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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금기를 깨는 심정 自分のタブーを壊す気持ち |
댄스, 발라드, 록 그리고 트로트(trot)라고 불리워지는 성인가요 등 그 장르를 어떻게 구분짓든 상관없이,
모든 대중음악은 멜로디, 리듬 그리고 노랫말을 통하여 '사람' 또는 '삶'에 대하여 노래하고 있으며
'삶'의 여러 모습들 중에서도 가장 많이 노래되는 것은 아마도 이성 간의 '사랑' 그리고 '이별'일 것입니다.
따라서 '만나다'과 '사랑하다' 그리고 '헤어지다' 등의 단어들은
대중음악의 노랫말에서 가장 쉽게 그리고 자주 만날 수 있는 단어들이기도 하지요. |
우리나라 록 뮤직 역사에서 적어도 한 단원 이상은 언급되어야할 밴드 산울림.
1977년 겨울에 첫선을 보인 데뷰 앨범부터 그들의 앨범을 차례대로 살펴보다보면 흥미로운 점 하나가 발견됩니다.
스핏츠(スピッツ)의 쿠사노 마사무네(草野マサムネ)가 그렇듯, 산울림의 곡은 거의 대부분 김창완이 작사작곡한 곡들인데
김창완의 노랫말들에서 '사랑'이라는 단어를 찾기가 무척 힘들다는 점이 그것입니다. |
1977년의 1집 이후 7집까지 일곱장의 정규 앨범 수록곡 중에서
'사랑'이란 단어는 3집 수록곡인 아무말 안해도에서만 잠깐 들을 수 있을 뿐,
일곱장의 앨범에 수록된 김창완 작사작곡의 많은 곡 중에서
'사랑'이란 단어가 들어가는 노랫말은 이것 말고는 더이상 찾을 수가 없습니다.
(5집 수록곡인 오솔길 그리고 포도밭으로 가요에서 '사랑'이 나오긴 하지만
이 두 곡은 김창완이 아닌 베이시스트 김창훈이 만든 곡입니다.) | 
김창훈(b) 김창익(d) 김창완(g) |

산울림 8집 | 1집의 아니 벌써부터 7집의 가지마오에 이르기까지 출중한 록 넘버를 들려주었던 산울림.
그 이후에 발매된 8집은 발라드 곡을 앞세우는 등 상업적인 측면이 두드러져 보여서
당시의 일부 산울림 골수 팬들을 실망시키기도 했는데, 바로 그 발라드 넘버인
내게 사랑은 너무 써에 이르러서야 김창완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대중음악의 노랫말에서 쉽게 그리고 자주 만날 수 있는 단어인 '사랑'을,
무려 7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하는 동안 노랫말에서 거의 사용하지않았다는 것은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김창완 자신이 스스로 그 단어를 기피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산울림 7집까지의 김창완은, 그러니까 이십대 후반까지의 김창완은
'사랑'이라는 단어에 대하여 상당히 냉소적인 태도를 가지고있지 않았나 싶은 것이지요. |
산울림의 김창완이 '사랑'이라는 단어를 한동안 의도적으로 기피했던 것처럼 느껴지듯이
스핏츠의 노랫말을 살펴보다보면 (김창완처럼 '사랑'이라는 특정 단어는 아니지만)
쿠사노 마사무네도 노랫말을 만드는데 있어서 기피현상을 보여주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외국어 사용의 기피(또는 자제)'가 그것입니다. ('외래어'가 아닌 '외국어'의 사용 기피입니다.)
젊은이를 주된 소비대상으로 하는 대중가요의 경우 부분적이나마 노랫말에서 외국어(주로 영어)를 사용하는 경향은
우리나라와 일본은 물론 거의 대부분의 비영어권 국가에서 갈수록 더욱 짙어지고있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쿠사노 마사무네의 노랫말은 도리어 외국어(영어)의 사용을 의도적으로 자제하거나 기피하는 듯 싶습니다. |
オ-バ―ドライブ(Overdrive, 오버드라이브), クリスピ―(Crispy, 크리스피), ドルフィン ラブ(Dolphin Love, 돌핀 러브),
タイム トラベラ―(Time Traveller, 타임 트래블러), ラズベリ―(Raspberry, 라스베리), サンシャイン(Sunshine, 선샤인),
ス―パ―ノヴァ(Super Nova, 초신성), スタ―ゲイザ―(Stargazer, 스타게이저) 등, 노래제목에 있어서도
영어로 표기해도 그다지 저항감이 없을 것들도 거의 대부분 자국어 카타카나 문자를 이용하여 외래어로 표기합니다.
(2005년 9월 현재 영어로 표기된 제목은 고작 Y, HOLIDAY 그리고 SUGINAMI MELODY 정도 뿐입니다.) |
노래제목 뿐만 아니라 수많은 단어들로 구성된 노랫말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글을 읽어보시는 분들이 만약 스핏츠의 앨범 부클릿을 통하여 노랫말을 직접 살펴볼 기회가 있다면
쿠사노 마사무네의 '외국어 기피'는 쿠사노 마사무네 본인의 적극적인 의도에서 비롯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2005년 4월 20일 발매된 春の歌(Haru no Uta, 봄의 노래) 싱글까지 백수십 곡에 이르는 스핏츠 곡들 중에서
카타카나 문자를 이용한 외래어 표기가 아닌, 외국어 표기의 노랫말은
ドルフィン ラブ에서 'oh yeah', ロ―テク·ロマンティカ(Low-tech Romantica, 로우테크 로만티카)에서 'Huh Huh'
ベビ―フェイス(Baby Face, 베이비 페이스)에서 'Bye Bye', バニ―ガ―ル(Bunny Girl, 바니 걸)에서 'Only you',
ナンプラ―日和(Namplaa Biyori, 남프라 날씨)에서 'Woo'
그리고 テイタム·オニ―ル(Tatum O'Neal, 테이텀 오닐)에서 'LOVELY LOVELY MY HONEY' 또는 'Yes' 정도 뿐입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들 조차도 'oh yeah'와 'Huh Huh'와 같은 스캣(scat)이거나
또는 'Only you'와 'LOVELY LOVELY MY HONEY'와 같이 짧은 한두 단어에 그치는 경우가 고작입니다.
ハイファイ·ロ―ファイ(Hi-Fi Lo-Fi, 하이파이 로우파이)에서 'Fly high!', 'OK!' 그리고 'Ride on!' 등이 나오지만
이는 각각 그 영어 단어/문장에 연이어 나오는 노랫말 ' 甘(あま)い'와 '憧憬(どうけい)' 그리고 '每度(まいど)' 등과의
운을 맞추기 위한 스캣 또는 추임새(?)로 들리는 정도에 불과할 뿐입니다.
이러한 쿠사노 마사무네의 '외국어 기피'는 한편 '자국어(일본어)에의 강한 집착'과 같은 의미이기도 한데
이는 초기 앨범들이나 隼(Hayabusa, 매) 앨범 등의 부클릿에서
노랫말을 가로쓰기가 아닌 세로쓰기로 보여주는 것에서도 그런 성향의 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

