短い手紙 Mizikai Tegami 짧은 편지 |
ⅰ
지금은 관두고 말았지만, 일본어를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품었던 건방진(?) 생각 중의 하나는
'사라센(サラ川)'이라고도 하는 샐러리맨센류(サラリーマン川柳)를 사전을 펴보지 않고 즐겨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본어로 된 문건 중에서 관심이 먼저 생긴 장르는 5·7·5 형식의 짧은 정형시인 하이쿠(俳句)였지만
'하이쿠'라고 하면 왠지 일본의 고전문학과 역사에 대한 기초 소양이 있어야 할 듯 싶어서 겁이 슬금 났고
사라센은 하이쿠처럼 '짧은 글'이면서도 요즈음의 트렌드와 유머를 담고 있는 '가벼운 글'이라 재미있겠다 싶었던 거죠.
그런데, 그렇게 마음 한구석에 '나중에 공부할 것'까지 챙겨두면서 딴에는 호기롭게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는데
초급 딱지는 간신히 뗄 수 있게 되었다 싶을 때 그만‥, 사정 상 일본어 공부를 관두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사라센이라는 장르를 제대로 음미해보겠다던 그 건방진 생각도 더불어 슬그머니 사라지게 되었지요.
공부를 관두게 되니‥, 요즈음 들어서는 전자사전을 펴봤던 날이 도대체 언제였던가 싶고 그렇습니다.
(책상 왼쪽 구석에 밀어 둔 전자사전은 이제 마치 스탠드 램프처럼, 그러니까 '그 자리'에서 붙박이 가구처럼 되었네요.)
 |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그만두게 된 일본어 학습. 그래서 더 쉽게 잊혀져 가는 듯한 일본어.
'사라센(サラ川)'은 고사하고 일본어능력시험(JLPT)에 응시할 마음 조차 없어진지 오래되었는데
일본어 학습 교재를 펴보던 시절의 어느 날이 마치 먼 추억처럼 떠오르는 일이 얼마 전에 있었습니다.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제법 남아 있어서 일본어 문법을 익혀가던 지난 해, 아마도 초여름.
일본어가 능숙해지면 즐겨보겠다던 사라센을 다시 상기시켜주는 일본어 텍스트를 접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이쿠처럼 5·7·5 형식을 가지는 사라센과는 다르지만 '짧은 글'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텍스트였는데요. |
「일본에서 가장 짧은 편지(日本一短い手紙)」라고 부르는 이 텍스트는,
형식이랄 것은 특별히 없고 두세줄 정도로 행가름한 한두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글자 수로 하자면, 최소 25자에서 최대 35자 분량의 짤막한 편지입니다)
내용은 대부분 어머니, 아버지 등에게 보내는 편지의 글이거나 부모님, 가족 등을 추억하는 글인데
그 짧은 형식과 가족애의 내용이 어우러져 읽는 이에게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텍스트입니다.
게다가 글쓴 이가 보통의 일반인들이라서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누가 대신 해준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한두 편, 예를 들자면 이런 것들입니다. |  |
「私、母親似でブス。」娘が笑って言うの。
私、同じ事、泣いて言ったのに。
ごめんね、お母さん。
― 田口信子 (群馬県・38歳)
「나, 엄마 닮아서 못생겼잖아」 딸이 웃으면서 그러잖아요.
나, 똑같은 말, 울면서 말했었는데.
죄송해요, 엄마.
― 다구치 노부코 (군마현・38세) | 合格発表の日、
掲示板に僕の番号を見つけて僕を殴った父さん。
うれしかった。
― 大石悠太 (東京都・17歳)
합격자 발표날,
게시판에 내 번호를 발견하고 날 한대 치는 아빠.
기뻤다.
