夢追い虫 Yume Oi Mushi 꿈을 쫓는 벌레 |
ⅰ : 추석 연휴는 아직이던, 구월의 첫째 주.
간밤에 꾼 꿈에 내가 나왔다고 하길래 어떤 꿈이었는지 물어봤다.
꿈 속에서 내가 국민은행 문을 열고 들어가더란다.
뒤따라 들어가보니 은행 안에 타코야키가 산처럼 쌓여있고
거기서 내가 그 타코야키를 배가 터지도록 먹고 있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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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너무 많이 먹어서 그랬는지, 먹다가 _ 내가 죽었‥다고 한다, 꿈 속에서.
프하하! 그 얘기를 하면서 우리는 함께 폭소를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먹다가 배불러서 죽다니. |  |
 | 누군가 죽는 꿈은 좋은 꿈이라고 들었는데, 내가 꾼 것은 비록 아니지만 내가 죽는 꿈이라니. 오호!
동그란 모양의 타코야키는 로또 공을 떠올리게 하는데 게다가 은행에서? 이거···, 느낌, 격하게 오는데?
올해부터 로또복권 사업자가 바뀌어서 이제 국민은행은 로또와 전혀 상관없다고들 하지만
그렇게 디테일한 부분까지 꿈과 현실이 똑같으면 그게 도리어 '꿈같잖은 꿈'이라서 비현실적인 거지.
아무튼, 돈을 다루는 은행에서 로또 공같이 생긴 타코야키를 먹다가 배불러 죽다니.
용꿈, 돼지꿈이나 똥바가지를 뒤집어 쓰는 꿈만큼이나 생생하면서 또한 충분히 '상징적'이잖아?
그렇다면? ··· 그래, 이건··· 그거다! |
그런 꿈 얘기를 들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그 얘기를 듣고 '그래, 이건··· 그거다!' 싶어서 그랬는지
그 며칠 동안 길가다가 타코야키 노점상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없던 타코야키 노점상이 내가 주로 다니는 길목에 갑자기 생겨나고 늘어난 것도 아닌데.
금방 얹은 카츠오부시가 파래김 옆에서 꼬무락거리며 자리잡는 따끈한 타코야키.
그냥 눈에 띄는 정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눈에 들어오니 사먹고 싶어졌다.
오래 전 홍대앞 주차장 골목 어딘가에서 먹었던 타코야키의 맛이 다시 입 안에 맴도는 듯.
다른 곳과 달리 와사비 소스를 뿌려줘서 매운 맛이 적당히 자극적이던 타코야키였는데.
하지만 꾹 참았다. 타코야키를 '미리' 사먹으면 안될 것 같아서. 그렇게 일주일 내내.
おかしな ユメですが リアルなのだ 本気でしょ?
이상한 꿈이지만 리얼한 것이다 진짜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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たこ焼き |
 | 가끔 로또복권을 산다. 그 동안 당첨된 적은 고작 오천 원짜리 딱 한 번뿐이지만, 그래도 가끔 산다.
천 원어치든 오천 원어치든 확률적으로는 똑같은 거나 진배없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설사 확률이 그렇다 해도 천 원으로 한 줄만 맞춰보기에는 아무래도 아쉽기에 늘 이천 원어치 산다.
하지만 이번에는 큰 마음먹고 오천 원을 내밀었던 거다. 용산우체국 앞 로또 가판대에서 자동선택.
여섯 개의 번호가 다섯 줄 나란히, 모두 서른 개의 번호로 가득 찬 게임슬립을 반으로 접어 지갑에 넣었다.
··· 오천 원짜리 당첨자 수는 백만 명이 넘었는데 나는 거기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_ 다섯 줄 모두 꽝. +_+
일주일 내내 타코야키 먹고 싶어하던 마음, 언제 그랬냐 싶게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피식. |
ⅱ : 추석 연휴 동안, 구월의 두번째 주말.
추석 전날 밤,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추석에 뭐 할거냐고.
별 일 없다고 하니, 자기도 명절 쇠러 간 곳이 남양주라서 일찌감치 서울로 들어올 수 있다면서
사정이 있어 고향에 내려가지 못한 또다른 친구와 함께 셋이서 점심이나 먹자고, 그랬다.
명절에 문을 여는 식당을 찾기도 힘들고 메뉴도 적당하질 않아서 연중무휴의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정했다.
고향에 내려가지 못한 친구는, 복권 당첨되는 꿈을 꾸었다면서 로또를 사야겠다고 했다.
타코야키 꿈보다 더 확실한 꿈. '그 꿈, 내가 살까?'라는 내 말에 우리는 서로 낄낄대었다.
헤어지고 나서 잠깐 통화할 일이 있었는데 그 때 그가 하는 말. '로또 못샀어. 깜박 했어.'
약속장소에 제일 먼저 도착한 친구는, 아침에 차례만 지내고 곧바로 서울로 돌아왔다고 했다.
