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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핏츠(スピッツ)의 새로운 싱글을 접할 때면
수록 곡 두 곡 또는 서너 곡 모두를 일단 다 들어보지만 집중하는 것은 아무래도 타이틀 곡이다.
그래서 그런지 보통의 경우 타이틀 곡이 커플링 곡보다는 상대적으로 (또는 당연히) 먼저 와닿는다.
그런데 듣다 보면 슬그머니 그 선호도가 커플링 곡으로 옮겨갈 때도 종종 있다.
처음엔 그렇게 느끼지 못했다가 나중에, 왠지 커플링으로는 아깝다는 생각까지 들기도 하는데
특히 싱글에만 수록되고 정규 앨범에는 없는 곡에서 그렇게 뒤늦은 아쉬움이 생기는 이유는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들을 기회가 적어서 그 진가를 늦게 깨닫게 되는 탓이지 않을까 싶다.
새로운 싱글이 발매되었을 때 팬 카페에서의 반응을 돌이켜보면,
싱글 타이틀 곡보다 커플링이 더 좋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데
예를 들어 若葉(Wakaba, 새 잎)처럼 타이틀 곡은 멜로디가 '말랑말랑'한 곡인데 반하여
まもるさん(Mamoru San, 지켜주는 자)처럼 커플링 곡은 록 넘버인 경우에 주로 그런 듯 싶다.
물론 내가 막연하게 그렇게 느꼈다는 것이고 나 자신의 반응도 그럴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아무튼 싱글 수록 곡 중 어느 곡이 더 마음에 드느냐 하는 것은
듣는 사람 각자의 취향 차이일 뿐 그 이상의 아무 것도 아닌 것이고. |  |

水色の街 | 2002년에 발매된 스핏츠의 27번째 싱글.
1. 水色の街(Mizuiro no Machi, 물빛의 거리), 2. 孫悟空(Son Gokuh, 손오공).
그 두 곡 중에서 지금 커플링 곡 孫悟空(Son Gokuh, 손오공) 하나만 반복해서 듣고 있다.
'방사능 비'일지도 모른다는 봄비가 하루종일 추적추적 내리는 날 오후에 볼륨을 낮추고.
쿠사노 마사무네(草野正宗)가 쓴 노랫말이 자주 그렇듯이 알쏭달쏭한 노랫말,
이 노래는 더욱 그런데다가 왠지 전체적으로 어두운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
계속 발버둥치며(もがき続けてよう) ··· 너무나도 어두운 밤 어중간한 독(あまりに暗い夜 中途ハンパな毒) ···
미칠 듯한 시간을 질질 끌며(狂いそうな 時をひきずって) ··· 말을 늘어놓아 간다(言葉を並べていく) ···
알 리도 없이 끝나는 일도 없이(分かるはずもなく 終わることもなく) ···
모든 마법이 사라져 가는(すべての魔法が消えていく) ··· 쓸모없는 손오공이지(能無しの孫悟空さ) ···
아아···(嗚呼・・・) ···
노랫말을 펼쳐놓고 눈으로 따라가면서 듣고 있으니
요즈음 편치 않은 내 마음과 어딘가 엇비슷한 노랫말 같기도 해서 괜히 씁쓸해지는데
사실은 알듯말듯한 노랫말의 몇몇 부분에 요즘의 내 심사가 주관적으로 투영된 탓일 것이다.
모르겠다.