― 오오이시 유타 (토쿄・17세) |

本多作左衛門重次 | 「일본의 제일 짧은 편지(日本一短い手紙)」라는, 이 짧은 편지 글은
1500년대 일본 전국시대의 혼다 사쿠자에몬 시게츠구(本多作左衛門重次)에게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전국시대를 통일하고 에도(江戸)막부를 연 토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의 가신(家臣)이었던 시게츠구는
일본의 중세 역사에 등장하는 풍운의 인물 중에서 '도깨비 사쿠자(鬼作左)'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인물인데,
1575년 나가시노(長篠)에서의 전투 중에 그가 진중(陣中)에서 그의 아내에게 보낸 '짧은' 편지가
바로 이 「일본의 제일 짧은 편지(日本一短い手紙)」의 기원이라고 하는데, 그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一筆啓上 火の用心 お仙泣かすな 馬肥やせ
몇자 적습니다. 불조심, 아이 울리지 말고, 말은 살찌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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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시게츠구의 一筆啓上」 관심있다면 열기 CLICK
이에야스와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연합군이 타케다 카츠요리(武田勝頼)와 싸웠던 나가시노(長篠)의 싸움에서
혼다 시게츠구가 아내에게 보냈다는, 이 「 몇자 적습니다(一筆啓上)」의 짧은 편지에서
「 お仙」은 그 당시 혼다 시게츠구의 어린 아이였던 적자(嫡子) 「 센치요(仙千代)」를 말하는데
센치요라는 이 어린이는 나중 후일 에치젠(越前) 마루오카(丸岡)의 지방 영주가 되는 혼다 나루시게(本多成重)입니다.
그리고 「 아이 울리지 말고(お仙泣かすな)」는 사실은「 아이 야위게하지 말고(お仙痩せさすな)」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아무튼‥. |
혼다 시게츠구의 그 편지에 나오는 '아이(お仙)'가 나중에 마루오카(丸岡)의 지방 영주가 되었다는 연고에서 착안,
1993년 후쿠이(福井)현 마루오카에서 '일본에서 가장 짧은,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日本一短い「母」への手紙)' 대회를 열었는데요.
인구도 고작 3만 남짓 정도의 작은 마을에서 주최한 이 대회에 전국 각지에서 3만통이 넘는 응모작이 쇄도했다고 합니다.
이듬해의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家族」への手紙)'와 1995년 '사랑의 편지(「愛」の手紙)'에서는 각각 6만통이 넘었고
1996년 '아빠(父)', 1997년 '엄마의 추억(母への想い)', 1998년 '고향의 추억(ふるさとへの想い)'에 이어
1999년 '친구에게(友へ)'에 이르러서는 전국 각지에서 12만통이 넘는 응모작이 쏟아졌다고 하네요.
이후에도 '나에게(私へ)', '생명(いのち)', '희노애락(喜怒哀楽)' 등 다양한 주제로 응모작을 받으면서
우수작품에는 '몇자 적습니다(一筆啓上)'라는 이름의 상도 주고 응모작품은 간추려서 1회분부터 책으로 출간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2003년부터는 대회 이름을 '일본에서 가장 작은 이야기(日本一小さな物語)'라고 바꾸고
그해에는 '엄마와 주고받은 편지(母との往復書簡)', 2004년에는 '가족과 주고받은 편지(家族との往復書簡)',
2005년에는 '사랑의 왕복편지(愛の往復書簡)', 2006년에는 '아빠와 주고받은 편지(父との往復書簡)'라는 주제로 응모작을 받다가
2007년 다시 '일본에서 가장 짧은, 미래에의 편지(日本一短い「未来」への手紙)'이란 주제로 대회를 열었다고 합니다.
입상자에게 주는 상의 이름도 '신 몇자 적습니다(新一筆啓上)'로 바뀌고 응모작의 형식도 왕복편지로 바뀐 이후,
12만통을 넘어서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응모하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고 해도 두세줄의 편지 글이 주는 잔잔한 감동은 여전합니다.
가습을 뭉클하게 만들고 눈을 적시게 만드는, 또는 입가에 엷은 미소를 짓게 만드는, 짧은 편지(短い手紙). 몇편 더 소개하자면‥.
雪のふる中、校門をくぐるお母さん。
僕ははじめて、悪いことをしたと思いました。
― 林真 (愛知県・25歳)
눈오는 날, 교문을 빠져나가는 엄마.
나는 처음으로, 나쁜 짓을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 하야시 마코토 (아이치현・25세) | ぼくは、かあさんを、にくたらしい人だと思ってます。
五ばんめに、すきです。
― 上伏秀平 (福井県・7歳)
저는, 엄마를, 밉살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다섯번째로, 좋아해요.
― 우에부세 슈우헤이 (후쿠이현・ 7세) |
お父さん、気づいてますか?