우리 셋의 약속도 약속이지만 친지들로부터 들어야 하는 덕담이 부담스럽기도 해서 일찍 나온 거라고 했다.
"그게‥ 그렇지?" 딱히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해 그러고 말았는데 헤어질 때 그가 하는 말. '다음달에 보자!'
僕らは少しずつ進む あくまでも
우리는 조금씩 나아갈 거다 끝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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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있어 고향에 다녀오지 못한 친구 그리고 차례만 지내고 바로 돌아왔다는 친구, 둘 다 얼굴에 미소가 엷어진 듯 했다.
그 누구보다 표정이 밝은 친구들이었는데. 친구로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지켜보는 것뿐. 계절이 바뀌고 또 그렇게 당분간.
ⅲ : 추석 연휴가 끝나고, 구월의 셋째 주.
평소 즐겨보던 연재물도 아니고 그날도 그냥 지나치던 눈길에 잠깐 걸린 틈에 쳐다보던 카툰.
내용은, 얼마 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우린 액션배우다>를 소개하는 것이었는데
신예희라는 작가가 그 영화 얘기는 어떻게 풀어가든, 내게 그것은 별 관심이 되지 못했지만
그 카툰 한복판에 자리한 캡션 한 대목이 내 눈길을 끌었다.
꿈이 뭐냐고 묻는 말엔
두근두근 가슴이 뛰지만
꿈이 뭐였냐는 말은 슬퍼요.
다 끝났단 소리 같아서···. |
이번 추석에 고향에 다녀오지 못한 친구, 차례만 지내고 바로 돌아온 친구.
그 두 친구들은 어떨까?
ユメで見たあの場所に立つ日まで
꿈에서 본 그 장소에 서는 날까지 |
이루고 싶은 꿈이 생기고 하늘 향해 주먹을 내질렀을 때는 두근두근 기대에 찬 가슴이 뛰었겠지만
꿈을 향해 달리기 시작해서 반환점도 지나서 결승점이 이제 곧 닥친다 싶은, 이 계절엔 어떨까?
'기대의 두근두근'은 반환점도 지나기 전에 사라진 것 같은데 그런데도 가슴은 여전히 뛴다.
그것은 '불안의 두근두근' 때문일까? (그건 아니라고 도리질 쳐보기도 하지만)
아니, 말을 돌리지 말자, 그 친구들이 어떨지는 제쳐 두고, 나는?
'기대의 두근두근'은 고사하고 '불안의 두근두근'조차도 없잖아.
이제는 더 이상 달리지도 않으니까. 오래 전부터 이렇게 멀거니 서 있기만 했으니까.
한달에 한 번 정도는 로또 게임슬립을 반으로 접어 지갑에 넣는 나는,
··· 꿈이 뭐지? 아니, 뭐였지? ···
···
··· | 
실컷보고 딴소리 No.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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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 그리고 夢追い虫(Yume Oi Mushi, 꿈을 쫓는 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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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見るな 下見るな 誰もがそう言うけれど
위 보지 마 아래 보지 마 누구나가 그렇게 말하지만
消憧れ 裏切られ 傷つかない方法も
그리워하고 배신당하고 상처입지 않는 방법도
身につけ 乗り越え どこへ行こうか?
몸에 익히고 극복해서 어디로 갈까? |
스핏츠(スピッツ)의 夢追い虫(Yume Oi Mushi, 꿈을 쫓는 벌레)가 수록된 음반은 다음과 같은데요.
2001-06-06 발매 3번째 DVD ジャンボリー·デラックス(Jamboree DeLuxe, 잼보리 디럭스),
2001-10-11 발매 24번째 싱글 夢追い虫(Yume Oi Mushi, 꿈을 쫓는 벌레),
2004-03-17 발매 2번째 B-SIDES 앨범 色色衣(Iroiro Goromo, 이어붙여 기운 옷),
2006-03-25 발매 싱글 컬렉션 앨범 CYCLE HIT 1997-2005.
아 참, 2006년의 싱글 컬렉션 앨범의 초회 한정판에는 보너스 CD가 한 장 더 있는데
거기에 이 곡이 「early version」이라고 덧붙인 타이틀로
다른 버전의 夢追い虫(Yume Oi Mushi, 꿈을 쫓는 벌레)가 따로 수록되어 있기도 합니다.
ユメで見たあの場所に立つ日まで
꿈에서 본 그 장소에 서는 날까지
僕らは少しずつ進む あくまでも
우리는 조금씩 나아갈 거네 어디까지나
ユメで見たあの場所に立つ日まで
꿈에서 본 그 장소에 서는 날까지
削れて減りながら進む あくまでも
깎여지고 닳으면서 나아갈 거네 어디까지나
あくまでも
어디까지나 |
그리고 싱글 부클릿에 의하면, 이 노래의 레코딩에 스핏츠와 함께한 뮤지션은 다음과 같습니다.
