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두 사람의 기억은 이제 신기루로 남아서 二人の記憶はもうミラージュに残って |
ⅰ
MIRAGE ∼ 골드문트
손을 잡고 걷던 두 사람의 거리에
너는 피어나는 아지랑이처럼
순간 달려가니 너 없는 그곳에
코스모스만이 흔들리고 있어
아름답게 춤을 추던 너와 나의 회랑에서
손을 건네 춤을 춰 봐도 주인 없는 나의 몸
넌 하늘의 바람이 되어 내 두 뺨을 스치네
구름이 조용히 강 위를 흘러가네
나의 마음은 두 개로 갈라진 채 살아있네
하나였는데 그렇게 아아
내 그림자가 때론 너인가 싶기도 해
걸음걸이는 꿈에 취해 들뜨고
난 너의 투명한 입술에 키스를 해
넘치는 어둠 허무만이 빛나네
모르겠어 달려봐도 미로만이 계속되네
멀리서 너의 웃음 소리 검은 벽이 막아서네
내 영혼은 바람에 실려 구름 곁을 스치네
낙엽이 조용히 강 위를 흘러가네
날 둘러싼 모든 것이 무너지며 덮쳐 와
숨소리가 잦아드네 네 모습이 보일까
두 사람의 기억은 이제 신기루로 남아서
거리에 빛으로 부서져 흩어지네
작사∶ 김현태
작곡∶ 김현태 · 김영민 | 
2013-09-29
MIRAGE
Vocals & Guitar by 김현태
Keyboards & Synthesizers by 김영민
Bass by 허다영 |
ⅱ
골드문트.
작사·작곡·기타·보컬을 담당하는 김현태, 작곡·키보드·신시사이저를 담당하는 김영민,
두 사람으로 이루어진 일렉트로닉/록 밴드로서 2013년 올해 막 결성된 풋내기 밴드다.
'풋내기'라고 함은 풋내와 같이 싱그러운 맛이 난다는 말이지,
그저 리스너에 불과한 내가 그들을 앝잡아 보고 던지는 표현이 아니다.
● 골드문트의 사운드클라우드 페이지
● 골드문트의 페이스북 페이지 |  |
스무살 남짓의 청춘.
미성년은 분명 아니지만 그렇다고 성년이 어떤 것인지 아직 다 겪지 못한 시절.
그 시절에 물 밀려오듯 닥쳐오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설렘과 두려움.
설렘은 청춘 시절이라는 사막을 헤메던 중에 저멀리 어른거리는 오아시스일테고
두려움은 그 어른거림이 갑작스레 사라져버리는 신기루일지도 모른다는 불안의 심정이다.
골드문트의 이 노래도 혹시 그런 신기루(MIRAGE) 중 하나를 표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언뜻 듣기에는 헤어진 연인을 쓸쓸한 심정으로 추억하는 노래일 수 있지만
어쩌면 그런 흔한 사랑·헤어짐·미련의 노래가 아니라
청춘 시절 초반의 빛나던 나날들, 영원할 것 같던 그 나날들의 기억들이
청춘 시절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신기루처럼 흩어져 사라지는 것을
마치 남의 일처럼 바라보다 돌아서는 모습의 쓸쓸함을 노래하는 것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다운로드 받은 음원의 태그와 사운드클라우드에 적힌 한줄의 문구 때문이다.
'Music from Hermann Hesse'
● 골드문트의 MIRAGE 음원 다운로드 |  |
골드문트가 추구하는 음악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마당에 내 마음대로의 짐작이겠지만
'Music from Hermann Hesse'라는 한 줄의 문구로 그들이 시사하고자 바가 분명 있을테고
그렇다면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와 맞닿아 있는 무언가가 이 곡에 있지 않을까 싶었다.
MIRAGE, 이 곡 안에 녹아 있는 '헤르만 헤세'는 과연 무엇일까.
골드문트는 (특히 이 노래의 노랫말을 쓰고 보컬을 맡은 김현태는)
혹시 『수레바퀴 아래서(Unterm Rad)』를 읽고 거기서 모티프를 얻은 것이 아닐까?
권위와 규칙 속의 신학교에서 만난 두 소년의 우정을 통하여 방황과 성장,
그리고 수레 같은 사회에서 '평범한 어른'이 된 이후의 공허와 고독을 그린 소설.
헤르만 헤세의 초기 작품 중 하나인 『수레바퀴 아래서』.
그 소설의 주인공인 한스 기벤라트(Hans Giebenrath).
그리고 한스의 또다른 자아(alter-ego)일 수도 있는 헤르만 하일너(Hermann Heilner).
출간된 지 백 년 넘게 지났지만 여전히 명작인 헤세의 성장소설을 모티프로 해서는
한스와의 소년 시절을 추억하는 하일너의 시점으로 노래하는, 쓸쓸한 청춘의 송가,
그것이 골드문트의 MIRAGE라고 한다면 나의 해석이 너무 과한 것인지. | 
Hermann Hesse |
ⅲ
이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고 할 사람도 있겠다.
(골드문트의 멤버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더욱 그럴 수도)
아무튼.
애정을 가지고 주목하는 풋내기 밴드의 노래를 두고 그냥 내 생각이 그렇다는 거다.
그런 생각을 들게 한 소설의 몇몇 부분을 (조금 길지만) 인용해본다.
