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 요즘 즐겨 듣는 노래
최근에 어느 포털 싸이트의 모 카페에 가입한 적이 있습니다.
근데 가입은 했어도 저같은 신입회원은 등급이 워낙 낮아 최소한의 둘러보기조차 안되는 통에
부랴부랴 관리자에게 회원 등급의 레벨 업을 요청하는 글을 해당 게시판에 남기게 되었는데요.
그 요청 문건의 양식에 '좋아하는 노래가 무엇인지'를 쓰는 항목이 있더군요.
잠깐 생각하다가, 스핏츠(スピッツ)의 노래 夕焼け(Yuuyake, 저녁놀)를 좋아한다고 썼습니다.
'요즘 어떤 노래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제가 받는다면
(이 곳을 자주 방문하시는 분은 아마 그리 어렵지 않게 짐작하시겠지만)
'그 질문을 받을 당시의 [myspitz story]에서 최신 글로 등록된 글에 언급된 노래',
그게 저의 대답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을 듯 싶은데요.
그 카페에서 요청의 글을 남길 때, 그 당시 이 곳의 최신 글을 백업한 노래가 그 노래였습니다. | 
NAVER CAFE |
그런데 만약에 그런 질문을 요즈음 받는다면 대답으로 그 노래가 아니라 바로 이 노래를 언급할 것 같습니다.
얼마 전부터 저는 春の歌(Haru no Uta, 봄의 노래)를 자주 듣고 있습니다.
이 노래 역시 스핏츠 노래이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제가 매일 스핏츠 노래만(!) 듣는 것은 아닙니다.
이를테면 바비 킴의 It's Alright, It's Allgood (Feat. 윤미래)와 Maybe도 요즘 자주 듣는 노래 중의 하나입니다. 아무튼.
春の歌 愛と希望より前に響く
聞こえるか? 遠い空に映る君にも
봄의 노래 사랑과 희망보다 먼저 울려 퍼진다
들리니? 먼 하늘에 비치는 너에게도 |
ⅱ : 닥치고 하면 너는 틀림없이 된다
지난 1월 17일 점심 즈음, 토쿄(東京) 외곽 사이타마(埼玉)현의 사이타마신토신(さいたま新都心)역.
개찰구 앞 커피숍 도토루(ドトール)에 홀로 앉아서 두서없이 이런저런 상념에 빠졌습니다.
그렇게 제 머릿속을 오가던 상념들.
그 중 하나를 꼽자면 이런 것.
그 주말부터 본격적으로 줄지어 있던 대학 편입학 시험을 치러야 했던 친구들.
그 시즌을 자조적인 말투로 '죽음의 레이스'라고 부르던 그 친구들의 결과 또는 성과는 어떨지.
스핏츠의 첫 아레나 공연, 2009 さざなみOTR カスタム(2009 잔물결 OTR 커스텀).
저녁 6시가 되면 공연이 시작될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가 창 너머로 보이는 커피숍에서‥, 그랬습니다. | 
さざなみOTR カスタム |
 | 다시 서울. 설날 연휴. 일월의 마지막 주.
잇달아 치러지던 그들의 시험은 설날 연휴에 잠깐 멈추었다가 연휴가 끝나자마자 다시 시작되었는데
'막판 스퍼트'가 절실하던 그 때, 이차 전공면접를 치르고 나오는 그들을 잠시 만났습니다.
면접이라는 것이 흔히 그렇듯, 예상치 못한 질문에 허둥대기도 했다고 낙심한 표정을 짓더군요.
‥ ‥
영어시험이든 전공면접이든, 잘 치렀든 아니든, 매일같이 치러지던 시험들은 아무튼 그렇게 끝났답니다. |
重い足でぬかるむ道を来た トゲのある藪をかき分けてきた
食べられそうな全てを食べた
무거운 발걸음으로 질퍽거리는 길을 왔다 가시덤불을 헤치고 왔다
먹을 수 있을 듯한 것은 모두 먹었다 |
 | 그리고 드디어 대학별로 드문드문 또는 한꺼번에 합격자 발표가 있던 이월 초순.
당사자인 그 친구들은 당연히 말그대로 '매일 피를 말리는 나날'을 보냈을텐데
발표가 시작되기 직전 하루이틀은 괜스레 저까지도 불안해지고 입 안이 마르는 듯했습니다.
