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 연애의 끝, 헤어짐을 겪는 감정이란
눈에 콩깍지가 씐 남녀에게 '그 사람, 어디가 그렇게 좋아?'라고 물어본들
입 끝을 귀 밑에 건 채 '그냥, 다 좋아!'라고 하는 바람에 덩달아 웃을 수 밖에 없기도 하고
'말수가 적어서 좋다'든지 '웃는 모습이 좋다'든지 하면서 구체적으로 말한다고 해도
알고보면 은근히 말 많은 사람일 수도 있고 또 웃는 모습 좋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싶으니
그게 결국 '눈에 콩깍지 씐 남녀' 그들만의 느낌일 뿐 백퍼센트 공감을 받지 못할 수도 있지요.
또, 헤어지는 남녀들은 어떤 이유로 그렇게 되었어야 하는지를 들어봐도 그렇습니다.
상황 별로 각자 어떤 잘잘못이 있었는지는 그다지 어렵지 않게 이해가 된다 해도
별다른 큰 문제 없던 연애가 왜 파국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었는지는 요령부득일 경우도 있습니다.
남녀가 서로 좋아하고 또 싫어지는 감정은 애당초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되는 것이기도 해서 그럴테지요. |  |
 | 연애의 감정, 스스로도 통제가 되지 않는 그 감정은 이성이나 합리 등의 개념을 손쉽게 마비시킨 채
앞뒤 재지 않고 열정으로 달려 나가서는 여기저기 생채기가 나도 개의치 않고 기뻐하기만 하는가 하면
한편 그 뜨거운 마음은 언제 그랬냐는 듯 간곳 없이 무관심으로 변해버린 것을 어느날 문득 느끼기도 하고
심지어는 외곬의 마음이나 미움이 되어 스스로 만들어낸 지옥 속에서 매일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합니다.
그리고 만남의 과정에서 드러나는 감정은 다소 유치해도 기껏해야 주위에 '닭살' 정도만 돋게 할 뿐이지만
헤어짐의 과정에서 보여지는 감정의 몇몇 모습은 때로 주위의 가까운 사람들도 외면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
그런데 헤어짐을, 특히 남녀 관계에서의 그것을, 대중 음악의 노랫말에서는 왜 아름답게만, 멋있게만 묘사되는지.
늘 그렇게 아름답고 멋있지만은 않을텐데. 아니, 도리어 구질구질한 경우가 더 많은 듯 싶은데 말이지요.
보통은 눈물이 날 때도, 영화에서의 여배우처럼 우아하게 눈시울을 적시지 못하고, 코까지 풀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더 이상 오지 않는 문자메세지를 기다리느라 휴대폰을 손에서 놓질 못하다가 짜증만 내고 결국 또 절망하는데.
메신저에서 자신이 차단된 줄도 모른 채 오프라인 모드로 숨어서 기다리다가 지쳐서 잠들어버리기를 거듭하고 있는데.
남녀가 만나서 서로 좋아하게 되고 또 그러다가 마음이 변해서 결국엔 헤어지고 마는 일련의 과정은
스스로 '콩깍지'가 되면 자연히 겪게 마련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소설, 영화, 대중 음악 등을 통해서 쉽게 추체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직접 체험의 전자는 상대방보다는 자신의 입장에서 그 과정을 뒤돌아보게 마련이니 자신 위주로 미화되기 쉽고
추체험의 후자는 소설, 영화, 대중 음악의 속성 상 연애의 과정에도 당연히 있는 너절한 일상과 구질구질함은 슬쩍 비껴갑니다.
특히 대중 음악에서의 그 묘사는 너절하고 구질구질한 현실의 모습은 더더욱 비껴가기 일쑤여서
정리되지 못한 앙금으로 불안정한 자신의 모습보다는 다른 사람이 품 안에서의 행복까지 빌어주는 순애보,
떠나간 사람을 향한 혼자 된 사람의 원망보다는 함께 하던 시절에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회한 등으로만 가득합니다.
특히 남성이 화자(話者)인 시점으로 노래되는 대중 음악은 거의 모두가 그런 것 같습니다.

斉藤和義 | 대중 음악이 대중 문화의 상품으로 제대로 소비되려면
헤어짐이라는 재료도 그런 분위기로 가공되어 제품화되는 게 당연하다는 걸 알면서도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대면서 제가 괜히 심술궂게 딴죽을 걸고 싶은 심정이 되는 이유는,
이런 말을 해대는 제가 요즘 되풀이해서 듣는 노래 중의 하나가 바로 그런 노래,
적당히 쿨(cool)한 분위기로 헤어짐을 노래하는, 홀로 남게 된 남자의 노래라서 그렇습니다.