●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 열기
성격이 그리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눈에 띄는 인물은 슈바르츠발트에서 온 헤르만 하일너였다. 그는 훌륭한 가문에서 자란 아이였다. 벌써 첫날부터 주위에서는 그가 문예 애호가이자 시인이라는 추측이 무성했다. 또한 주 시험에서 그가 육각운(六脚韻)으로 글을 썼다는 소문이 쫙 퍼져 있었다. 그는 말하기를 즐기고, 활기가 넘쳤으며, 멋진 바이올린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겉으로 드러나는 자신의 외양을 일부러 부각시키기 위하여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는 것 같았다. 이러한 성향은 아직 성숙되지 못한 젊은이들의 경솔한 느낌들이 서로 불확실하게 뒤섞여 나타나게 되는 혼합물과도 같았다. 하지만 그의 몸과 마음은 자신의 나이에 걸맞지 않게 성장해 있었다. 그는 벌써 나름대로 시행 착오를 거치며 자기 길을 가기 시작했다.
···
한스는 오후 내내 하일너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도대체 어떤 인간일까? 한스가 느끼는 고민이나 바람이 그 소년에게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하일너는 자기 나름대로의 사고와 언어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남들보다 더 열정적이고 자유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남다른 고민으로 괴로워하며, 자기를 에워싼 주위 환경을 경멸에 찬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그는 낡은 기둥과 담장의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있었다. 또한 자신의 영혼을 시구에 반영하고, 환상에서 자기만의 허구적인 삶을 만들어내는 기이한 비법을 터득하고 있었다. 그는 감정이 풍부할 뿐 아니라, 남에게 구속받기를 꺼렸다. 한스가 1년 동안에나 내뱉을 농담을 하일너는 단 하루만에 해대었다. 동시에 그는 우울한 소년이었다. 자기 자신의 슬픔을 낯설고 귀한, 값진 보물처럼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하일너는 차갑고 어두운 침실의 낮은 창턱에 앉아 꼼짝도 않고 회랑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등 너머로 보이는 그의 어깨와 뚜렷히 눈에 띄는 갸냘픈 머리는 어린애와는 사뭇 다른 진지한 분위기를 풍겼다. 한스가 다가와 창가에 멈추어 섰는데도 그는 전혀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잠시 뒤에 하일너는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쉰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니?」
「나야」 한스는 수줍은 듯이 말했다.
「왜 그러는데?」
「아니, 그냥」
「그래? 그럼 가봐」
한스는 몹시 마음이 상한 나머지 정말 가버리려고 했다. 그때, 하일너가 그를 붙잡았다.
「잠깐 기다려줘!」 그는 일부러 농담인 척하며 말했다.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냐」
두 소년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아마 이 순간에 처음으로 상대방의 얼굴을 진지하게 바라본 것 같았다. 젊음이 넘치는 매끄러운 생김새 뒤에 깃들여 있을지도 모를, 특유의 성향을 지닌 남다른 인간적인 생명과 나름대로의 특징적인 영혼을 마음속에 그려보았다.
헤르만 하일너는 천천히 팔을 펴 한스의 어깨를 붙들었다. 그러고는 서로의 얼굴이 거의 닿을 만큼 한스를 끌어당겼다. 한스는 갑자기 상대방의 입술이 자기의 입에 닿는 느낌 때문에 소스라쳐 놀라고 말았다.
한스의 심장은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한 야릇한 감정을 이겨내지 못하고,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하일너와 어두운 침실에 함께 있다는 것, 그리고 갑자기 서로 입맞춤을 나눈다는 것은 한스의 모험심을 충족시켜주면서도 새롭고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만일 누군가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끔찍스러운 꼴을 당하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에게는 두 소년의 입맞춤이 방금 전에 하일너가 흘렸던 눈물보다 훨씬 더 우스꽝스럽고 치욕스럽게 여겨질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었다. 한스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단지 피가 머리 위로 솟구쳐 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뿐이었다. 한스는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도망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
서로 어울리지 않는 친구 관계도 있었다. 가장 어울리지 않는 예로 헤르만 하일너와 한스 기벤라트를 꼽을 수 있었다. 그것은 방탕한 소년과 성실한 소년, 시인과 노력가와의 만남이었다. 물론 둘 다 영리하고 재능있는 소년들로 손꼽히기는 했다. 하지만 하일너가 천재라는 반쯤 조롱섞인 평판을 듣는 반면, 한스는 모법 소년이라는 명성을 얻고 있었다.
···
이 두 소년의 우정은 남다른 관계였다. 하일너에게는 사치스러운 오락이며, 기분 내키는대로 할 수 있는 변덕스러운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한스에게 그것은 자긍심으로 지켜온 값진 보물인 동시에 감당하기 어려운 무거운 짐이기도 했다.
∼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의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Unterm Rad)』 중에서. | 
수레바퀴 아래서 |
밴드 골드문트.
정진하기 바란다.
√ 스트리밍되고 있는 음악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
| 2013/10/01 00:58 | 골드문트 | trackback (0) | reply (5) |
Tags : Goldmund,
Hermann Hesse,
Unterm Rad,
골드문트,
김영민,
김현태,
수레바퀴 아래서,
허다영,
헤르만 헤세 |
Trackback :: http://www.myspitz.com/tt/trackback/258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