실은 대학 편입학 시험을 치른 그 친구들 중 한 명의 경우,
「닥치고 하면 너는 틀림없이 된다」고 제가 그 친구에게 격하게 권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서
만에 하나라도 혹시 기대한 만큼의 좋은 결과가 나오지 못한다면
제가 그 친구의 형편과 사정을 알지도 못하면서 그저 '부추기기만 한 꼴'이 될까봐 두려웠나 봅니다. |
ⅲ : 너는 이렇게 달라졌다
학창 시절에는 대학생이 된다든지 학년이 올라간다든지 해서 뭔가 달라지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은데
사회인이 된 다음에는 해를 거듭해서 넘겨도 '나는 이렇게 달라졌다'고 자신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세상이라는 것이 '대문 나서면 어디든 지옥, 눈뜨면 배신의 연속'으로 다가오는 사회생활 속에서
이리 부대끼고 저리 치이다 보니 그저 하루하루 넘기는 것조차 숨이 차서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실천이나 의지는 고사하고 도리어 매일 다운그레이드되는 듯 해서 더욱 그렇겠지요.

ukulele | 사회생활을 한 지도 이제 제법 되는, 또 다른 친구가 제게 이런 이야기를 한두 번 했던 적이 있습니다.
나이는 자꾸 먹어가는데 몇 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다지 달라진 게 없다고.
달라졌다고 해봐야 그것은 직위 같은 겉모습 정도일 뿐 속은 그대로인 것 같다고 말하는 듯 했는데요.
「이렇게 달라졌다」라고 하는 것은 어쩌면 본인보다는 주위에서 더 쉽게 느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하와이에 출장을 다녀와서는 제게 선물이라며 우쿨렐레(ukulele)를 쓱 내밀던 그 친구가
몇 년 전과 비교해볼 때 꽤 많이 달라졌다는 느낌을 주위 사람들에게 주거든요. 제가 보기에는요.
그래서 그런지 예전에 비해 여유있어 보여서도 좋구요. 그 친구 스스로는 그렇지 않다고 해도 말이죠. |
물론 그 친구가 어느 때 할 것 없이 마냥 좋아보이고 그랬던 것만은 아닙니다.
기대와 각오를 가지고 그가 추진하던 일이, 어떻게 보면 '추진한다는 이야기로만 벌써 몇 년째인지' 싶기도 해서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저로서는 저렇게 시간만 흘러가고 혹시 흐지부지되면 또 얼마나 상처가 클까 하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그의 차분한 목소리가 주는 안도감이나 듬직한 몸집이 주는 신뢰감과는 다르게 내심 그렇게 조마조마한 심정도 때론 생겼다는 거죠.
ⅳ : 소리치고 싶은데도 애써 미소 지었다
며칠 전, 앞서 얘기한 친구가 평소와 달리 달뜬 목소리로 제게 전화를 했습니다.
「닥치고 하면 너는 틀림없이 된다」고 제가 여러 차례 다그쳤다던 그 친구가 말입니다.
― 나, 합격했어!
같은 날, 메신저에서 만난 또 다른 친구에게서도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우쿨렐레'의 그 친구는 '드디어 19일에 오픈하니까 그날 꼭 놀러오라'고 하더군요.
해를 거듭 넘겨가며 진행해왔던 그의 아웃도어레포츠 프로젝트가 드디어 결실을 맺은 겁니다. |  |
'닥치고 하면'의 그 친구는 시험 시즌이 임박했던 지난 일월, 몸살감기을 심하게 앓으면서 눈물을 흘렸던 적이 있었는데
온몸이 쑤시고 떨리고 이러다가 앉은 채로 정신을 잃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눈물은 그 고통 때문이 아니라,
일 년 가까이 준비해왔는데 막판에 한 번의 몸살감기로 어이없이 무너질까봐 그게 너무 분해서 눈물이 나왔다고 하더군요.
「닥치고 하면 너는 틀림없이 된다」는 다그침을 「닥치고 하면 나도 틀림없이 된다」는 자신감으로 자기최면을 걸면서
'막판 스퍼트'에 젖 먹은 힘까지 다 내던 때였으니, 그 분을 삭이지 못해 쏟아지던 눈물은 또 얼마나 서러웠을지‥.
