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 고맙습니다
지난 해 십이월, 오랜만에 스핏츠(スピッツ) 팬 카페의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저는 온라인으로도 활동이 부실한 회원이고 오프라인 모임도 (마음과 달리) 참석이 뜸한 편인데
그날은 한해를 마감하는 송년 모임이라서 제 딴에는 '이번 만큼은 꼭'이라는 마음으로 참석했지요.
그런데 그날 그 모임에서 저는 어느 참석 회원으로부터 뜻밖의 선물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양방언, 일본에서는 료 쿠니히코(梁邦彦)라고 불리는 피아니스트의 싱글,
スカーレット(Scarlet, 스칼렛)이 그것입니다.
스핏츠의 쿠사노 마사무네(草野正宗)가 만든 곡을 뉴에이지 풍으로 연주한 피아노 곡인데
Riverside Version, Snowflake Version 이라는 두 가지 버전으로 들을 수 있고
그리고 또 다른 곡 하나를 포함해서, 모두 세 곡이 수록된 싱글이더군요.
스핏츠 관련 컬렉션이기도 한 그 싱글은 요즘은 구하기 거의 힘든 '레어(!)'아이템이기에
선물 포장을 벗기는 제 손은 오랜만에 소위 '득템'의 촉감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더구나 저는 그날 이전까지 그 분을 뵌 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처음 얼굴을 대하는 저에게 그런 귀한 선물을 주신 그 분에 대한 고마움이 더욱 특별했습니다. | 
梁邦彦
スカーレット |

해와 달·나무와 장욱진 | 그리고 2008년의 마지막 날, 뜻밖의 선물을 받는 기쁨을 한 번 더 누렸습니다.
우편으로 받은 그것은 절판되어 쉽게 구할 수 없는 장욱진의 화집, 해와 달·나무와 장욱진이었는데요.
앞서의 싱글CD가 그랬듯이 이 화집 역시 제가 받을 만한 '특별한' 이유나 자격은 없다고 생각들었기에,
게다가 굳이 우편으로 보내주시는 수고까지 끼쳐드린 것 같아 고마움은 물론 죄송한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장욱진 화백의 화집을 선물한 그 분은 표지 안쪽에 '왠지…' 라는 표현이 포함된 문구를 남겨주셨더군요.
왠지…. 왜 그런지 모르게…. 뚜렷한 이유도 없이 그냥….
그러고 싶어서 누군가에게 '선물'을 보내신 그 분의 마음 씀씀이를 떠올리면
그저 받기만 했던 제 마음보가 염치없이 느껴져 스스로 부끄러워지기까지 하네요. |
피아노로 듣는 スカーレット(Scarlet, 스칼렛).
어쩌다 일본에 갈 기회가 있을 때면 중고음반 매장에 들려서 이 음반을 찾아본 적이 여러 차례였어요.
하지만 싱글도 이른바 '맥시싱글'이라는 형태로 바뀐 지 오래라서
이 싱글과 같은 '8센티미터 싱글'은 매장의 구석으로 밀려나서 뒤져보기도 만만찮아졌지요.
그러다 결국 구하기를 포기한 지도 꽤나 오래되었는데
○○○님 덕분에 이제 CDP에 로딩시켜서 좋은 음질로, 제대로 감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게 귀한 선물을 건네주신 ○○○님. 고맙습니다. |  |

장욱진
가로수 | 자화상 (종이에 유채. 14.8×10.8cm. 1951).
가로수 (캔버스에 유채. 30.0×40.0cm. 1978).
밤과 노인 (캔버스에 유채. 41.5×29.0cm. 1990).
… 마음을 맑게 만들어주는 여러 그림들.
장욱진 화백이 남긴 작품들은 작은 치수의 작품들이 많다고 하던데, 그 덕분에
저는 화집의 도판으로 즐겨도 마치 원본을 즐기는 듯한 느낌이라, 참 좋습니다.
일반 서점에는 없을테고 아마 갤러리 쪽에 문의를 한다든지, 구하느라 무척 애쓰셨을 것 같아요.
제게 귀한 선물을 보내주신 ○○님. 고맙습니다. |
ⅱ : 스핏츠 팬들을 위한 덧붙임
대중적으로 알려지기로 하면 한국에서는 스핏츠와 양방언 중에서 누가 더 윗길인지 모르겠지만
일본에서의 인지도로 따져보면 료 쿠니히코 보다는 스핏츠가 분명히 더 높다는 점,
그리고 쿠사노 마사무네가 만든 곡이고 스핏츠의 히트 넘버 중 하나라는 점 등으로 미루어 짐작하면
료 쿠니히코의 スカーレット(Scarlet, 스칼렛) 피아노 연주곡은
스핏츠의 '오리지날' 곡이 히트한 이후에 나온 '인스트루멘탈 리메이크'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그런 짐작과는 달리, 료 쿠니히코의 スカーレット 싱글은 스핏츠 히트곡의 리메이크가 아닙니다.
료 쿠니히코의 スカーレット 싱글과 스핏츠의 スカーレット 싱글,
둘 다 같은 날인 1997년 1월29일에 발매되었으니 굳이 따지자면 둘 다 '오리지날'인 셈이지요.
각각의 싱글 자켓을 힐끗 보기만 해도 색조만 다를 뿐,
같은 컨셉트의 디자인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누가 봐도 한눈에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다만 곡 제목인 '스칼렛(scarlet)'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뜻 중에서
'주홍색/진홍색'이라는 의미를 염두에 두고 본다면
스핏츠의 싱글 자켓에 눈길이 먼저 가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요.
(료 쿠니히코 또는 양방언의 팬들에게는 죄송하지만, 후훗!) | 
スピッツ
スカーレット |
이 글에 백업되는 곡은 선물받은 싱글의 첫번째 곡인 スカーレット(Scarlet, 스칼렛), Riverside Version 입니다.
찬 바람이 가끔 불긴 해도 삼월 들어선지 일주일이나 됐으니 '스노우플레이크' 보다는 아무래도 '리버사이드' 쪽으로 손이 나가네요.
혹시 료 쿠니히코의 건반 연주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메인 멜로디를 들려주는 플루트 음률에 귀를 기울이는 분이 계시나요?
스튜디오 뮤지션인 플루트 연주자 소마 미츠루(相馬充)라는, 마음씨 넉넉한 할아버지 같이 생긴 분이더군요.
부클릿에 영문으로 표기되어있는 이 뮤지션 이름의 한자 표기가 어떻게 되는지 한참 헤매는 통에, 여기까지만.
● 스핏츠의 スカーレット Album Mix 이야기가 있는, 또다른 myspitz story .. 바로가기
+
글 제목은 마사무네가 쓴 スカーレット(Scarlet, 스칼렛) 노랫말 중에서 한 부분을 골랐는데…, 특별한 의미는 없습니다. ^^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