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이 글은 지난 번 글에 이어지는 것이므로 먼저 그 글을 읽고난 다음에 이 글을 읽는 것도 괜찮겠다.
● 앨범 버전의, 지난 번 いろは myspitz story ··· 바로가기
지난 번 글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로하(伊呂波, いろは)의 사전적 의미와 곁다리」쯤 되는데
그런 것에 그다지 관심이 없거나 시간이 없다면, 음··· 그냥 지나쳐도 된다.
어쨌거나 (지난 번 글에 이어지는 글이지만) 이번 글에 백업하는 것은 라이브 버전.
2003년 12월 17일에 한정 발매된 DVD에서 추출된 いろは(Iroha, 이로하)다.
스핏츠(スピッツ)의 이 노래를 두고 지난 번 글에서 원래 하려고 했던 이야기는,
이 노래를 듣고 있거나 또는 노랫말을 곱씹어 보거나 할 때 떠오르는 느낌이나 이미지 중에
혹시 성적(性的)인 무언가가 있는지 궁금하다는 것이었다. |
2003-12-17
放浪隼純情双六
LIVE 2000-2003 | |
ⅱ
이를테면 싸이가 노랫말을 쓴 서인영의 신데렐라에서
'열두 시 지나면 나는 변해'서 '내가 널 어떻게 할지도' 모른다고
'나의 선택'으로 너를 '열두 시부터 어택(attack)'하겠다는 노랫말은
자정을 넘기면 다시 재투성이 아가씨로 돌아간다는 동화 속 신데렐라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성적 공세를 취하겠다는 여성의 이야기라는 것을, 노래를 들으면 누구라도 안다.
그리고 도나 썸머(Donna Summer)의 Love to Love You Baby 같은 곡은
17분 가까운 연주 시간 내내 간헐적으로 흘러나오는 스캣 만으로도 성적인 상상이 가능하다. |
Love to Love You Baby | |
이니그마(Enigma)의 앨범 LMCMXC a.D.의 경우는 수록곡 모두가 성(聖)과 성(性)이 뒤섞인 콘셉트의 앨범인데
그레고리안 성가와 섹슈얼리티를 융합한 사운드로 충격을 준 이 앨범에서 가장 유명한 트랙인 Sadeness의 경우,
'사디즘(가학음란증)'이란 단어가 유래된 사드(Sade)를 소재로 했다는 걸 모른 채 들어도 에로틱한 느낌이 온다.
(가끔 곡명이 'Sadness'로 잘못 알려지기도 하는데 'Sadness' 즉, '슬픔'이 아니라 'Sadeness'다)
라틴어로 '내 탓이오'라는 뜻의 Mea Culpa라는 트랙은 종교적 표현인 제목과의 부조화로 도리어 더 에로틱한 곡이다.
내가 들었던 음악 중에서 이건 정말 너무 심하다는 느낌을 받아서 다른 사람에게 권하기가 난감한 곡은
킬러루프 미츠 존 비 노먼(Killerloop meets John B. Norman)의 Chi Mai(Virtual Sex Edit)다.
영화 음악의 대가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가 만든 여러 명곡 중의 하나인 Chi Mai를
트랜스 계열의 음악으로 만든 여러 가지 믹스들 중의 하나인데, 이 버전만 그렇다.
시작부터 절정에 이르기까지의 신음소리로 가득차 있어 혼자 듣기도 민망할 정도다.
서인영처럼 노랫말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도나 썸머처럼 스캣 또는 창법의 기교를 통해서,
이니그마처럼 앨범 전체적인 사운드의 분위기로, Chi Mai (Virtual Sex Edit)처럼 아예 대놓고,
이렇듯 많은 대중 음악들이 은연중에 또는 과감하게 섹슈얼 코드를 드러내고 있는데
그렇다면 혹시 스핏츠의 いろは(Iroha, 이로하)에도 성적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있는지,
혹시 있다면 그것은 과연 어떤 것인지, 그것이 지난 번 글에서부터 쓰려고 했던 것이다.