헤어짐 이후 남겨진 사람의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 되어 질척거리는 게 보통의 모습일텐데
어찌 노래에서는 그런 모습마저 이타(利他)적으로까지 느껴질 정도로 묘사되는지 투덜대면서도
그런 분위기의 노래에 어느새 깊게 감정이입된 제 자신에게 괜한 도리질을 하는 것일테지요. |
사이토 카즈요시(斉藤和義)의 발라드, 彼女(Kanojo, 그녀) 싱글 버전.
해질 녘 홀로 옥상에 올라가 엎드려 저녁달에게 건네는, 지나가버린 사랑의 이야기.
지금도 그녀를 좋아한다고. 어떻게 생각하냐고.
그때 좀 더 다정하게 대해주었더라면 아직 내 곁에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녀의 눈물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무심했다니.
그날의 '안녕'을 애써 부정하고 싶지만 이미 그 시절은 추억이 되어 흔들리고.
···
와인에 취해 붉어지는 나. 새벽녘이 되어 붉어지는 달.
어느덧 날은 밝아오는데 아직 다 이야기 못한 '그녀'와의 지난 날.
그래서 또 잠 못 이루게 될 오늘밤 그리고 또 내일밤도.
··· | 
彼女 PV |
노랫말을 거듭 되새기며 노래를 듣고 있으니, 마치 얼마 전에 제가 헤어짐을 겪기라도 한 듯한 느낌도 잠깐 듭니다.
그리고 노랫말에 그려진 연애의 모습에서, 그 연애의 '미처 전해 듣지 못한 다른 모습'이 제 마음대로 상상되기도 하구요.
그 바람에, '그녀가 눈물 짓던 것을 눈치채지 못했었다'는 노래 속의 어느 분위기가 저에게 포개어져서는
제가 무심결에 내뱉은 몇 마디 말이, 지금에 와서는 제가 기억조차 못하는 거센말이
좋아하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눈물 흘리게 했을 거라는 생각도 떠올라···, 괜히 마음 한 구석이 묵직하게 됩니다.
···
헤어짐을 노래하는 분위기는 왜 다들 아름답고 멋있기만 하냐는 저의 투덜거림은 어느새 슬그머니 사라지구요.
ⅱ : 나에게는 들리지 않아 그날의 안녕이 들리지 않아
彼女
屋上に寝そべって 月と話しをしてた
もうすぐよく見えるよ 夕暮れに囁いた
君に聞きたい事が 一つあるけどいいかい?
「今も彼女が好きだ…」 ねぇ、君はどう思う?
毎日ため息ばかり ついて暮らしてた
気付かなかった 彼女涙してた事
君のようにやさしく 照らしてあげてたら
まだ僕のそばに居たかなぁ
少し寒くなったね 上着を取ってくるよ
さっき買ったばかりの ワインも一緒に
僕には聞こえない あの日のさよならが 聞こえない
毎日ため息ばかり ついて暮らしてた
気付かなかった 彼女涙してた事
君のようにやさしく 照らしてあげてたら
まだ僕の胸に居たかなぁ
少ししゃべりすぎたね 君も少し紅いね
屋上の片隅で 想い出が揺れてる
もうすぐ夜が明けるよ 君も消えてしまうね
今夜は楽しい事 話せたらいいね… | 그녀
옥상에 엎드려 달과 이야기를 했어
이제 곧 잘 보이겠지 해질 녘에 속삭였어
너에게 묻고 싶은 것이 하나 있는데 괜찮으려나?
「지금도 그녀가 좋아···」 있잖아, 넌 어떻게 생각해?
매일 한숨만 쉬며 살았어
눈치채지 못했어 그녀가 눈물짓던 것
너처럼 다정하게 비춰주고 있었으면
지금껏 내 곁에 있었을까나
조금 추워졌네 윗도리를 가져와야겠어
방금 전에 샀던 와인도 함께
나에게는 들리지 않아 그날의 안녕이 들리지 않아
매일 한숨만 쉬며 살았어
눈치채지 못했어 그녀가 눈물짓던 것
너처럼 다정하게 비춰주고 있었으면
지금껏 내 가슴에 있었을까나
조금 많이 지껄였네 너도 약간 발그레하네
옥상의 한구석에서 추억이 흔들리고 있어
이제 곧 날이 밝아올테지 너도 사라져 버리네
오늘 밤은 즐거운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어··· | 
斉藤和義
彼女
1994-09-24

斉藤和義
歌うたい15
SINGLES BEST
1993~2007
2008-08-06
|
논리, 합리, 이성 등의 잣대를 갖다대봤자 해답을 찾을 길이 없고 스스로의 속내조차도 알 길 없는 감정으로 가득찬 연애.
··· 생채기가 나도 아픈 줄 모르고 둘이서 앞으로 달려나가기만 하던 시절에도 그들에게 시시한 일상은 분명 있었을텐데
··· 결국 둘 중 한 사람의 마음이 먼저 떠나면서 권태를 느끼고 다른 쪽은 지옥을 겪으면서 헤어짐에 이르는 너절함도 있는데
노래들은 시시하고 너절하고 구질구질한 시공간을 다 지워버리고 오로지 불꽃같던 순간들만 들려줍니다.
