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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멩코의 시간, 어른들의 음악 フラメンコのとき、大人たちの音楽 |
It Ain't Me Babe It Ain't Me Babe 난 그런 사람이 아냐 |
ⅰ
나는 기타 연주곡을, 특히 플라멩코(flamenco) 기타 연주를 좋아해서
8기가바이트 용량의 아이팟을 그쪽 장르의 음악으로 거의 다 채워서 다닐 때도 있다.
이를테면 플라멩코 그룹 집시 킹즈(Gipsy Kings), 아르메니아계 이란 기타리스트 아르믹(Armik),
독일 태생의 기타리스트 고비(Govi)라든지 캐나다의 기타리스트 제시 쿡(Jesse Cook) 등의 음악.
집시 킹즈는 보컬 파트가 있는 트랙이 많지만 나머지는 거의 그렇지 않아서
랜덤 플레이로 귀에 들어오는 음악은 기타 중심의 연주 음악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컬 파트가 없는 연주 음악은 아무래도 대중적으로 주목받기가 쉽지 않은데
더구나 플라멩코 스타일의 연주 음악을 흔히들 '월드 뮤직' 중 하나로 분류하다보니
영미권의 팝/록과는 '다른 월드'의 음악으로 인식되어 마치 '변방'의 음악으로 생각하기 쉽다.
물론 월드와이드로 알려져 있긴 해도 대중음악의 메인 스트림은 분명 아니지만. |  |
오륙 년 전 폐업 세일에 들어간 어느 레코드숍에서 음반을 여러 장 산 적이 있는데
그 중에는 나라다(Narada) 레이블에서 발매된 두 장짜리 베스트 앨범이 있었다.
기타를 안고 있는 뮤지션의 커버 이미지, 익숙한 레이블, 무엇보다 한 장 가격도 안되는 헐값.
나라다는 뉴 에이지 음악 레이블인데 그 장르를 자주 듣던 시절이 언제였나 아련하기도 했고
주로 피아노가 중심인 뉴 에이지만 들었기 때문에 기타 연주의 뉴 에이지는 어떤지 궁금증도 생겼고
무엇보다도 헐값이라서 만약 사서 들어본 후에 이건 나한테 아니다 싶어도 후회가 없을 듯해서
당시는 이름조차 처음 들어보는 뮤지션이었지만 주저하지 않고 구입한 음반이었다. | 
Ultimate Jesse Cook |
그렇게 무작정 접하게 된 것이 제시 쿡의 음악이었는데
정작 음반을 들어보니 예상과 달리 (적어도 내가 알고있던) 뉴 에이지 음악이 아니고 플라멩코 음악.
하지만 뉴 에이지보다는 더 오랫동안 즐겨 듣고 있어서 결과적으로는 '득템' 음반이 되었다.
ⅱ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제시 쿡은 파리, 프랑스 남부,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부모가 이혼한 후 그는 캐나다 사람인 어머니를 따라 캐나다로 와서 기타 아카데미에 들어가 음악 수업을 받게 되는데
그가 걸음마를 뗄 무렵 그의 부모가 유명한 집시 플라멩코 기타리스트의 레코딩에 참여한 적이 있다는 점,
소년 시절, 아버지가 살던 남부 프랑스를 방문할 때 그 지방에서 플라멩코 사운드를 자주 접했다는 점 등은
훗날 그가 지향하는 음악이 어떤 것이 되는지를 시사해주는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우연이겠지만 그리고 교류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집시 킹즈의 리드 싱어가 그의 아버지 이웃집에 살았다고 한다)
1995년의 데뷰 앨범 이후 일곱 장의 정규 앨범, 한 장의 라이브 앨범과 두 장짜리 베스트 앨범을 발매한 그는
레코딩에 참여한 뮤지션이나 객원 가수의 보컬 파트가 들어간 곡도 몇 곡 발표한 바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이번 글에서 소개하는 곡, 밥 딜런(Bob Dylan)의 히트곡을 커버한 It Ain't Me Babe다.
캐나다의 싱어송 라이터 멜리사 맥클러랜드(Melissa McClelland)가 보컬로 피처링한 이 곡은
2007년에 발매된 제시 쿡의 여섯 번째 정규 앨범 Frontiers에 수록되어 있으며
(앞서 언급한 베스트 앨범은 2005년에 발매되어서 그 음반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다)
이 곡은 싱글로도 발매되어 3주 동안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머물렀다고 한다.