私と お父さん、2人の写真が
まだ1枚もないことを。
― 廣部恵子 (女性・20歳)
아빠, 알고는 계세요?
저랑 아빠, 두 사람 같이 찍은 사진이
아직 한 장도 없다는 걸.
― 히로베 케이코 (여성・20세) | 胸を張って言えるよ。
「私はお母さんになる人を選んで
産まれてきた」って。
― 内山理恵 (愛知県・19歳)
가슴을 펴고 말할 수 있다구.
「나는 엄마가 될 사람을 선택해서
태어났다」고 말이야.
― 우치야마 리에 (아이치현・19세) |
ⅱ
졸업 씨즌은 2월 하순이겠거니‥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고등학교는 2월 초에 하더군요.
얼마 전 길을 가다가 꽃다발, 교복을 입은 고교 졸업생, 가족들 등의 모습을 보고 새삼 깨달았죠.
'아‥ 어느덧 졸업 씨즌이구나' 싶으면서 한편 두서없이 여러 상념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습니다.
주위에 이번 2월에 졸업하는 친구들도 있는데다가, 졸업이라는 것에 저도 나름대로 소회(所懷)가 있어서
꽃다발을 든 고교 졸업생의 모습에서 이번에 대학을 졸업하는 제 친구들의 어제와 오늘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그들 중 어느 한 친구를 생각하며 그 친구의 내일은 과연 어떨지 궁금해졌습니다. |  |
익숙해진 지금도 얼굴을 보지 않고 전화로 얘기할 때면 가끔은 되묻게 될 정도로, 빠른 말투의 그 친구.
졸업을 하는 친구는 그 친구 말고도 여럿 있지만, 특별히 그 친구의 '내일'이 어떨까 궁금해진 것은
취업이라든지 상급 학교로의 진학이라든지 하는, 보통의 선택을 적어도 지금 당장은 하지 않기로 그가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그 친구, 어쩌다 고민을 얘기할 때 커다란 눈망울이 젖어오기도 하지만 엔간해서는 밖으로 내비치지 않고 안으로 삼키는 친구인데요.
가끔 제가 그 친구에게 '문제는 의지박약이야!'라고 말하긴 하지만, 말만 그렇지, 사실은 '조용히 그러나 강한 의지'를 가진 녀석입니다.
요즈음 취업이나 진학도 만만치 않은데, 그러한 일반적인 선택도 굳이 능동적으로 거부한 그의 '내일'은 어떤 모습일런지.
그의 '내일'이 어떤 모습일지 저는 알 수 없고 아마 그 자신도 아직 뚜렷하게는 모르겠지만
'오늘'의 그가 어떤 확신을 가지고 '내일'을 준비하고 있는지는 어느 정도 짐작됩니다.
이를테면, '일본에서 가장 짧은 편지「나에게」(日本一短い手紙「私へ」)' 입상 작품 중의 하나,
거기서 느낄 수 있는, 일본의 어느 대학생의 심정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私にしかできないことがある。きっとある。
今は分からない。
でもある。きっとある。
― 黒木かつよ (宮崎県・大学1年生 19歳) | 내가 아니면 안되는 일이 있다. 분명히 있다.
지금은 모른다.
하지만 있다. 분명히 있다.
― 쿠로키 카츠요 (미야자키현・대학1학년 19세) |
| 
頑張ってね!! |
ⅲ
ボクニデキルコト
作詞 : MIZUE、作曲 : 徳永英明
同じ夢を何度も見るよ
いつも此処で目が覚める
どうしてだろう? 大事なものは
儚くて失くしやすい
心を離れない
あの空も あの風も
微笑む あなたと
僕に出来る ことがあるなら
諦めないと誓う
少しずつ
傷つくたびに 強くなればいい
明日のために
流れ星を探してますか?
