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남녀관계에 관한 어떤 관찰, 하나.
우리가 유성생식으로 대를 이어가는 암컷 수컷인 이상,
상대만 있으면 가슴 두근거리면서 또 한편 마음 아파하면서도 끝없이 계속되는 것.
그리고 수컷은 늘 이기지 못하는 것.
그것은 바로 '밀당'이라는 게임.
최근 몇 년간 내 귀에 은근히 꽂힌 노래, 그 중에서 인디 신에서의 음악 중에는
안녕바다, 몽구스, 나루, 9와 숫자들, 네온스 등 신스팝(synth pop) 계열의 음악이 있다.
인디 신의 음악이니 어째도 메인 스트림은 되지 못하고 또 널리 알려진 음악도 아니지만
지난 시절 그러니까 1980년대 트렌드 중의 하나였던 신스팝을 추구한다는 게 흥미로웠다.
그것도 꽤 여러 뮤지션들이 말이다.
나의 음악 취향은 엔간하면 가리지 않고 듣는 잡식성이지만 굳이 꼽자면 록 밴드 취향인데
이렇게 최근의 인디 신 음악 중 신스팝을 추구하는 쪽의 음악이 귀에 들어오는 걸 보면
신스팝 또는 나아가 일렉트로닉 같은 장르의 음악에 나 자신이 상당히 호의적인 모양이다. |  |
느닷없이 신스팝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雨色の僕と君(Ameiro no Boku to Kimi, 비 색깔의 나와 너),
이 곡에서 신스팝 분위기를 내가 느껴서다.
이를테면 문득 1980년대의 히트곡, 가제보(Gazebo)의 I Like Chopin이 연상된다든지
악기는 물론 보컬의 사운드 처리에서 그 시절의 신스팝이 느껴진다는 거다.
이 뮤지션이 혹시 신디사이저를 다루는 키보드 연주자인가 싶어서 검색해보니
웬걸, 예상 밖으로 아리가 노부오는 베이시스트다.
아리가 노부오의 음악 이력을 잠깐 살펴보면,
하라다 신지(原田真二)의 백 밴드 멤버로 활동하다가 솔로로 데뷰하는데
솔로 음반으로는 정규 앨범 3장, 베스트 앨범 1장과 싱글 7장이 있다.
싱어송라이터, 편곡자, 음악 프로듀서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2005년 이후부터 오다 카즈마사(小田和正)의 서포트 뮤지션으로 일하고 있어서
매년 12월 25일 심야에 TBS에서 방송되는 오다 카즈마사 진행의 음악 프로그램인
『크리스마스의 약속(クリスマスの約束)』에서 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서포트 베이시스트인 탓에 클로즈업 영상은 찾아볼 수 없지만. | 
有賀啓雄 |
지금 이 글을 여기까지 읽은 사람들의 느낌이 어떤지 궁금하다.
제이팝을 폭넓게 듣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가능성이 높을 듯 싶다.
(나도 이번에 처음 들었다)
유튜브에서 「有賀啓雄」를 검색해봐도 그 결과가 딱히 신통치 않다.
사실 이 글 시작 부분에 슬쩍 속임수(?)를 썼다.
2003년에 발매된 음반 수록곡이라고 했는데 맞는 말이긴 하지만
원래 1987년에 발매된 아리가 노부오의 첫 싱글 히트곡이다.
그러니까 21세기의 노래가 아니라 지금부터 20여 년 전에 나온 20세기의 노래라는 거다.
'올디스 넘버'인 오오타키 에이이치의 팬에게 받은 선물이라는 힌트를 앞세우긴 했지만. | 
有賀啓雄
雨色の僕と君 |
언젯적 노래인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이 노래를 처음 듣는다면 구닥다리라는 느낌은 받지 않을 노래 같은데.
아무튼 요즈음 카오디오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오다 끝날 즈음이면 적어도 한 번 이상은 다시 듣게 되는데
만약에 비내리는 강변북로를 달릴 때라면 아예 리피트 버튼을 누를 것 같다.
참고로 2003년에 발매된 그 컴필레이션 음반은 'CITY POP'이라는 타이틀로 모두 넉 장이 발매된 시리즈 중 하나다.
BMG FUNHOUSE, COLUMBIA MUSIC, SONY MUSIC, WARNER MUSIC JAPAN 이렇게 네 종류 에디션으로,
레이블 별로 나뉘어 발매되었는데 넉 장 모두 합쳐서 70, 80년대의 제이팝 히트곡 75곡이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