空も飛べるはず Sora mo Toberuhazu 하늘도 날 수 있을 거다 |
ⅰ : 뜻밖에 스핏츠
언젠가 친구가 길가다가 스핏츠(スピッツ) 노래를 듣고는 반가운 마음에 문자메세지를 보내온 적이 있다.
반포 꽃시장 근처의 어느 편의점 앞을 지나치다가 들었다고 했는데
무슨 노래냐고 물으니 그 친구는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무튼 스핏츠가 맞다고 했고
나중에 음성 통화를 통해 그의 흥얼거림을 들으니 그건 魔法のコトバ(Mahoh no Kotoba, 마법의 말).
뜻밖의 장소에서 좋아하는 밴드의 노래가 흘러 나왔다니 살짝 놀라는 한편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그날의 점원이 자신의 mp3 플레이어와 연결해서 들려주는 걸까 아니면 업소용 유선방송에서 흘러 나오는 걸까.
어떻게 해서 나오게 된 스핏츠인지는 몰라도 입 끝은 살짝 귀밑을 향하고 그것을 화제로 해서 일없이 통화는 길어진다.
누군가의 팬이라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일테다.
나 자신이 비록 멤버들의 생일 하나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어설픈 팬이라 해도 말이다.
ⅱ : 어김없이 스핏츠
한국의 스핏츠 팬들에게는 이미 꽤나 알려져 있는 곳이긴 한데,
명동 사보이 호텔 쪽 유니클로 건너편에 있는 어느 화장품 가게에서는 늘 스핏츠의 노래가 흘러 나온다.
다른 노래는 나오지 않고 스핏츠의 노래만 나온다니 처음엔 믿겨지지 않기도 했는데, 정말 그랬다.
직접 몇 차례 그곳을 가보니 적어도 내가 그 가게 앞을 지나칠 때는 어김없이 스핏츠만 흘러나왔으니까.
그래서, 명동에 나가는 일이 생겨서 그쪽을 걷게 되면 가끔 그 건너편에 서서 노래를 듣고 있기도 한다.
마치 유니클로 명동점 앞을 약속 장소로 정해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인 양,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면서 무심한 듯한 표정으로 있지만 실은 남몰래 스핏츠를 흥얼거리고 있는 것이다. | |
앞서, 예상치 않은 장소에서 좋아하는 밴드의 노래를 듣게 될 때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는데
내가 좋아하는 밴드의 음악이 쉼없이 흘러나온다는 즉,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이 특정 장소에서 일상적으로 연출될 때도 그렇다.
어떤 화장품 매장에서는 언제나 스핏츠의 노래만을 랜덤으로 '네버-엔딩 플레이' 해준다는 것, 이 역시 기분이 좋아질 수 밖에 없다.
이 다음 노래로는 뭐가 나올까 궁금해서, 노래 하나가 끝나갈 즈음에도 발길을 돌려 그 자리를 뜨기가 쉽지 않다.
주인이 스핏츠를 좋아하는 것은 틀림없는데 점원들은 어떨까, 그들도 좋아할까, 적어도 몇몇 멜로디에 익숙해지긴 했겠지.
여러 앨범의 곡들이 랜덤으로 나오는 걸 보면 컴퓨터의 오디오 프로그램을 쓰는 모양인데 그러면 그건 아이튠즈일까 윈앰프일까.
누군가의 팬이라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일테다.
길 가다가도 멈추어 서서 듣고, 쓸데없다고 해도 상관없을 정도의 소소한 것들까지 궁금해지니 말이다.
ⅲ : 우연히 스핏츠
KT&G 상상마당에서 발간하는 매거진 브뤼트(BRUT) 2010년 7월호.
(아마도 연재물인 듯한) 「Private Music List 50」라는 소제목의 기사.
'곰다방오너'라는 음악애호가의 플레이 리스트를 처음엔 건성으로 훑어보다가
나와 비슷한 취향도 여럿 있길래 차근차근 살펴보니
'혼자 산책하며 찌질거리고 싶을 때'라는 카테고리에서 스핏츠의 노래 하나.
空も飛べるはず(Sora mo Toberuhazu, 하늘도 날 수 있을 거다). | |
십여 년 전에 나왔던 노래가 지금도 누군가의 플레이 리스트에 올려져 있는 것을 보면, 또 괜히 반갑다.
포털 사이트에서 '스피츠'라고 검색하면 '애견 검색순위'가 뜰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관심이 멀어진 지 제법 되었지만
오랜 세월이 흘러도 그렇게 어떤 이가 '산책하며' 스핏츠를 듣고 있듯이 나도 십여 년 쯤 듣고 있다.
검색순위에 오를 만큼 당장의 '베스트 셀러'는 아닐지라도 여전히 즐길 수 있는 '스테디 셀러'의 음악을.
혹시 싶어서 검색을 해보니, 그 음악애호가는 홍대앞에서 '커피볶는 곰다방'이라는 이름의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데
특이하게도 음료를 마시면 주는 쿠폰을 15번 찍으면 무료 음료 한 잔이 아니라 책 한 권을 준댄다.
'산책하며' 스핏츠를 즐기는 사람은 어떤 책을 권해줄런지 자못 궁금해져서 조만간 한 번 굳이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렇게 들려서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마침 스핏츠의 노래까지 거기서 흘러나온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을테고.
누군가의 팬이라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일테다.
십여 년 전의 노래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도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스테디'하게 좋아하고 있으니 말이다.
ⅳ : 스핏츠 팬을 위한 덧붙임
2003년 12월 17일 한정 발매된 스핏츠의 DVD 박스.
放浪隼純情双六 LIVE 2000-2003
(Hohroh Hayabusa Junjoh Sugoroku LIVE, 방랑 하야부사 순정 스고로쿠 라이브).
DVD 2매, 사진집 1권.
DVD 두번째 장의 마지막 트랙.
空も飛べるはず(Sora mo Toberuhazu, 하늘도 날 수 있을 거다).
2000년 9월 23일 일본의 토쿄(東京)에 있는 아카사카(赤坂) 블리츠(BLITZ)에서의 라이브.
지금 이 글에 첨부된 BGM은 이 라이브 DVD에서 추출된 것이다. | |
● 空も飛べるはず 노랫말 살펴보기
● 앨범 버전의, 또다른 空も飛べるはず myspitz story .. 바로가기
참고로 (무려 100쪽 분량의) 두툼한 사진집에는 우리나라에서의 스핏츠 모습도 담겨 있다.
2001년 5월 26일 서울에서 5컷.
같은 해 12월 19일 부산에서 5컷, 12월 20일 기차로 이동하면서 3컷, 12월 21일 서울에서 2컷.
2003년 4월 18일 서울에서 5컷, 4월 19일 고속도로휴게소에서 1컷, 4월 20일 부산에서 3컷.
한국에서의 사진이 모두 24컷이나 수록되어 있으니 100쪽 사진집의 1/4에 가까운 분량이다.
이 모든 사진은 사진작가 나이토 준지(内藤順司)의 작품인데 관심이 있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
● JUNJI NAITO PHOTOGRAPHS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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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고맙습니다. 덕분에 브뤼트, 잘 읽었어요.
√ 空も飛べるはず 노랫말(우리말 번역)의 출처는 (c) spitzHAUS 입니다.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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