夢追い虫 Yume Oi Mushi 꿈을 쫓는 벌레 |
ⅰ
서울대 생활과학대학 소비자학과 교수인 '란도쌤'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
연세대 원주캠퍼스와 덕성여대에서 문화이론을 강의하는 엄기호의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그리고 프로레슬러이자 격투기 해설가인 김남훈의 『청춘 매뉴얼 제작소』.
지난 일사분기에 읽었던 책들 중에서 우연히도 '청춘'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이 세 권이나 된다.
이 땅의 청춘들에게 따뜻한 위안과 뜨거운 충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인데
여러모로 불안하고 아픈 청춘이라면 세 권 모두 읽어볼 만 하다는 느낌이 들었던 책이다. | 
相田みつを
一生勉強・一生青春 |
김난도는 다른 사람보다 또 어제보다 뒤처질까 매일매일 불안한 청춘들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주고 있고
엄기호는 마음 한구석 '루저' 또는 '잉여'의 느낌에 주눅드는 청춘들과 함께 세상에 대해 질문하고 성찰한다.
김난도와 엄기호, 두 사람의 직업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두 선생님들이 청춘에게 건네는 위안과 충고 그리고 성찰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기도 한데 비하여
(선생님이니까 그런 얘기가 당연하다는 것이지, 내용이 그저 그렇다는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김남훈은 프로레슬러, 격투기 해설가라는 흔치 않은 이력을 갖고 있어서 그의 책은 특히 흥미롭다.
<동생, 쫄면 지는 거야>라는 소제목이라든지 "선빵불패" 등의 청춘의 구어체 표현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소줏병을 가운데 두고 마주 앉은 형 또는 오빠의 심정으로 청춘들에게 야무지게 살라고 힘주어 말하는데
그 중에는, 읽고 있던 책을 잠깐 손에서 놓고 생각에 잠기게 하는, 어느 자전거 레이서의 이야기가 있다.
인터넷 여기저기에 소개되어 있을 만큼 유명한 미담이기도 해서 익히 알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김남훈이 청춘들에게 던지는 질문과 더불어 이 이야기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ⅱ
1996년 사이클 세계 선수권 대회 단거리 종목 출전을 앞두고 고환암 진단.
한쪽 고환을 제거했으나 암세포가 뇌와 폐에 전이되어 뇌의 일부를 도려내는 대수술.
생존율 40% 미만.
1998년 다시 페달을 밟기 시작, 주종목을 단거리에서 장거리로 전환.
1999년 프랑스 도로 일주 사이클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에서 우승.
이후 2005년 투르 드 프랑스까지 연속 7연패 우승을 달성하고 은퇴.
인간 승리의 신화, 그 극단을 보여준 랜스 암스트롱(Lance Armstrong).
총 경기 일정 약 3주, 총 주파 거리가 4,000km에 달하기도 하는 투르 드 프랑스.
2001년 대회 때 어느 구간의 다운 힐에서 그와 순위를 다투던 독일 선수가 넘어지자
암스트롱은 자전거를 돌려세우고 그를 기다려준다. | 
2001 Tour de France |
암스트롱이 연속 5연패에 도전하던 2003년의 투르 드 프랑스.
모두 16개의 구간 중 15번째 구간에서 그는 선두를 달리고 있었는데
도로변에 있던 한 소년이 흔드는 가방 끈이 그의 자전거 핸들에 걸리는 바람에 그는 넘어지고
바로 뒤를 따라오던 스페인 선수도 암스트롱의 자전거에 걸려 넘어졌는데
간발의 차이로 피할 수 있었던 그 다음의 독일 선수는 그 순간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 셈이 되었다.
사고 지점에서 그 구간의 결승점까지는 불과 9.5km,
격차를 벌릴 수 있는 기회였고 그러면 총 구간의 우승을 거머쥐는 것이었다. | 
2003 Tour de France |
그 독일 선수, 얀 울리히(Jan Ullrich).
그런데 그 순간 그는 페달 밟기를 멈추고 속도를 떨어뜨린 다음
계속 뒤를 돌아보며 암스트롱이 일어날 때를 기다렸다.
암스트롱이 자전거를 세우고 페달을 밟고 얼마 후 자신의 페이스를 찾기 시작하자
얀 울리히는 그때서야 다시 페달을 힘차게 밟고 나아갔다.
울리히는 두 해 전 2001년의 대회 때 다운 힐에서 넘어졌던 바로 그 선수이기도 했다.
그리고 경기의 결과는, 암스트롱의 연속 5연패 1위, 울리히는 아쉽게도 2위.
그렇게 끝이 났다. | 
2003 Tour de France |
김남훈이 자신의 책의 한 꼭지를 할애하여 청춘에게 말하고자 했던 주제는
암스트롱의 '인간 승리'가 아니라 울리히의 '선택'에 관한 것인데,
이 '아름다운 멈춤'의 미담을 들려준 다음 김남훈은 이렇게 질문한다.