쿠지 히로코(クジヒロコ) background vocals
이시다 쇼우키치(石田小吉) background vocals
미야지마 테츠히로(宮島哲博) reverse & effects (ending) | ● 夢追い虫 노랫말 살펴보기

ジャンボリー·デラックス

夢追い虫

色色衣

CYCLE HIT 1997-2005 |
쿠지 히로코와 이시다 쇼우키치는 다른 글에서도 몇 번 언급한 적이 있는 뮤지션들인데 반하여
(관심있으시다면 글 아래 「Tags」에서 クジヒロコ 또는 石田小吉를 클릭하시기를)
미야지마 테츠히로는 이번이 처음인데, 레코딩 엔지니어인 그는 스핏츠의 다른 앨범 작업에도 여러 차례 기용된 바가 있다고 합니다.
스핏츠의 1994년 앨범인 空の飛び方(Sora no Tobikata, 하늘 나는 방법)에서 그들과 인연을 맺은 듯 싶은데,
그 다음 앨범 ハチミツ(Hachimitsu, 벌꿀) 그리고 1998년의 앨범 フェイクファー(Fake Fur, 페이크 퍼)에서도 엔지니어링을 담당합니다.
ⅴ : 한번더 夢追い虫(Yume Oi Mushi, 꿈을 쫓는 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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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의 노랫말에는 「夢(Yume, 꿈)」도 여러 차례 등장하고 「虫(Mushi, 벌레)」도 나오긴 하지만
제목인 「夢追い虫(Yume Oi Mushi, 꿈을 쫓는 벌레)」라는 표현이 따로 나오지는 않는데요.
일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거나 또는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夢追い虫」의 의미와
일본어가 서툰 입장에서 '꿈을 쫓는 벌레'라는 우리말 표현으로 받아들이는 느낌,
그 둘 사이에는 제법 큰 간극이 있을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일본어에서 「虫(Mushi, 벌레)」는 '벌레'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인데요.
이 단어와 다른 단어가 합쳐지면서 생긴 합성어 중에는
진짜 '벌레'가 아니라 어떤 특성을 가진 '사람'을 의미하는 단어가 여럿 있다고 하네요.
이를테면 「泣き虫(Nakimushi, 울보)」, 「弱虫(Yowamushi, 겁쟁이)」같은 단어가 그렇구요.
'책밖에 모르는 사람'이란 표현으로 「本の虫(Hon no Mushi)」라는 표현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고보니 이런 사람을 두고는 우리네 표현으로도 '책벌레'라고 하네요.) |  |
그러니까 일본어에서 「∼虫(∼mushi)」라는 단어 중 몇몇은 우리말로 하면 「∼보」, 「∼쟁이」, 「∼뱅이」라는 뜻의 단어라는 거죠.
우리말에서 보자면 '먹보', '털보'라든가 '겁쟁이', '고집쟁이', '방귀쟁이'라든가 '게으름뱅이' 등과 같은 단어에서처럼
'어떤 특성을 가진 사람'을 가리킬 때의 접미사로 「∼보」, 「∼쟁이」, 「∼뱅이」가 사용되듯이, 「∼虫(∼mushi)」가 그렇다는 거죠.
일본어에서 「∼虫(∼mushi)」로 표현되는 이런 단어들이 모두 부정적인 느낌의 표현만은 아닙니다.
앞서의 「本の虫(Hon no Mushi)」와 같은 표현은 상황에 따라 긍정/부정의 느낌을 다 가질 수 있는 표현이기도 하죠.
하지만 「屁っ放り虫(Heppirimushi, 방귀쟁이)」라든가 「点取り虫(Tentorimushi, 점수벌레)」처럼,
이런 표현들은 상대의 어떤 특성을 조롱하여 이르는, 부정적인 표현인 경우가 대부분일 겁니다.
여성들을 괴롭히는, 아주 질이 나쁜 남성을 뜻하는 「悪い虫(Waruimushi)」 정도면, 아마 최악의 「∼虫(∼mushi)」가 되겠네요.
그렇다면 「夢追い虫(Yume Oi Mushi)」는 우리말로 어떻게 번역하는 것이 매끄러울까요?
우리나라의 스핏츠 팬싸이트 중 으뜸인 (c) spitzHAUS의 욱병이님은 「꿈좇보」, 「꿈보」 정도를 떠올렸다가
그 어감이 좋지 않아 관두고 「꿈을 쫓는 벌레」라는 직역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하는데, 저 역시 공감이 가는 이야기입니다.
● 욱병이님의 '꿈을 쫓는 벌레' 코멘트 바로가기
그렇다고 꿈을, 꿈을 쫓는다는 것을 「∼쟁이」 또는 「∼뱅이」에 붙여봐도 그다지 신통치 않아 보일 뿐 아니라
어감이 어떠냐는 측면에서도 「∼보」의 경우보다 딱히 나을 것도 없이 매한가지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어떤가요? 「夢追い虫(Yume Oi Mushi)」. '꿈을 쫓는 벌레'를 또다르게 표현해본다면?
√ 夢追い虫 노랫말(우리말 번역)의 출처는 (c) spitzHAUS 입니다.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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