언애의 끝인 헤어짐은 물론 헤어짐 이후 오랜 시간이 흐른 뒤의 모습까지도 그렇게만 묘사합니다.
따져보면 앞서 제가 노래를 두고 이러니저러니 딴죽을 걸고 싶은 심정이었다는 것도 공연한 심정인지 모릅니다.
설명이 되지 않는 연애를 하는 것도, 지우고 싶은 것은 애써 잊고 특정한 기억만 취사선택하여 추억으로 남기려는 것도,
노래가 아니라 우리들일테고, 노래는 그저 우리 뒤를 따라와서 지난 날 연애의 이모저모를 한 번 더 보여줄 따름인지도 몰라서요.
ⅲ : 사이토 카즈요시 팬들을 위한 덧붙임
● 덧붙임으로는 조금 길지만, 열기
토치기(栃木)현 시모츠가(下都賀)군 출신. 야마나시가쿠인(山梨学院)대학 중퇴. 1993년 데뷔.
2009년 7월 현재 36장의 싱글, 12장의 정규 앨범을 포함 25장의 앨범, 3장의 비디오, 7장의 DVD 발매.
(8월 5일 뉴 싱글 발매 예정, 9월 16일 뉴 앨범 발매 예정)
사이토 카즈요시는 「셋짱(せっちゃん)」이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는데 그 유래가 재미있는 것이,
그가 대학 시절 「섹스하고 싶다(セックスしたい)」고 떠벌리고 다녔던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그는 고양이를 무척 좋아해서 여섯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산다고 하는데
2002년 발매의 22번째 싱글 음반 커버에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를 직접 촬영한 사진을 쓰기도 했습니다. | 
やわらかな日
2002-11-20 |
그는 일본어 랩에 대해서 「시시한 익살(ダジャレ)」이라고 하면서 연령적으로 자신의 피에는 없는 장르라고 말한 적이 있다는데
그의 幸福な朝食 退屈な夕食(Koufukuna Choushoku Taikutsuna Yuushoku, 행복한 아침식사 따분한 저녁식사)를 들어보면
사이토 카즈요시가 정말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나 싶어집니다.
그가 1997년에 발표한 14번째 싱글인 그 노래는 록 밴드 분위기의 연주를 백업으로 한, 제게는 아주 멋진 랩 넘버라서요.
아무튼, 다시 彼女(Kanojo, 그녀) 싱글 버전으로 돌아와서 이 노래를 만든 뮤지션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작사 · 작곡
편곡 |
사이토 카즈요시
사이토 카즈요시, 마츠오 카즈히코(松尾一彦) |
사이토 카즈요시
오쿠보 아츠오(大久保敦夫)
에미 나오야(恵美直也)
이시자카 카즈히로(石坂和弘)
타나카 아츠시(田中厚)
Everything She Wants |
보컬, 코러스, 어쿠스틱 기타, 피아노
드럼, 퍼커션
일렉트릭 베이스
일렉트릭 기타
키보드
코러스 |
제이팝에 대해서 밝은 사람이라면 혹시 편곡에 이름 올려진 마츠오 카즈히코에 주목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칠팔십년대의 일본의 대중 음악계를 풍미했던 밴드 오프 코스(オフコース)의 기타리스트, 마츠오 카즈히코이거든요.
그리고 코러스의 담당했다는 Everything She Wants도
마츠오 카즈히코가 여성 보컬리스트인 후쿠다 야스코(福田康子)와 둘이 함께 했던 보컬 유닛이라는데
이 노래가 발표되었던 1994년에 결성해서 앨범도 제작한 바 있지만 얼마 있지 않아 해산했다고 합니다.
사이토 카즈요시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하나 더 굳이(!) 덧붙이자면,
2007년에 발매된 紅盤(Kouban, 빨강 음반)이라는 타이틀의 컨셉트 앨범에서 그는
하마다 쇼고(浜田省吾)의 君に会うまでは(Kimi ni Au madewa, 너를 만날 때까지는)라는 곡을 커버했는데
그 인연으로 2008년 6월부터 소속사를 하마다 쇼고가 소속된 '로드 앤드 스카이'로 이적했다고 합니다.
사이토 카즈요시가 소속사를 어디로 옮겼느냐 하는 자질구레한 것을 제가 왜 언급하는지
[myspitz story ···]를 자주 방문하시는 분들 중 스핏츠(スピッツ) '광'팬들께서는 아마 짐작하실 겁니다.
'로드 앤드 스카이(Road & Sky Group)'는 스핏츠 팬들에게도 익숙한 이름의 회사거든요. :) | 
紅盤
2007-03-21 |
● YouTube에 있는 彼女 애니메이션 PV 보기
● 사이토 카즈요시 이야기가 있는, 또다른 myspitz story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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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쏙 드는 뮤지션을 추천해준 バキちゃん、한 번 더 고마워!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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