청춘에게 묻고 싶다. 당신이라면 어찌하겠는가?
그 자리에서 속도를 늦추겠는가. 아니면 그토록 염원하던 우승을 향해 페달을 밟겠는가?
당신이 얀 울리히의 팀이었다면 그의 결정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아름다운 결정이라고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칠 것인가. 아니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다며 질책할 것인가?
···
선택 앞에서 언제나 떳떳할 수는 없다. 선택에 대한 책임은 평생을 안고 가야 한다.
당신의 나이가 20대나 30대라면, 랜스 암스트롱과 얀 울리히가 맞붙었던 경주 같은 상황은 끊임없이 일어난다.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
김남훈은 청춘들에게 위와 같은 질문을 던지지만, 사실 그는 자신의 대답을 슬쩍 먼저 보여준다.
울리히의 이야기가 있는 그 꼭지 제목이 <꿈 앞에서 함부로 페달을 멈추지 마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글은 "얀 울리히의 여유는 조금 일렀던 것"이 아니냐면서 다음과 같이 끝난다.
UFC 헤비급 챔피언인 쉐인 카윈은 191센티미터, 130킬로그램의 거구로,
환경공학과 산업공학 학위를 가지고 있으며, 현재 수도국 직원이기도 하다.
프로 파이터로 전업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텐데, 그러지 않는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두 아이의 아버지다.
나의 아이들이 아버지를 꿈을 맹목적으로 좇는 사람이 아닌,
현실에서 미친 듯이 노력해서 꿈을 좇을 만한 여유가 있는 사람으로서 기억해줬으면 한다.
이것이 내가 직업을 바꾸지 않는 이유다."
얀 울리히의 여유는 조금 일렀던 것이 아닐까?
∼ 김남훈의 『청춘 매뉴얼 제작소』, <07 꿈 앞에서 함부로 페달을 멈추지 마라> 중에서. | 
청춘 매뉴얼 제작소 |
ⅲ
앞서 언급한 '청춘'에 관한 책 세 권 모두 그 독자의 대상으로 '청춘 모두'를 향하고 있지만
김난도의 책에서 언급되는 에피소드는 아무래도 그가 재직하고 있는 서울대학교의 학생들을 떠올리기 쉽고
엄기호의 책에서는 (흔히 말하는 '인 서울 베스트 텐'은 아닐지라도) 사년제 대학생들의 이야기 중심이다.
어릴 때부터 '오토바이' 타기를 즐겼다는 김남훈은,
"이 나라에서 오토바이를 탄다는 것은 2등 국민으로 가는 확실한 권리 포기 선언"이라는 말도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위 두 사람의 선생님들보다 공감하는 청춘 독자의 범위가 더 넓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슬쩍 든다.
(공감의 범위가 그렇다는 것이지 김남훈의 책이든 선생님들 책이든 모두 제각각 공감의 깊이가 충분한 책들이다)
그래서 '두번째'의 2등이 아니라 어쩌면 '루저'의 의미에 기울어 있는 듯한 2등으로,
스스로 "2등"이라고 하면서 그런 '2등의 청춘'들에게 김남훈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마 이런 것이 아닐까.
엄친아·엄친딸이 아닌 '대부분의 그대' 청춘들은,
일단 닥치고 미친듯이 노력해라.
그렇게 해서 이제 꿈을 좇을 만하다 싶으면 그 즈음이 되어서야 여유를 가져라.
그것도 조심스럽게 말이다.
그러기 전에는, 예를 들어 스포츠 정신의 미담 그 주인공?, 그런 건 감정의 사치에 불과하다.
그런 여유, 아직 그대에게는 조금 이르지 않나?
더구나 배려와 같은 여유는 강자가 약자에게 하는 것인데.
꿈이 아직 저 멀리 그저 눈에 보이기만 한 정도에서는, 함부로, 페달을 멈추지 마라.
힘껏 손을 뻗으면 가까스로 꿈이 잡힐 듯한, 적어도 그 정도 수준에 이르기 전에는,
함부로, 제발 함부로, 페달을 멈추지 말았으면 한다, 고. | 
2003 Tour de France |
ⅳ
김남훈의 그 책에는 언급되지 않은 것을 하나 추가하자면,
"당신이 우승할 수도 있었는데요" 라는 말을 듣고 얀 울리히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나는 다른 사람의 실수로 우승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는 내 실력으로 우승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사고로 우승자가 결정된다는 것은, 끔찍한 일입니다.
페어플레이라는 것은 자전거 경주에 있어서 자전거 만큼이나 필수적인 것이지요."
