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일본 고전문학을 전공하는 친구와 점심을 같이 하는 자리에서 책 네 권을 선물 받았다.
세 권은 소설 책, 나머지 한 권은 시집으로 일본의 고전문학인 만엽집(万葉集)의 일부를 번역한 것이었다.
일본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시가집인 만엽집에는 총 4,500여 수의 시가가 수록되어 있는데
번역자는 그 중에서 주로 남녀 간의 사랑을 노래한 것만 70여 수를 고른 다음
그것들을 다시 만남·짝사랑·동침·기다림·파경이라는 사랑의 과정을 순서로 정해서 책을 꾸몄다.
그러니까 1,300여 년 전의 시가를 통해서 당시 일본인의 사랑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그 중에 눈길을 끄는 작품이 한 편 있어서 이 글에 인용하고자 한다.
어떨지 모르겠다.
8세기 경의 시가 한 편과 21세기의 어느 대중음악 사이에 서로 정서가 맞닿아 있는 어떤 지점이 있다고 느낀다면
그리고 그 지점이 스핏츠의 '초승달 록', 그 의미를 미루어 추측할 수 있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내가 심하게 '오버'하는 것일까?
이 노래는 2004년 1월 21일 싱글 スターゲイザー(Stargazer, 스타게이저)의 커플링 곡이다.
이 싱글의 아트 디렉션은 키무라 유타카(木村豊)가 담당했는데
부클릿의 노랫말 제목 옆에는 각각 별이 그려진 오른손 장갑, 달이 그려진 왼손 장갑이 그려져 있다.
즉, '스타게이저'에는 별이, '초승달 록'에는 달이 새겨진 장갑 그림을 그려둔 것이다.
CD 겉면에도 그 별 장갑, 달 장갑이 짝을 이루어 나란히 프린트 되어 있는 것도 예쁘다.
개인적으로 약간 아쉬운 점을 꼽자면 넉 장의 사진을 바둑판 모양으로 연결한 커버 이미지다.
넉 장의 사진 한복판에는 각각 흰색으로 자그마한 별 모양을 그래픽 처리해두었는데
'별' 노래가 아무리 타이틀 곡이라 해도 커플링 곡으로 '달' 노래가 수록되었다면
넉 장 중 한 장 정도는 별 모양 대신 '초승달' 모양 아이콘을 넣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거다. | 
木村豊 |
三日月ロック その3(Mikazuki Rock Sono San, 초승달 록 3).
이 곡은 정식 발매되기에 앞서 한 해 전에 치러졌던 전국 투어에서 몇 차례 연주된 바 있다.
'그 3번째'라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다시피 '그 1번째'와 '그 2번째' 그리고 '그 4번째'도 있긴 하지만
공연의 MC 중에 짧게 선보인 정도일 뿐이고 현재까지 정식 음원으로 나온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