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 언젠가 '상상 이상의 미래'를 맞이할 너에게
하고 싶은 일이나 갖고 싶은 물건은 그렇게 생각한 바로 그 때 시작하거나 손에 넣으려 노력하지 않으면,
반드시 어느 샌가 자신에게서 사라져 버린다. |
무라카미 류(村上龍)의 소설 『러브 & 팝 (ラブ&ポップ トパーズⅡ)』에서의 한 문장,
이 문장에서 나는 문득 너를 떠올린다.
명치 어딘가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이기지 못해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던 그날의 너를.
물론 무라카미 류가 이 문장을 통해 묘사하고자 한 것은 내가 떠올리는 너의 모습과 무관하고
게다가 '끝까지 가는 원조교제'를 하기로 마음먹은 여고생을 소재로 한 소설에서의 문장이라서
생뚱맞기까지 하지만···, 나는 이 문장에서 그날의 너를 떠올린다.
나름대로 쉼없이 노력해왔지만 목표하고 있는 것을 성취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 불안감이 아마 극에 달했던 듯한 그날의 너를. 그래서 울컥했던 너를.
··· | 
チェリー |
지금 당장 해내지 않으면 절대로 안된다든지 오늘이 아니면 두 번 다시 돌이킬 수 없다든지, 그런 경우는 사실 흔치 않아.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나중'이라는 대책이 없지 않으니 걷고 있던 발걸음이라면 서둘러 뛰기만 하면 될테고
굳이 오늘이 아니더라도 마음을 제대로 고쳐 먹고 주먹 불끈 쥐면 '내일'이라는 기회를 잡아 만회하기도 하니까.
하지만 '지금'을 지나쳐버린 무심함은 '나중'이라는 대책이 있어도 그것 역시 지나치기 일쑤이고
'오늘'을 넘겨버리는 게으름은 '내일'이라는 기회가 다시 와도 잡지 않고 흘려 보내버리기 쉽지.
다행스럽게 또 다른 대책과 다시 찾아온 기회를 잡아도 이전의 그것들에 비해 몇 배의 땀을 흘려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러기에 다들, 세상의 일이란 다 때가 있는 법이라고, 그렇게 말하는 지도 몰라.
얼마 전 잠깐의 이야기를 통해 이즈음 너의 주요 관심사는 네가 나아갈 길 즉, '진로'라고 들었어.
다음 번에 기회가 생긴다면 비록 내가 상식선의 의견에서 그리 멀리 나가지 못한다 하더라도
네가 나아갈 길에 대해서 진지하게 논의하는 자리를 언제 한 번 함께 하고 싶어.
다만 지금은 그 논의는 뒤로 미루고 이 여름에는, 일단 달리자, 라고 너에게 말하고 싶은 거야.
매일 매 시간 매 분초가 모두 소중하겠지만
내가 보기에 이번 여름은 너에게 특히 중요한 나날이기 때문이지. |  |
'하고 싶은' 그리고 '갖고 싶은' 무언가를 '손에 넣으'려면 적어도 한 번 이상은 숨이 턱에 닿도록 달려야 할 필요가 있는데
그 계절이 바로 이번 여름이니까. 그렇게 전력 질주한 여름이 도움닫기가 되어 구름판을 딛고 높이 멀리 뛰어 오를테니까.
지금은 뿌옇게 가리워진 길이거나 또는 한 갈래로만 보이는 길이라서 다소 자신없기도 하고 이 길이 맞는지 불안하지만
전력 질주의 끝에 구름판을 딛고 뛰어 오르는 네 앞에는, 네가 나아갈 길이 여러 갈래로 그리고 뚜렷하게 펼쳐져 있지 않을까?
무라카미 류의 그 소설에는 일본의 록 밴드 스핏츠(スピッツ)의 노래 하나가 나오는데
노랫말 거의 전부가 소설의 일부로 인용된 곡, チェリー(Cherry, 체리)에는 때마침 이런 표현이 있다.
きっと 想像した以上に 騒がしい未来が僕を待ってる
틀림없이 상상했던 이상으로 떠들썩한 미래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
이번 여름이 여느 해와 여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여름이 되고 말지
아니면 앞으로 다가올 어느 날에 '지금'의 이 여름을 가슴 뿌듯하게 돌이켜 볼지는
지금의 너에게 달려 있어. |  |
 | 언제나 그랬듯이, 나는 너를 믿고 있어.
그날 네가 흘렸던 그 눈물을 나는 잊지 않고 있다.
이번 여름, 너는 힘껏 달려서 구름판을 딛고 뛰어오를테고
언젠가 '상상했던 것 이상의 떠들썩한 미래'를 당연하게 맞이할 거야.
그날의 눈물 이후 너는 더 이상 흔들림 없이 성큼성큼 나아가고 있으니까. |
스핏츠의 쿠사노 마사무네(草野マサムネ)는 チェリー(Cherry, 체리)에서 이렇게 노래하면서 끝맺는다.
いつかまた この場所で 君とめぐり会いたい 언젠가 다시 이 장소에서 너와 우연히 만나고 싶어 |
 | 초급 수준의 일본어는 예전에 끝낸 적이 있는 너니까
'우연한 만남'이라는 뜻을 가진 「めぐりあい」라는 표현은 한자 표기에 따라 어감이 다소 달라지긴 해도
그것이 '우연한 듯 싶지만 운명적인 만남'이라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아마 알고 있을테지.
언젠가 '상상했던 것 이상의 미래'를 맞이할 너를, 마치 우연인 듯 (운명처럼) 만날 거라고,
그래, 스핏츠가 노래하는 것처럼 그렇게 예정되어 있다고 나는 믿고 있어.
