくても」
●「덧붙임 ① : 스핏츠 팬들을 위하여」
앨범 부클릿을 보면 이렇게 나와있습니다.
金原千恵子グループ strings on 「魔法のコトバ」「漣」
魔法のコトバ는 (스핏츠의 DVD 어느 영상처럼)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듣고 싶은 곡 중 하나인데
그런 생각이 들도록 하는 것은 스트링 섹션 킨바라 치에코 그룹(金原千恵子グループ)의 연주입니다.
킨바라 치에코(金原千恵子)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짤막하게나마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 킨바라 치에코 이야기가 있는, 또다른 myspitz story ··· 바로가기 | 
金原千恵子 |
●「덧붙임 ② : 智ちゃんへ」
智ちゃん、(君がこの記事を読むわけがないけど・・・) 行ってらっしゃい !!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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