이 곡은 비록 제시 쿡이 커버한 곡이지만 그의 기타 연주를 프런트로 내세우지 않아서
기타리스트가 커버한 곡이라는 사전 정보 없이 이 곡을 듣게 되는 사람은
자칫 멜리사 맥클러랜드의 '건조한 듯한 분위기'의 보컬에만 귀를 기울이게 되기 쉬운데
보컬 뒤로 살짝 한발 물러선 채 연주하는 제시 쿡의 빼어난 기타 연주에 주목하게 되면
보컬과 기타가 서로 상대방의 사운드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 
Frontiers |
앞서 멜리사 맥클러랜드의 음색을 두고 '건조한 듯한 분위기'라고 했는데
이는 얼마 전 이 노래를 듣고 나서 내 친구가 그렇게 표현한 것을 옮긴 것이다.
그 친구가 그렇게 말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을 듣고 보니 멜리사의 음색에서 듣기 좋은 '메마름'이 느껴진다.
그래서 그런 걸까?
노랫말은 '나는 당신이 찾는 그런 사람이 아냐'라고 하면서 '거절'을 이야기하는데도 불구하고
씁쓸한 느낌은 없고 듣고 있는 내내 고개가 까딱거려지고 문득 입가에 미소마저 지어지기도 하는 이유가.
ⅲ
● 노랫말, 열기
It Ain't Me Babe (feat. Melissa McClelland) ∼ Jesse Cook
Go 'way from my window
Leave at your own chosen speed
I'm not the one you want, babe
I'm not the one you need
You say you're lookin' for someone
Who's never weak but always strong
To protect you an' defend you
Whether you are right or wrong
Someone to open each and every door
But it ain't me, babe
No, no, no, it ain't me babe
It ain't me you're lookin' for, babe
Go lightly from the ledge, babe
Go lightly on the ground
I'm not the one you want, babe
I will only let you down
You say you're lookin' for someone
Who will promise never to part
Someone to close her eyes for you
Someone to close her heart
Someone who will die for you an' more
But it ain't me, babe
No, no, no, it ain't me babe
It ain't me you're lookin' for, babe
Go melt back into the night, babe
Everything inside is made of stone
There's nothing in here moving
An' anyway I'm not alone
You say you're lookin' for someone
Who'll pick you up each time you fall
To gather flowers constantly
An' to come each time you call
A lover for you life an' nothing more
But it ain't me, babe
No, no, no, it ain't me, babe
It ain't me you're lookin' for, babe
Words & Music by Bob Dylan | 
Jesse Cook

Melissa McClelland
여성 뮤지션이 노래를 하는 까닭에
밥 딜런의 원곡과는 다르게
노랫말에서의 「his eyes, his heart」를
각각 「her eyes, her heart」로
남성형 품사를 여성형 품사로 바꿔서 노래한다. |
● 제시 쿡 공연 영상, 열기
제시 쿡은 이 곡이 수록된 앨범이 발매된 2007년에
자신의 공연 영상이 담긴 DVD One Night at the Metropolis도 발매했는데
이 DVD에는 밥 딜런의 클래식이라고 소개하면서 이 곡을 연주하는 영상이 담겨 있다.
연주를 시작하기 전 그는 이 곡을 위한 객원 가수 멜리사 맥클러랜드를 소개한 다음
연이어 무대로 나오는 메리엠 톨러(Maryem Tollar)의 소개를 깜빡 잊어버리고는
코러스를 맡는 그녀에게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재미있는 장면도 잠깐 나온다.
이 영상을 통해서 (이 DVD에 포함된 다른 영상에서도) 새삼 깨닫게 되는 것도 있는데
플라멩코 음악에서는 핸드 클래핑(손뼉)도 제대로 한몫을 하는 타악기라는 점이다.
● 제시 쿡, It Ain't Me Babe (feat. 멜리사 맥클러랜드) 라이브 동영상
이 DVD에는 제시 쿡의 플라멩코 기타 연주를 제대로 만끽할 만한 영상이 가득해서
마음 같아서는 수록곡 대부분을 얘기하고 싶지만 꾹 참고 한 곡만 더 언급하자면
공연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연주하는 Mario Takes a Walk의 영상이다.