● 孫悟空(Son Gokuh, 손오공) 노랫말, 열기
孫悟空 ∼ スピッツ
グラスにあふれてる 水を飲みほしたら
新しい十字路を目指す
できるだけ単純な それでいて頑丈な
仕組みでもって 歩いてく
胸に火を灯そう もがき続けてよう
初めてを探している
あまりに暗い夜 中途ハンパな毒
手が届きそうな明日
ああ 狂いそうな 時をひきずって
新しい十字路を目指す
横にある快感や あつらえた偶然に
寄り道したりしながら
胸に火を灯そう 月を見上げろよ
言葉を並べていく
分かるはずもなく 終わることもなく
ただ生まれる言葉を
すべての魔法が消えていく
能無しの孫悟空さ
今こそ動き始める
胸に火を灯そう もがき続けてよう
初めてを探している
あまりに暗い夜 中途ハンパな毒
手が届きそうな明日
嗚呼・・・ | 손오공 ∼ 스핏츠
글라스에 넘치는 물을 다 마셔버리면
새로운 십자로를 향하네
가능한 한 단순한 그렇게 있어 튼튼한
줄거리로 가지고 걸어가네
가슴에 불을 켜자 계속 발버둥치며 있자
처음으로를 찾고 있네
너무나도 어두운 밤 어중간한 독
손이 닿을 듯한 내일
아아 미칠 듯한 시간을 질질 끌며
새로운 십자로를 향하네
옆에 있는 쾌감과 주문했던 우연으로
지나는 길에 들르기도 하면서
가슴에 불을 켜자 달을 올려다보아라
말을 늘어놓아 간다
알 리도 없이 끝나는 일도 없이
그냥 태어나는 말을
모든 마법이 사라져 가는
쓸모없는 손오공이지
지금에 와서 움직이기 시작하네
가슴에 불을 켜자 계속 발버둥치며 있자
처음으로를 찾고 있네
너무나도 어두운 밤 어중간한 독
손이 닿을 듯한 내일
아아···
● 孫悟空 노랫말 (후리가나 표기) 살펴보기 | 
2004-03-17
色色衣
track 11
孫悟空 |
ⅱ
아주 멀리 큰 돌 같은 것이, 눈으로 볼 수 없는 운석이 있다.
노래는 그 돌을 듣는 상대에게 던지는 것과 같다.
노래는 시시한 메세지가 아니다.
그래서 노래의 의미나 메세지를 찾으려는 녀석들은 대체로 실패한다.
음악은 모르는 언어로 노래해도, 처음 듣는 악기 소리라도 전해지는 것이 있다.
의미는 몰라도 막연히 뭔가를 공유할 수 있다. 본능 같은 음악.
요컨대, 세계에는 공통의 음악 같은 것이 있고, 누구나 그것을 무의식적으로 공유한다.
그래서 그 보편적인, 우주에 있는 별의 음악 같은 것을 느낀다···, 고. |  |
(다른 사람들도 동의할런지 잘 모르겠지만)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 말, 내가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느 소설 책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孫悟空(Son Gokuh, 손오공) 듣고 있으니 문득 생각나서 옮겨 적어본 것이다.
어쨌거나 이 곡은 여전히 타이틀 곡보다 선호도가 떨어지는 곡인데도 지금 나는 계속 듣고 있다.
● 그 소설, 열기
"그때, 마사토(眞人) 군이 왜 노래를 하느냐고 물었을 때 가리코(雁子) 씨가 '아주 멀리 큰 돌 같은 것이, 눈으로 볼 수 없는 운석이 있다. 노래는 그 돌을 듣는 상대에게 던지는 것과 같다.'고 했잖아요."
가리코는 "잘도 기억하고 있네."라고 학생을 칭찬하는 선생님 같이 대답하고는 입술을 활짝 벌렸다.
"맞아, 노래는 시시한 메세지가 아니야. 그래서 노래의 의미나 메세지를 찾으려는 녀석들은 대체로 실패하지. 애매한 운석 같은 것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어."
"그거, 이가라시(五十嵐) 씨가 지금 말한 보편적인 이미지와 비슷하지 않나요?"
엔도 지로(遠藤二郎)는 자신의 말에 스스로 흥분하고 있다.
"생각해보니 음악은 모르는 언어로 노래해도, 처음 듣는 악기 소리라도 전해지는 게 있잖아요. 의미는 몰라도 막연히 뭔가를 공유할 수 있죠. 그거랑 같지 않을까요? 본능 같은."
"요컨대."라고 말하며 가리코가 나를 슬쩍 본다.
"세계에는 그런 공통의 음악 같은 것이 있고, 누구나 그것을 무의식적으로 공유한다. 그래서 그 보편적인, 우주에 있는 별의 음악 같은 것을 마사토가 느끼고 손오공 이야기를 했다는 거야?"
∼ 이사카 코타로(伊坂幸太郎)의 소설 『SOS 원숭이(SOSの猿)』 중에서. | 
SOSの猿 |
√ 孫悟空 노랫말(우리말 번역)의 출처는 (c) spitzHAUS 입니다.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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