平気な顔でかなり無理してたこと 叫びたいのに懸命に微笑んだこと
朝の光にさらされていく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꽤나 무리하고 있었던 것 소리치고 싶은데도 애써 미소 지었던 것
아침 햇빛을 맞으며 간다 |
창작의 성취감, 창작물이 주는 감동, 하면 보통은 문학, 미술, 음악 등의 예술적 창작물을 떠올리는 것이 보통이겠지요.
물론 보통은 그렇겠지만, 저는 '우쿨렐레'의 그 친구도 그런 느낌과 거의 다를 바 없는 성취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이룬 결실이 예술적 창작물은 아니라서 비록 불특정 다수의 타인들과 그 감동을 쉽게 나누기는 어렵겠지만,
당사자 본인이 느끼는 성취감, 그것 하나 만을 두고 보자면
그것은 두툼한 두께의 장편소설, 200호 정도 크기의 그림, 제대로 된 한 장의 음악CD를 만들어냈을 때와 다를 바가 없지 않을까요?
春の歌 愛も希望もつくりはじめる
遮るな 何処までも続くこの道を
봄의 노래 사랑도 희망도 만들기 시작한다
가로막지마 끝없이 이어지는 이 길을 |
ⅴ : 마음은 벌써부터 봄
며칠 전까지는 낮에는 따뜻해서 '입춘 지났으니 이제는 봄'이란 생각을 들게 하더니
마치 여름 장마비같던 굵은 빗줄기의 비가 내리고 나자 다시 추워졌습니다.
하지만 잠깐 춥다해도 마음은 벌써부터 봄입니다, 봄 봄.
그래서 더욱 스핏츠의 春の歌(Haru no Uta, 봄의 노래)입니다.
사 년 전 スーベニア(Sourvenir, 기념품) 앨범이 발매되었을 때부터 좋아하게 된 노래이긴 하지만
지금 이 계절에 듣는 만큼 이렇게 가슴에 확 다가오는 노래가 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닥치고 하면'의 그 친구 그리고 '우쿨렐레'의 그 친구.
그 친구들은 둘 다 이제 각자의 청춘, 그 어느 지점에서 맞이한 새로운 전환점에 서있습니다.
그것은 주먹 불끈 쥐고 신발끈을 조여 매는, 다시 부여받은 기회의 출발선이라 말할 수도 있지요. | 
スピッツ
スーベニア
2005-01-12 |
長いトンネルをくぐり抜けた時 見慣れない色に包まれていった
実はまだ始まったとこだった
긴 터널을 빠져나갔을 때 낯선 빛깔에 둘러싸여 갔다
사실은 겨우 시작되었던 참이었다 |
'닥치고 하면'의 그 친구와 '우쿨렐레'의 그 친구, 두 사람의 소식에 제가 기뻐할 때 마침 자주 듣던 노래여서 그런지 몰라도
春の歌(Haru no Uta, 봄의 노래), 이 노래의 노랫말이 마치 그들의 이야기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저에게만 그런 것이겠지만요.
그래서 아마 앞으로 저에게는 이 노래가 「그 친구들의 의지, 성취 그리고 자신감」 등을 자연스럽게 추억하는 노래가 될 것 같습니다.
ⅵ : 낮달을 바라보며 나는
정월 대보름을 하루 앞둔, 이월의 두번째 일요일 오후.
자전거를 타러 나가기에는 꽤 늦어버린 오후였지만 문득 마음 먹은 김에 오랜만에 페달을 밟았습니다.
중랑천으로 접어들면서 하늘을 보니 동그란 낮달이 이미 떠있었습니다.
그 친구에게 「닥치고 하면 너는 틀림없이 된다」고 다그치기만 했지, 정작 저 자신은 어떤가 싶더군요.
몇 년을 두고도 고작 이삼 킬로그램 정도의 체중 감량도 해내지 못했으니
결국 '닥치고' 해야 할 사람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저 자신인 셈이지요. 그래서 쓴웃음, 씨익. |  |
군자교였나 중랑교였나 아무튼 다리를 몇 개 지나치며 한참을 달리다가 약간 맵고 싸한 냄새에 갑자기 허기를 느꼈습니다.
알고보니 대보름을 앞두고 천변의 마른풀을 태우는 냄새였습니다. 이런‥, 그런 냄새에까지 허기를 느끼면서 다이어트라니. 쯧.
ⅶ : 그리고
오늘 지하철역에서 도보 십 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병원에 병문안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
고작 십 분 정도 걷는데도 바람도 은근히 불어서 그런지 꽤 춥더군요.
