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에도 서툰 듯 한데 어쩌다 단승식 경마와 도박으로 빚투성이가 되어버린 청년.
결국에는 생면부지의 할머니를 상대로 '오레오레(나야 나)' 전화사기까지 하게 되는 신야(シンヤ).
그를 주인공으로 하는 단편에서 그가 내뱉는 탄식과 불만의 독백.
살아가다 보면 운이라는 것도 분명 있긴 하지만, 신야와 같은 생각이 드는 경우가 나는 그다지 없는 것 같다.
'되는 놈'들이 그저 '운이 좋았던 것뿐'이라든지 노력했다는 말이 '잘난 척'으로 여겨진다든지 하는 생각 말이다.
'재수'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그 사람의 '재주'인지도 모른다고 가끔 말하기도 하는 나로서는,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무언가를 이룬 사람들은
그저 운이나 재수가 좋아서만이 아니라 분명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고 생각하기에
그들의 성과를 두고 경의를 표하진 못할지언정 적어도 (소설 속의 인물처럼) 그것을 폄하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소설 속 인물의 또다른 독백에는 이것 역시 아니다 싶으면서도 슬그머니 공감이 간다.
'나란 인간은 뭘 위해서 태어나 뭘 위해서 살아가는 걸까' 하는 따위의 생각은 복잡하게 할 필요 없다는 독백.
'배가 고프니까 먹고 졸리니까 자고 똥을 눴으니까 닦는' 것이 분명 '바른 인간의 모습'은 아닐텐데
그게 바른 모습이든 아니든 그냥 그렇게 '심플'한 게 맞다는 식으로 넘기고 싶은 것은 요즘 내가 많이 지쳐서일까?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더위까지 먹어서 온몸이 축 처지니 더욱 그렇다.
그렇게 '심플'한 것이 확실히 바른 모습은 아닌데··· 여러모로 편하긴 하다.
머릿속도 헝클어지지 않고 적당히 말끔한데다가 마음에 거치적거릴 일도 일단 드러나지 않고 가려지니까.
만난 지가 제법 된 친구와 메신저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음 학기에 성적 장학금을 받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100%는 아니고 50%" 라고 대단치 않은 듯 말했지만 일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는 그 친구의 경우,
다른 장학금과는 달리 성적 장학금은 오로지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손에 쥘 수 있는 것이니
스스로는 대단찮은 거라고 게다가 전액도 아니고 반액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것은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노력의 결과, 그래서 이루어 낸 결실인 것이다.
무언가를 성취해낸 사람의 등 뒤를 조금만 눈여겨 살펴보면 그런 결실을 차곡차곡 쌓아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친구의 노력. 그에 따른 결실. 그것 역시 하나둘 쌓여서 언젠가 큰 성취를 맛보게 되기를 바란다.
아, 그 장학금은 유럽 배낭 여행을 꿈꾸며 여행 경비를 모으고 있는 그 친구에게 적지않은 도움도 될 것 같다.
그런데 유럽 배낭 여행이라.
유럽. 배낭. 그리고 여행.
각각으로도 마음이 설레이는 이 세 단어가 연이어 있으니 나도 가고 싶어진다.
마음 맞는 친구 두셋 정도 함께 나도 떠나고 싶다. 혼자라도 괜찮고.
2007년 10월 10일 발매된 스핏츠의 열두 번째 정규 앨범.
さざなみCD(Sazanami CD, 잔물결 씨디).
이 앨범은 직전 정규 앨범인 スーベニア(Souvenir, 기념품)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뱔매되었고
앨범 발매 후 시작된 전국 투어 전반기 일정에 정식으로 대한민국 서울 공연도 포함시켜
광장동의 멜론악스 홀(현 악스코리아)에서 공연을 한 바 있어
국내의 스핏츠 팬, 특히 최근에 그들의 음악을 접한 국내 팬들에게는 가장 익숙한 앨범일 것이다.
그 중에서 열 번째 트랙인 トビウオ(Tobiuo, 날치)는 수록곡 중 가장 빠른 템포의 곡으로서
(혹시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아니 그럴 기회를 일부러 만들어서라도)
오디오의 볼륨을 가능한 만큼 최대한 올려서 즐겨보라고 권하고 싶은 곡이다.
혹시 '진짜배기 엑스터시(ホンマモンのエクスタシー)'를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 
2007-10-10
さざなみCD |
노랫말 중에 '하테루마에서 왓카나이로 여행 도중에(波照間から稚内へ 旅の途中で)'라는 부분이 있는데
'하테루마'는 오키나와(沖縄)현의 야에야마(八重山)제도의 이리오모테지마(西表島)의 남쪽에 위치한 섬이며
사람이 사는 섬으로는 일본 최남단의 섬이라고 한다.
- 이쯤에서 스핏츠의 숨은 명곡 魚(Sakana, 물고기)에 나오는 단어인 '호시즈나(星砂)'를 떠올릴 수도 있다 -
그리고 '왓카나이'는 시 단위로는 일본 최북단에 있는, 인구 사만이 채 안되는, 홋카이도(北海道) 북쪽의 작은 도시이다.
그러니까 '하테루마에서 왓카나이로'라는 표현은 우리 식으로 하자면 '마라도에서 두만강으로' 정도가 되겠다.
'호시즈나'가 궁금하다면 ● 魚 myspitz story ··· 바로가기 (스핏츠 팬들을 위한 덧붙임 참조)
그리고 노랫말 중에 '아우라(オーラ)'라는 단어를 두고 한참 고민을 했는데,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오라'이고 일본어의 발음도 '오라(オーラ)'이지만
독일의 철학가 발터 벤야민의 예술이론으로 널리 알려진 개념으로 독일어 '아우라(Aura)'에서 비롯되기도 해서
(내게 '아우라'는 익숙한 단어이지만 '오라'는 아직 그렇지 않기도 하고) 우리말 표준어는 아니지만 '아우라'로 표기했다.
구글 검색에서 '오라'는 약 천만 개의 검색 결과가 나오는데 반해 '아우라'는 구천만 개에 가깝게 나오는 것도 한몫했다.
사자 이미지를 중심으로 한 후쿠다 토시유키(福田利之)의 일러스트레이션에 포함된,
커버 모델은 하야카와 미도리(早川みどり)라는 여배우라고 하는데
토쿄와 오사카 사이의 아이치(愛知)현 출신으로 키 163cm에 1990년 2월 7일생 물병자리.
특기는 그림그리기와 스키, 취미는 독서와 영화감상이라고 하니 특별한 취향은 없는 듯.
이 커버 모델을 촬영한 사진작가는 1973년 야마가타(山形)현 출신 오쿠구치 마코토(奥口睦).
1993년 이미지 스튜디오 109 입사, 1997년 우치다 쇼지(内田将二)에게 사사,
2001년 독립하여 활동하고 있다고 하는데, 관심있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
● 오쿠구치 마코토 트위터 바로가기
● 츠지 매니지먼트(辻事務所)의 오쿠구치 마코토 페이지 바로가기 | 
早川みどり |
부클릿 마지막 부분에 모노톤으로 보여주는 멤버들의 이미지는 나이토 준지(内藤順司)의 작품.
최근 다른 글에서 언급한 적 있지만 스핏츠와 상당히 밀접한 작가이므로 다시 한번 더 링크.
● JUNJI NAITO PHOTOGRAPHS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