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집앞에서 만나서 동트기 직전까지 자판기 커피만으로 즐겁게 수다를 떨었던 그 친구들.
이번 여름의 휴가는 그들 두 사람이 같이 일본으로 여행 가는 것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해외 출장이 가끔 있는 덕분에 출장을 겸해서 그 여자친구와 함께 나간 적이 한 번 있다고 했는데
일은 잊고 온전히 휴가로만 보내기 위해서 두 사람만의 해외 여행은 올 여름이 처음인 듯 싶었다.
큐슈(九州) 여행으로 여름 휴가를 보내려고 했던 계획을 접고 '설악산 일박'으로 달랜 다음
돈을 더 모아서 다음 번에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친구도 있는데
"같이 갈래?"라고 하는 말에 씨익 웃고 말았지만 속으로는 '그거 재밌겠는데?' 하는 생각이 철없이 들었다.
소나기 그친 후 더 새파래진 하늘과 그림처럼 뭉글뭉글한 뭉게구름의 한여름.
거미줄에 맺힌 빗방울을 통과하면서 찌를 듯이 부서지며 여러 갈래로 반짝이는 햇빛, 그런 노래.
염소와 함께 들판을 뛰노는 모습 그리고 아마도 밀짚모자.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 또래가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 같은 색감과 천진난만의 분위기, 그런 이미지.
칠월 말 팔월 초.
그런 노래와 그런 이미지 같은 휴가를 보낼 수 있다면, 참 좋겠다.
그러니까 짜증나고 골치 아픈 일상사, 적어도 지금 이 시즌만큼은 제발 그만.
스핏츠의 메이저 데뷰 앨범, スピッツ(Spitz, 스핏츠).
옅은 파란색 바탕에 중첩된 불가사리가 중앙에 크게 자리한 커버 이미지는
발매된 지 이십 년 가까운 지금 봐도 산뜻하면서도 의미심장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인디 신에서 막 메이저로 올라온 밴드의 도전적인 분위기도 아울러 느낄 수 있다.
그 '불가사리' 커버 사진을 촬영한 작가는 토리이 마사오(鳥居正夫).
그의 작품세계가 궁금하다면,
그의 공식 사이트 ● 토리이 마사오의 작업 파일(鳥居正夫の仕事ファイル) 클릭. | 
1991-03-25
スピッツ |
앞뒤 표지를 제외하고는 흔히 '갱지'라고 부르는 질이 낮은 종이로 되어있는 부클릿에는
사진작가 오기소 타케오(小木曽威夫)가 촬영한 흑백 사진 5장이 수록되어 있는데 지금 시점에서 보면 상당히 흥미롭다.
밴드 멤버 각각을 얼굴만 클로즈업해서 찍은 4장의 사진은 마치 '프로필 사진' 같아서 피식 웃음이 나오는데
이 앨범 이후에는 어느 앨범의 부클릿에도 그렇게 크게 얼굴을 보여주는 사진이 없으니 팬들에게는 귀한 것이기도 하다.
특히 보컬리스트 쿠사노 마사무네(草野マサムネ)의 경우,
눈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 뜨고 있는 마사무네를 부감 쇼트로 찍은, '얼짱사진' 각도의 사진이니, 더더욱 드문 사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