사실 이 궁금증은 상당히 오래 전에 읽었던, 어느 스핏츠 팬의 글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내 스핏츠 팬 사이트 중의 하나인 'simplySpitz'에 게재된 이 곡의 리뷰가 바로 그것이었는데
오래 전에 읽었던 글이고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어떤 내용이었는지 가물가물하다.
다만 일본인들 중에 그렇게 느끼는 경우가 있다든가 하는 부분만 기억에 남아있는데
다시 차근차근 읽어보고 싶지만 현재 '심플리'의 운영이 중단되어 있으니 방법이 없다. | |
ⅲ
일본어가 서툰, 특히 듣기가 약한 나로서는 그냥 듣기만 해서는 그런 느낌이나 분위기를 발견할 수 없다.
그러니까 멜로디, 리듬 그리고 쿠사노 마사무네(草野マサムネ)의 음색에서 그런 것들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여성 팬들 중에서 듣는 사람에 따라 혹시 그럴 수도 있는데···, 짐작이지만 아무래도 흔하지는 않을 듯 싶다)
그렇다면 노랫말을 따져보는 수 밖에 없는데, 초급 일본어 수준의 나로서는 난감하다.
섹스와 직접 관련된 표현을 드러내놓고 노래하지 않는 밖에야,
노랫말에 사용된 단어가 가지는 사전적 뜻을 넘어선 뉘앙스라든지 일본어에서만 통하는 수사법이라든지
나아가 단어나 문장의 발음에서 유추 해석이 가능한 섹슈얼 코드라면, 나로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일단 いろは(Iroha, 이로하) 노랫말을 눈으로 따라가면서 한 번 제대로 들어보자.
● いろは(Iroha, 이로하) 노랫말, 열기
いろは ∼ スピッツ
波打ち際に 書いた言葉は
永遠に輝く まがい物
俺の秘密を知ったからには
ただじゃ済まさぬ メロメロに
まだ 愛はありそうか?
今日が最初のいろは
ポルトガルから 地の果てに着いた
暗い谷間へ逆さまに
ハッと目が覚めて フォーカス合う前に
壁に残った 奴の顔
まだ 愛はありそうか?
今日が最初のいろは
まだ 愛はありそうか?
今日が最初のいろは
波打ち際に 書いた言葉は
永遠に輝く まがい物
俺の秘密を知ったからには
ただじゃ済まさぬ メロメロに
作詞・作曲 ∶ 草野正宗 | 이로하 ∼ 스핏츠
파도 치려고 할 때 썼던 말은
영원히 눈부시게 빛나는 가짜모조품
내 비밀을 안 이상에는
그냥으론 끝나지 않네 흐리멍덩하게
아직 사랑은 있을 것 같으냐?
오늘이 최초의 이로하(伊呂波)
포르투갈로부터 땅끝으로 도착했다
어두운 산골짜기에 거꾸로
퍼뜩 잠에서 깨고 초점 맞기 전에
벽에 남아 있던 녀석의 얼굴
아직 사랑은 있을 것 같으냐?
오늘이 최초의 이로하
아직 사랑은 있을 것 같으냐?
오늘이 최초의 이로하
파도 치려고 할 때 썼었던 말은
영원히 눈부시게 빛나는 가짜모조품
내 비밀을 안 이상에는
그냥으론 끝나지 않네 흐리멍덩하게
작사·작곡 ∶ 쿠사노 마사무네 |
2000-07-26
隼
2003-12-17
放浪隼純情双六
LIVE 2000-2003
● いろは 노랫말
(후리가나 표기) 살펴보기 |
ⅳ
조금 민망스럽긴 했지만, 일본어에 능숙한 사람에게 いろは(Iroha, 이로하) 노랫말을 보여주고 도움을 청했다.
일본어가 모국어 수준인 사람의 경우, 혹시 이 노랫말에서 어딘가 에로틱하다는 느낌을 받을 부분이 있냐고.