이 꽃샘추위가 며칠 계속되는 건 아닌지 조금 걱정됩니다.
'우쿨렐레'의 그 친구, 오픈 행사는 분명 '아웃도어'에서 치러질텐데‥,
그 전에 날씨가 확 풀려서 그 날은 정말 봄날처럼 따뜻하면 좋겠습니다.
'닥치고 하면'의 그 친구는 첫 합격 이후에도 합격 소식이 계속 이어지더니
무려 여섯 군데 대학의 최초합격자 명단에 이름이 올랐습니다.
이제는 제가 「닥치고 다이어트!」, 「문제는 의지박약!」이라는 말을 듣게 되는 것 아닌지.
삼월부터는 지하철 이호선 노선에 위치한 어느 명문대학교에 다닐 그 친구에게 말입니다. ^^ |  |
ⅷ : 스핏츠 팬들을 위한 덧붙임
● 하나 둘 셋 넷, 열기
+ 1
일본어 초급 수준을 벗어난 사람이라면 아시는 내용이긴 합니다만,
일본어에서 '가다'라는 뜻의 동사(動詞)인 '行く'는 일반적으로 'いく(iku)'라고 발음하는데요.
하지만 '更け行く(fukeyuku, 밤이 깊어가다)'와 같은 문장어(文章語)적인 단어라든지
시(詩) 또는 노랫말 같은 운문에서는 '行く'를 'ゆく(yuku)'라고 발음합니다.
불쑥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이 노래에도 이런 표현이 있는 구절이 몇 군데 나오는데
보컬리스트 쿠사노 마사무네(草野マサムネ)가 'ゆく(yuku)'라고 노래하는 부분이
앨범과 싱글의 부클릿에 나와있는 노랫말에는 'いく(iku)'로 인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즉, 마사무네는 '朝の光にさらされていく'로 표기된 노랫말을 '朝の光にさらされてゆく'로,
'歩いていくよ サルのままで孤り'로 표기된 노랫말을 '歩いてゆくよ サルのままで孤り'로,
'幻じゃなく 歩いていく'로 표기된 노랫말을 '幻じゃなく 歩いてゆく'로 노래합니다.
● 春の歌 노랫말 살펴보기 | 
竜馬がゆく |

ソラトビデオ 4 | + 2
春の歌(Haru no Uta, 봄의 노래)가 수록된 음반은 다음과 같습니다.
2005년 1월 12일 발매 앨범
スーベニア(Sourvenir, 기념품).
2005년 4월 20일 발매 싱글
春の歌 / テクテク (Haru no Uta / Tekuteku, 봄의 노래 / 터벅터벅).
2005년 8월 3일 발매 DVD
ソラトビデオ 4(Sora to Video, 하늘과 비디오).
2006년 3월 25일 발매 앨범
CYCLE HIT 1997-2005. | 
春の歌 / テクテク

CYCLE HIT 1997-2005 |
+ 3
앞서 스핏츠의 첫 아레나 공연, 2009 さざなみOTR カスタム(2009 잔물결 OTR 커스텀) 얘기를 잠깐 했었는데요.
제가 봤던 2009년 1월 17일의 공연에서는 아쉽게도 이 노래, 春の歌(Haru no Uta, 봄의 노래)가 연주되지는 않았습니다.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さいたまスーパーアリーナ) 공연 두번째 날인 1월 18일 공연의 앵콜곡으로,
오사카성 홀(大阪城ホール) 공연에서도 두번째 날인 1월 25일의 앵콜곡으로 이 노래가 연주되었다고 합니다.
+ 4
이 노래는 인트로부터 곡 전반에 걸쳐 기타 스트로크 사운드가 인상적인 곡인데
마사무네의 어쿠스틱 기타와 미와 테츠야(三輪テツヤ)의 일렉트릭 기타가 함께 어우러지는 기타 스트로크 중에서
두번째 후렴부가 끝난 다음의 브릿지,
특히 '歩いていくよ サルのままで孤り'에서 '幻じゃなく 歩いていく'로 넘어가는 부분에서
마이너 코드의 리듬 스트로크가 뭐랄까‥, 제게는 비장하게(!) 느껴질 만큼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歩いていくよ サルのままで孤り
幻じゃなく 歩いていく
걸어서 갈 거야 원숭이인 채로 혼자
환상이 아니라 걸어서 갈 거다 |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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