피크를 손에 쥔 채 피킹과 핑거링을 함께 하는 기타 연주만 해도 환상적인데
곡 중반 쯤에 무대로 나오는 퍼커션 그룹 삼바 스쿼드(Samba Squad)와의 협연은
공연장의 관객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들게 만든다.
● 제시 쿡, Mario Takes a Walk (feat. 삼바 스쿼드) 라이브 동영상 | 
One Night at the Metropolis |
● 집시의 시간, 열기
스패니쉬 기타 또는 집시 기타라고도 하는 이 장르를 추구하는 연주자가 국내에는 많지 않은데
수 년 전에 박주원이라는 기타리스트가 이 장르의 주목할 만한 연주자로 등장했다.
최근 TV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 세션으로 나와서 귀 밝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는데
실은 이미 2009년에 집시의 시간이라는 기타 연주 앨범을 낸 '젊은 고수'다.
1980년생의 그가 이 주목받아 마땅한 첫 솔로 앨범을 발표한 때는 이십대 후반인 2009년이니
마이너 장르 음악임을 고려해도 대중음악에서의 일반적인 데뷰 시기로는 늦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는 이십대 초반에 어느 록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음반을 낸 적이 있긴 하다)
'플라멩코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신적 육체적 성숙함이 필요하고
그래서 플라멩코는 어른들의 음악 장르'라는 기타리스트 비센테 아미고(Vicente Amigo)의 말이나
'정통 플라멩코 음악에서 10년차는 신예급에 속한다'는 이야기를 떠올린다면
그로서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어느 정도 성숙해진 시기에 앨범을 발표한 것 같아 보인다.
물론 이런 음반이 국내 대중음악 신에 등장한 것 자체는 늦어도 한참 늦은 것이겠지만. | 
집시의 시간 |
그 앨범 수록곡 중에 소울 보컬 정엽이 스캣(scat)으로 피처링한 Night in Camp Nou이라는 곡이 있다.
지난 해 박주원은 지금은 폐지된 음악 프로그램, MBC의 「음악여행 라라라」에 출연해서 이 곡을 연주한 적이 있는데
곡 자체도 무척 아름답지만 마침 보컬 파트를 피처링한 제시 쿡의 곡을 이야기하는 글이라서
(여기서는 노랫말 없는 스캣이지만) 역시 보컬 파트를 피처링한 이 곡을 링크해두니 클릭해보기를.
'캄프 누에서의 밤'이라는 곡에 대한 설명은 화면에 스크롤되는 자막을 참고하기 바란다.
● 박주원, Night in Camp Nou (feat. 정엽) 스튜디오 라이브 동영상
● 오리지널 그리고 또 다른 커버, 열기
이 곡의 오리지널인 밥 딜런의 It Ain't Me Babe는 그의 수많은 명곡 중의 한 곡이지만
1964년에 발표된 노래니까 무려 오십 년 가깝게 옛날 노래라서 모르는 사람도 많을 듯 싶다.
원곡은 어떤지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
● 밥 딜런, It Ain't Me Babe
밥 딜런은 이 곡을 오리지널과 달리 일렉트릭 버전으로 라이브 음원을 음반에 수록한 바 있고
여기에 소개한 제시 쿡 버전 말고도 여러 뮤지션들이 커버하는 등 많은 버전이 있는데
그 중 하나로는, 조운 바에즈(Joan Baez)가 1965년 영국의 BBC에서 불렀던 영상도 있다.
조운 바에즈는 밥 딜런의 노래를 가장 많이 커버한 뮤지션이라서 골라봤는데
이 영상을 보면, 먼저 이 곡을 "프로테스트 송"이라고 소개하고
덧붙여 말하기를 "결혼을 했거나 이제 막 결혼할 관객들에게 바친다"면서
자신은 "결혼반대주의자"라고 말한 후 노래를 부르는 것이 흥미롭다.
밥 딜런의 노래 중에는 사회적 메세지를 담아 저항을 노래하는 프로테스트 송이 많긴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곡은 저항의 노래라기보다는 사랑을 소재로 한 노래 같은데···, 아무튼.
● 조운 바에즈, It Ain't Me Babe 영국 BBC "In Concert" 1965년 라이브 동영상 | 
Another Side of Bob Dylan

Bob Dylan & Joan Baez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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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9/25 16:07 | 듣기 | trackback (0) | reply (4) |
Tags : Arm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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