막연히 이 노랫말 어떠냐가 아니라 그런 부분을 '굳이' 찾아달라고 부탁해서 그런지
밑줄이 세 군데 그어져 있고 그 아래 간단한 코멘트가 붙어서 노랫말 프린트가 돌아왔다.
ただじゃ済まさぬ メロメロに 그냥으론 끝나지 않네 흐리멍덩하게 |
① : 「ただじゃ済まさぬ」코멘트 : "천한 말", 「メロメロ」코멘트 : "취해서 정신없는, 사랑에 빠져 해롱해롱"
ポルトガルから 地の果てに着いた 포르투갈로부터 땅끝으로 도착했다 |
② : 「地の果てに着いた」코멘트 : "섹스하는 상황을 암시"
③ : 「暗い谷間」코멘트 : "여성성", 「逆さまに」코멘트 : "오럴 섹스"
먼저 ③부터 보자면,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어두운 산골짜기'는 성인 여성의 성기를 은유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거꾸로'라는 표현 역시 구강성교의 일종인 쿤닐링구스(cunnilingus)가 연상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조금 더 나아가 흔히 '식스나인(69)'이라고 부르는 체위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②의 경우는 조금 까다로운데, 일단 그렇게 받아들이고 유추/확장 해석해보면 그럴 듯도 하다.
포르투칼이 처음으로 일본에 소총을 전해준 나라라는 것을 떠올린다면
'총기'가 '남성성'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이 문장이 성적 상상의 단초로 작용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땅 끝으로 도착했다'는 성교 시 삽입의 모습으로 해석도 가능하니,
"섹스하는 상황을 암시"한다는 그 분의 코멘트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 |
①은 상당히 어렵다.
"그냥으론 끝나지 않네"를 두고 '천한 말'이라고 했는데 이러한 의견은 주관적인 판단일 수도 있다.
얕은 내 일본어 수준으로 핀트가 조금 어긋나는지는 몰라도···, '즉물적(卽物的)이다'는 의견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메로메로(メロメロ)'라는 단어도 함께 주목받았는데,
사전에서는 그 단어의 그 의미가 어떻게 기술되든, 성행위 시 절정의 분위기를 표현할 때도 사용되는 듯 했다.
아무튼 いろは(Iroha, 이로하)를 들으면서 일본인들이 섹슈얼 코드를 느낄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위 코멘트들로 미루어 보건대 그 분은 일정 부분에 있어서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이 코멘트를 적어주신 분은 (아마 우리말보다 일본어가 익숙한) 재일교포로
1950년대 전반에 태어난 세대, 이른바 포스트 단카이 세대(ポスト団塊の世代)에 속한 분이다.
ⅴ
이번에는 인터넷 여기저기를 클릭하면서 스핏츠의 いろは(Iroha, 이로하)에 관한 글을 뒤져보았다.
먼저 일본의 어느 스핏츠 팬 블로그에서 이런 글을 발견했는데···.
珍しく男性上位な目線。 드물게 남성 상위의 시선. |
● http://spiver.jugem.jp/?day=20060115
'남성 상위'라는 단어를 두고 성교의 체위를 말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으나
'드물게(珍しく)'라는 표현으로 미루어 보아 이는 남녀 간의 차별적 시선을 말하는 것인 듯 했다.
성교 체위로서의 남성 상위는 드물기는 커녕 가장 일반적인 체위니까.
즉, 섹스(sex)가 아니라 젠더(gender)로서의 남녀를 두고 하는 이야기라 할 수 있는데
미리 예단을 하고 관련 글을 찾으려드니 이렇게 오인하기도 하는가 싶어서 혼자 머쓱했다.
일본 최대의 게시판 사이트인 2채널(니찬네루, 2ちゃんねる)에 올라왔던 글 중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출처를 정확히 말하자면, 2채널에서 열람된 글모음(스레드, thread, スレッド)을 보존한 사이트, '운카(うんかー)'다.