交わす願い届くように
果てない旅路の上
足跡を刻んでく
希望を携え
僕がきっと 守り抜くから
僕のすべてを懸けて
だからもう
悲しまないで 笑顔のままで
また逢う日まで
今しか出来ない ことがあるなら
振り向かないで 進もう
少しでも
傷つくたびに 強くなりたい
明日のために
僕に出来る ことがあるなら
諦めないと誓う
少しずつ
傷つくたびに 強くなればいい
明日のために | 내가 할 수 있는 것
작사 : MIZUE, 작곡 : 토쿠나가 히데아키
똑같은 꿈을 몇 번이나 꿔
늘 이쯤에서 잠에서 깨어나네
어째서일까? 소중한 것은
부질없고 잃어버리기 쉽지
마음에서 떠나지 않아
그 하늘도 그 바람도
미소짓는 그대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다짐한다
조금씩
상처입을 때마다 강해지면 돼
내일을 위하여
별똥별을 찾고 있나요?
주고받는 소원이 이루어지도록
끝없는 길 위
발자국을 새겨 간다
희망을 지니고서
내가 꼭 지켜낼테니까
내 모든 걸 걸고
그러니까 이제
슬퍼하지 말고 웃는 얼굴로
또 만나는 날까지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면
뒤돌아보지말고 나아가자
조금이라도
상처입을 때마다 강해지고 싶어
내일을 위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다짐한다
조금씩
상처입을 때마다 강해지면 돼
내일을 위하여 | 
徳永英明
UMCK-5138
SAYONARAの理由
ボクニデキルコト
2006-02-01 |
ⅳ
서두에, 일본어 학습 교재를 펴보던 시절의 어느 날이 마치 먼 추억처럼 떠올랐다고 얘기했듯이,
고교 졸업생의 모습에서 떠오른 것이 큰 눈망울에 빠른 말투의 그 친구를 비롯한, '졸업하는 친구들'만은 아니었습니다.
이 글에서 예닐곱 편 이상 인용한 「일본에서 가장 짧은 편지(日本一短い手紙)」.
그 텍스트로 제게 초급 일본어를 가르쳐준 선생님도 떠올랐습니다. 친구같은 분위기의 그 선생님도.
그나마 제 딴에는 공부한다고 할 시절에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드렸어야 하는데, 그만 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자주 뵐 수 있었을 때 그랬어야 했는데‥ 싶고, 뒤늦게 그러자니 그것도 또 새삼스러워서 겸연쩍고‥, 결국 그냥 지나치고 맙니다.
얼마 전 인터넷 어느 웹 페이지에서 「일본에서 가장 짧은 편지(日本一短い手紙)」와 비슷한 형식의 글 한 편을 발견했습니다.
일본의 어느 중학교 일학년 학생이 초등학교 시절의 선생님께 쓴 '짧은 편지((短い手紙)'가 그것인데요.
'일본에서 가장 짧은 편지(日本一短い手紙)' 대회에서 '선생님께(「先生」へ)'라는 주제로 대회를 연 적은 아직 없는 걸로 아는데
그렇다면 이 '짧은 편지' 글은 그 대회 응모작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先生へ。
卒業するその前に先生が私に言ってくれたこと、
「あなたの笑顔は素敵だよ」あの言葉があったから、
今でも私は笑顔でいます。本当にありがとう。 | 선생님께.
졸업하기 전에 선생님께서 제게 말해주신 것,
「너의 웃는 얼굴은 멋져」그 말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도 저는 웃는 얼굴로 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
ⅴ
참고로 이 글의 BGM으로 사용한 노래,
토쿠나가 히데아키(徳永英明)의 ボクニデキルコト(Boku ni Dekiru Koto, 내가 할 수 있는 것).
이 곡은 TV 애니메이션인 가이킹(ガイキング)의 엔딩 테마곡으로도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인용한 「일본의 제일 짧은 편지(日本一短い手紙)」의 출처는
재단법인 마루오카쵸(丸岡町) 문화진흥사업단입니다.
이 싸이트에는 1993년부터 2002년까지 10년간의 입상작 중에서 일부가 게재되었는데요.
매회 10편씩 모두 100편의 '짧은 편지(短い手紙)'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2003년부터 2006년까지의 '주고받은 편지(往復書簡)'도 20편 있는데
이건 저도 아직 보지 못했는데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관심있으신 분은 오른쪽 링크를 참조하시기를. ● (재)마루오카쵸문화진흥사업단 바로 가기 | 
UMCK-9136
ガイキング
2006-02-01 |
ⅵ
○○ちゃん。君にしかできないこと、きっとあるよ。
○○先生。本当にありがとう。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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