위와 같이 대답한 울리히로서는 아마 동의하고 싶지 않겠지만
세상의 일이란, 실수도 일정 수준의 실력에서 비롯되는 결과 중의 하나로 여긴다.
누가 갑인지 또 누가 을인지에 따라 페어(fair)하다는 것의 정의도 바뀌기 일쑤이고
페어하려고 아무리 애써도 어느 구석엔가 언페어(unfair)의 측면이 나타나니
어쩔 도리 없는 인과관계 속에서 옳고 그름을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뭐 아무튼. | 
Jan Ullrich |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가 이와 비슷한 경우를 맞닥뜨린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대가 거머쥐고 싶어서 오랫동안 갈망해 온 그 어느 꿈 앞에서
앞서 달리던 엄친아·엄친딸이 (내 탓도 아닌 그 자신의 실수로 인하여) 내 앞에서 넘어진다면,
그대는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일등이라고는 거의 해본 적도 없는데
그가 넘어지는 덕분에 기대치 않던 성취가 불쑥 눈 앞에 다가왔다면,
적어도 나 자신에 의한 '파울' 플레이는 아닌 상황에서, 그대의 선택은··· 무엇인가? |  |
혹시라도 오해없기를 바란다.
어떤 모집단에서든 일등은 한 명 또는 두 명 정도일 뿐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모두 일등이 아니니까
'그대는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일등이라고는 거의 해본 적 없는데' 라고 말한 것일 뿐,
즉 그대가 아쉽게 이삼등이든 안타깝게 꼴등이든 어쨌든 그 나머지 '대부분'에 속할 확률이 높아서 꺼낸 말이지,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를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니까 부디 오해없기를 바란다.
(아, 물론 당연하게, 나 자신도 그렇게 뭉뚱그린 '대부분의 그대' 중 한 명이다)
ⅴ
● 김남훈 ?, 열기

김남훈 | 김남훈은 프로레슬러와 격투기 해설가 말고도 하는 일이 다양하게 많은 사람인 듯 싶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그동안 쓴 책도 예닐곱 권이나 되니 필력도 상당하고
또 여기저기 강연도 많이 다닌다고 하니 글솜씨만큼 말솜씨도 좋은 것 같다.
그는 1974년생의 '형님 청춘'인데, 청춘답게 트위터 활동도 하고 블로그도 운영한다.
● 김남훈의 블로그, 청춘 매뉴얼 제작소
왼쪽의 이미지는, 디시인사이드의 프로레슬링 갤러리에서 찾은 그의 이미지 중 하나다.
그쪽 업계에서 그의 캐릭터는 '악역'이라고 하는데, 엔터테이너 기질도 상당할 것 같은 느낌이다.
얼마 전 모 메이저 신문사 주최의 강연회에 참석했는데 입구에서 설문지를 나눠주었다.
강연회가 끝날 무렵 설문지를 작성하려니까 맨 밑에 강연자 추천 항목이라는 것이 보였다.
"격투기해설가/프로레슬러 김남훈"이라고 적었다. 언제 한번 그의 강연을 듣고/보고 싶다. |
● 스핏츠 팬을 위한 덧붙임, 열기
上見るな 下見るな 誰もがそう言うけれど
憧れ 裏切られ 傷つかない方法も
身につけ 乗り越え どこへ行こうか?
| 위 보지 마 아래 보지 마 누구나가 그렇게 말하지만
그리워하고 배신당하고 상처입지 않는 방법도
몸에 익히고 극복해서 어디로 갈까? |
덧붙이는 노래는 스핏츠(スピッツ)의 夢追い虫(Yume Oi Mushi, 꿈을 쫓는 벌레).
2000년 9월 23일 토쿄(東京) 아카사카(赤坂) 블리츠 공연에서의 라이브 버전이다.
이 곡은 放浪 2000(방랑 2000) 투어를 통해 스핏츠 팬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특이하게도 2001년 10월 11일 24번째 싱글로 발매되기 이전에
그로부터 넉달 전인 6월 6일에 발매된 라이브 DVD의 마지막 트랙으로 수록된 바 있다.
ジャンボリー・デラックス(Jamboree DeLuxe, 잼보리 디럭스) DVD의 31번째 트랙.
롤업되는 엔드 크레딧과 함께 나오는 夢追い虫(Yume Oi Mushi, 꿈을 쫓는 벌레).
'2등 청춘'을 향한 김남훈의 질문 앞에서 문득 이 노래가 떠올라서 덧붙인다. | 
live chronicle
1991-2000
ジャンボリー・デラックス |
● 夢追い虫 노랫말 살펴보기
● 싱글 버전의 夢追い虫를 들을 수 있는, 또다른 myspitz story ··· 바로가기
√ 夢追い虫 노랫말(우리말 번역)의 출처는 (c) spitzHAUS 입니다.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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