「いろは」の「ただじゃ済まさぬメロメロに」とか
「センチメンタル」の「全てを捧げる春の花」とかエロい
前記は「どんな技でメロメロに!?」と妄想かきたてられ
後記は「やりたくて仕方ねぇーーー!」と訴えてる感じがする |
<이로하>에서 "그냥으론 끝나지 않네 흐리멍덩하게"라든가
<센티멘탈>에서 "전부를 바치는 봄의 꽃"이라든가, 에로틱하다
앞에 쓴 것은 "어떤 기술로 흐리멍덩하게!?"라고 망상이 자극되고
뒤에 쓴 것은 "하고 싶어서 죽겠어!"라고 호소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
● http://www.unkar.org/read/love6.2ch.net/poem/1210250785 (550번 참조)
이 글을 작성한 사람은 스핏츠의 いろは(Iroha, 이로하)가 '에로틱(エロい)'하다고 느끼고 있고
그 근거로 제시하는 노랫말이 앞서 이야기한 '코멘트' 중 하나와 일치하는데
그렇게 양쪽에서 주목받고 있는 노랫말 속의 단어 '메로메로(メロメロ)'는 일한사전에는 이렇게 나와있다.
めろめろ
[형용동사]《속어》 야무지지 못해지는 모양. 흐리멍덩해지는 모양.
彼は彼女にめろめろになっている 그는 그녀에게 쪽을 못쓰고 있다. |
스핏츠 노랫말 우리말 번역의 중심인 'SpitzHAUS'에서는
'메로메로니(メロメロに)'를 '흐리멍덩하게'라고 번역하고 있는데, 번역할 때 제법 고민했을 듯 싶다.
생략과 도치(inversion) 등의 수사법이 구사된 노랫말, 그 앞뒤 맥락을 고려하면
사전에 나오는 표현만으로는 아무래도 뭔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성적 상상이 가능한 표현이라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한다면) 여기서 '메로메로(メロメロ)'는,
'기분이 좋아진다'는 의미의 속된 표현인 '뿅~간다'라든지 '홍콩간다' 등의 속어가 더 어울릴 듯 싶은데
표준어를 사용해야 하고 아울러 최대한 의역을 피하고자 하는 '하우스'의 최근 번역 경향을 미루어보면
'하우스'의 운영자는 이 대목에서 고민을 약간 하지 않았을까···, 하는 게 내 짐작이다. | |
ⅵ
인터넷 서핑을 계속하다보니까,
스핏츠의 いろは(Iroha, 이로하)에서 비롯된 이미지도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 http://blogs.yahoo.co.jp/mdhmt732/58492474.html
일본의 어느 스핏츠 팬 블로그에 포스팅 된 글인데
'스핏츠와 미나미 큐타의 세계(スピッツと南Q太の世界)'라는 제목의 글에서다.
이 글에 의하면, 일본의 여성 만화가인 미나미 큐타(南Q太)는
스핏츠의 2001년 隼(하야부사) 투어의 팸플릿에 '이로하'를 만화로 그렸다는데
아마도 오른쪽에 나와있는 이미지가 그것인 듯 싶다.
이 블로그의 운영자는 오른쪽 이미지에 대한 설명을 다음과 같이 하고 있다.
南Q太さんの「いろは」はこんな感じ。
‘ただじゃ済まさぬメロメロに’のワンカット
미나미 큐타씨의 <이로하>는 이런 느낌.
'그냥으론 끝나지 않네 흐리멍덩하게'의 원 컷 |
이 이미지로 볼 때 이걸 그린 만화가도 이 노래에서 에로틱함을 느낀 것 같고
이 이미지를 언급한 블로거도 '메로메로(メロメロ)'라는 단어에 주목한 듯 싶다. | |
ⅶ
사실 대중음악이란 것은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면 그만이지, 미주알고주알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때로는 그렇게 파헤쳐 보고나서 다시 듣게 되면 노래가 가지고 있는 원래의 감흥이 크게 줄어들 수도 있는데
그런데도 이렇게 살펴본 것은 따져보는 그 주제가 '섹슈얼 코드'라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것이라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삼대 욕구라고 할 수 있는 수면욕, 식욕, 성욕 중에서 성욕이 분명 으뜸은 아니지만
성욕은 다양한 관심사가 생기는 욕구라서 인간사에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낸다.