그러니까 머잖아 너에게 다가올 '떠들썩한' 그날을 기대하면서 이번 여름을 멋지게 달려주기를.
알지? 오늘도 나는 너를 응원하고 있어. 힘내! |
ⅱ : 러브 & 팝
● 소설책, 펴기
소중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빨리 손에 넣거나, 경험하거나 하는 수 밖에 없다. 하룻밤이나 두 밤 정도만 지나면 이미 평범한 것으로 변질되고 만다. 그렇게 되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프라다 체인백을 사기 위해 맥도널드 같은 데서 반 년씩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고생은 없다.
···
센터 거리의 커피숍 마이아미 위에 있는 노래방에 갔다. 아저씨가 먼저 SPITZ 노래를 해서 히로미(裕美) 사총사는 조금 놀랐다.
너를 잊지 않을 거야, 구불구불한 길을 가, 방금 태어난 태양과 꿈을 건너는 노란색 모래, 두 번 다시 돌아 올 수 없어, 서로의 맘을 흔들며 지내던 날들, 분명히 상상했던 것 이상의 떠들썩한 미래가 나를 기다리고 있어, 사랑한다는 떨림만으로 강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자그마한 기쁨을 부서질 정도로 꼭 껴안고, 넘칠 듯한 추억을 지저분한 손으로 써 내려갔던, 그 편지는 빨리 버렸으면 좋겠다고 했으면서도, 조금 졸려, 차가운 물로 억지로 깨워 지금 재촉하듯 날려버리는 것처럼 지나가 버려.
아저씨는 처음엔 원곡대로 노래하다가 고음 처리가 안 되자, 재빨리 한 옥타브를 내렸다. 좀 무리하고 있다고 나오가 히로미에게 말했다. 이런 아저씨들 꽤 많아.
잔꾀를 부리든, 진실되게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언젠가 이 장소에서 너와 우연히 만나고 싶어.
 앙코르, 앙코르 하고 치사(知佐)가 박수를 쳤다. 이런 곡도 다 알고 계시네요, 치에코(千惠子)가 박수를 치면서 칭찬했다.
···
어떻게 반지를 살 거냐고 아무도 묻지 않았다. 원조교제 이외엔 방법이 없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엄마한테 받은 수영복 값에서 1만엔 정도 남아 있었기 때문에 반지를 사기 위해서는 앞으로 85,500엔. 오늘 사지 않으면 분명히 그 반지에 대해서는 잊어 버리고 말거라고 히로미는 생각했다. 치사가 댄스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 히로미는 같이 배우고 싶었다. 언젠가는 시작해야지 생각하고 있던 중에 어느 샌가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하고 싶은 일이나 갖고 싶은 물건은 그렇게 생각한 바로 그 때 시작하거나 손에 넣으려 노력하지 않으면, 반드시 어느 샌가 자신에게서 사라져 버린다.
∼ 무라카미 류의 소설 『러브 & 팝』 중에서. | 
ラブ&ポップ トパーズⅡ |
참고로, 스핏츠의 チェリー(Cherry, 체리) 싱글은 1996년 4월 10일, 수록된 앨범은 같은 해 10월 23일에 발매되었고
무라카미 류의 소설 『러브 & 팝』은 같은 해 11월에 주로 문예 서적을 간행하는 출판사 겐토샤(幻冬舎)에서 발간되었다.
ⅲ : 스핏츠 팬들을 위한 덧붙임
● CD 부클릿, 펴기
1996년 4월 10일 발매 스핏츠의 열세 번째 싱글 チェリー(Cherry, 체리).
작사 작곡 : 쿠사노 마사무네(草野正宗)
편곡 : 사사지 마사노리(笹路正徳) & 스핏츠
엔지니어 : 사카모토 아츠히로(坂本充弘)
연주 시간 : 4분 19초.
가제(假題) : びわ(Biwa, 비파)
처음에는 다른 리듬 패턴으로 레코딩되었다가 믹스 다운 후 리듬 트랙만 다시 레코딩했다고 하며
메인 보컬은 물론 코러스까지, 보컬 파트는 모두 보컬리스트 마사무네의 것이라고 한다. | 
チェリー

バニーガール |


1996-10-23
インディゴ地平線 | 싱글 커버를 보면 스핏츠 멤버 네 명의 옆 얼굴이 나와있는 스탬프가 줄지어 있는데
같은 모습의 넉 장 그리고 한 장의 웃는 모습으로 해서, 멤버 별로 각각 다섯 장씩으로 이루어져 있다.
왼쪽 위에서부터 헤아려 내려오자면 마사무네는 네 번째, 기타리스트 미와 테츠야(三輪テツヤ)는 첫번째,
베이시스트 타무라 아키히로(田村明浩)는 세 번째, 드러머 사키야마 타츠오(崎山龍男)는 다섯 번째가
한 장의 다른 그림 즉, 웃는 모습의 일러스트레이션이다.
초회 한정 싱글의 경우 우표 모양의 스탬프가 직접 커버에 붙여져 있었다고 하는데
이 곡이 수록된 インディゴ地平線(Indigo Chiheisen, 인디고 지평선) 앨범의 오렌지색 트레이를 열어서
뒷쪽 표지를 꺼내 보면 엽서가 거기에 인쇄되어 있고 스탬프를 붙일 공간도 표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Cherry Stamp Here!' 라는 오렌지 색 문구가 그 공간을 가리키고 있는 걸 보면,
아마 초회 한정 싱글에 첨부되어 있는 스탬프를 그 네모 칸의 공간에 붙여보라는 의미인 듯.
● チェリー 노랫말 살펴보기 |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