따라서 인간사를 다루는 문화인 대중음악에서 그러한 욕구가 드러나는 것은 당연하다.
너무 과도해서 다소 눈쌀 찌푸려지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렇게 스핏츠의 노래에서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섹슈얼 코드를 찾아보는 것은 흥미롭다.
그러는 가운데 노래를 만든 쿠사노 마사무네(草野正宗)의 머리와 가슴을 탐험하는 기분도 생기니 더욱 그렇다.
물론 어쩌다 한 번이지, 매번 그의 노랫말과 멜로디를 따져보는 것, 그건 분명 아닌 것이고.
ⅷ
두 편으로 나누어 써서 전반부는 따로 있는데도 결국 스크롤 바를 예닐곱 번 이상 내려야 할 만큼 글이 길어졌다.
섹슈얼 코드 어쩌구 하지만 주제만 '19금'의 표현이지 말초신경이 자극되는 것도 아니고,
글의 내용도 지루한데 길기까지 하니 여기까지 읽는 동안 짜증이 났을 수도 있겠다.
죄송한 마음에 글 앞부분에서 언급한 몇몇 '예'들을 링크하니
Esc키를 눌러서 지금 백업되고 있는 いろは(Iroha, 이로하) 라이브 버전을 끈 다음 즐기시길.
● 일곱 개의 링크, 열기
ⅸ
● 다 쓰고난 다음의 고민, 열기
여기까지 쓰고 이제 포스팅을 할까 하던 참에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통화를 끝내고나니 '이거 어떡하지?' 하는 난감한 기분이 되었다.
사실은 글을 대충 다 썼을 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본어가 능통한 그 친구에게 먼저 전화해서 물어봤다.
'메로메로(メロメロ)'에는 선정적인 뉘앙스도 있는지.
그렇다는 대답에 역시나 하고 안심했다.
도대체 어떤 텍스트에서의 '메로메로'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는지 궁금해 하길래 스핏츠 이야기를 했고
그 노래 가사를 한 번 보여달라는 말에 가벼운 마음으로 그러겠다고 했다.
그랬는데 아까, 이번에는 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던 것이다.
유튜브 링크를 확인하고 띄어쓰기 정도를 체크하면서 글을 마치려는 참이었다.
노랫말을 살펴보니 선정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면서 차근차근 노랫말에 대한 해석을 해주는데
아마 마사무네가 이 노래를 만들 때 그런 마음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싶은 탁월한 해석이었다.
그래서 난감해진 것이다.
포스팅 직전까지 온 이 글을 이제 와서 갈아엎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일본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그 친구의 해석을 기초로 다시 쓰자니
스핏츠 음악에서의 섹슈얼 코드라고 하는 애당초의 주제는 아예 치워버려야 하니 말이다.
···.
결국 그냥 이대로 포스팅하기로 결정하고
いろは(Iroha, 이로하) 노랫말의 제대로 된 해석은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 | |
그 바람에 깨달은 것이 있다.
그 친구는 적어도 나보다는 스핏츠와 그들의 음악에 대해서 잘 모르는 친구다.
하지만 그는 지금 스핏츠의 いろは(Iroha, 이로하)를 나보다 더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
내가 스핏츠를 그 친구보다 더 많이 더 오래 더 자주 들었어도
스핏츠 음악의 '이로하'는, '가나다'는, 'ABC'는 그 친구가 더 잘 알지도 모른다.
음악이란 그런 것이다.
상대적으로 많이 들었다고 해서 더 잘 알거나 더 진하게 느끼거나 그런 것이 아니다.
음악을 제대로 이해한다거나 진정 와닿는다거나 하는 것은 단 한 번으로도 가능한 것이다. | |
√ いろは 노랫말(우리말 번역)의 출처는 (c) spitzHAUS 입니다.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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