惑星のかけら | 그런데 쿠사노 마사무네의 이러한 외국어 기피 경향에서 벗어난 곡을 하나 찾을 수 있는데, 그 노래가 바로
앨범 惑星のかけら(Hoshi no Kakera, 별의 파편)의 ハニーハニー(Honey Honey, 하니 하니)입니다.
ハニーハニー It's so brilliant ハニーハニー 僕らに
하니 하니 It's so brilliant 하니 하니 우리들에게
ハニーハニー It's so brilliant ハニーハニー 天国が
하니 하니 It's so brilliant 하니 하니 천국이 |
보다시피 이 곡에서는 외국어 표기가 스캣 또는 짧은 한두 단어로 그치는 것 정도를 넘어서
'It's so brilliant'라고 하는 '제대로 완성된 문장으로서의 외국어'를 노랫말에 사용한 유일한 경우인데
이를 두고 훗날 쿠사노 마사무네는 '스스로의 금기를 깨는 심정이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 ハニーハニー 노랫말 살펴보기 |
뮤지션이 영미권 또는 동아시아 등 타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경우가 아닐 밖에야
결국 그 뮤지션이 만들어내는 음악의 주 소비대상이 자국민일텐데 굳이 외국어를 섞어 쓸 필요없이
되도록 자국어 위주로 노래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의미 전달도 더욱 잘 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을 수도 있고
굳이 인터넷같은 것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전세계의 정보를 거의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고
더구나 영어의 경우 이미 국제 공용어가 된지 오래인 지금의 현실에서
게다가 노랫말 전부를 외국어로 부르는 경우도 아닌데 영어 단어/문장 한둘 정도에 거부감을 가지는 것은
뮤지션의 입장이든 음악을 소비하는 대중의 입장이든 다소 과민반응이라는 의견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  |
'영어 노랫말로 된 팝/록'의 경우, 이미 영미권을 넘어 전세계를 마케팅 대상으로 삼은지 오래되었고
이제는 비영어권 국가의 소비자들의 마켓 쉐어(MARKET SHARE)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지만,
그에 반하여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노래되는 팝/록은 거의 대부분 해당 언어사용자들이 그 대상의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J-POP 또는 J-ROCK으로 불리우는 일본의 대중음악 역시
(저처럼 일본어를 잘 모르는 '외국인'이면서도 스핏츠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하더라도)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여전히 스핏츠의 음악을 즐기는 대부분의 대중들은
일본사람 또는 일본어를 마치 자국어처럼 구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수 밖에 없습니다. |
이런 점에서 보자면, 어설프게 외국어를 남용하거나 오용(?)하는 것 보다는
기왕이면 자국어(스핏츠의 경우 일본어)를 좀더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이 더욱 좋겠지요.
대중음악에 있어서 외국어(영어) 오용의 실태가 일본에서는 어떠한지 모르지만
번역문학가이자 소설가인 안정효의 책 가짜영어사전의 '핑클' 항목을 보면
십여 페이지 넘게 우리나라 대중음악에서의 영어 오용 실태의 일면을 살펴볼 수 있는데요.
핑클, 룰라, 지누션, 1TYM, 포지션, S.E.S, 샾, 유승준 등의 노래에서
어색한 표현은 물론 관사, 전치사, TO부정사 용법 등, 기초적인 영문법 조차 무시하고
나아가 철자법까지 틀린 경우를 접하다보면
실소를 넘어서, 청소년층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대중음악의 스타들의 음악을 통해서
청소년들이 그릇된 외국어(영어) 지식(?)을 습득하게되지 않을까 걱정까지 됩니다. | 
가짜영어사전 |

Rubber Soul | 명확한 의미 전달 그리고 해당 음악을 즐기는 주된 대상의 사용언어 등을 고려하여
기왕이면 노랫말 전체를 자국어로 만들어 들려주면 더욱 좋겠지만,
한편 불가피하게 (또는 의도적으로) 특정 단어 또는 특정 문장을 외국어로 표현함으로써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든지 등, 뮤지션 나름대로의 효과를 기대하기도 합니다.
Michelle, ma belle.
Sont les mots qui vont tres bien ensemble,
Tres bien ensemble.
I will say the only words I know that
You'll understand, my Michelle. | The Beatles의 발라드 명곡 Michelle에서는 이렇듯 노랫말 일부분에서 프랑스어를 사용합니다. |
그렇다면 '스스로의 금기를 깨는 심정이었다'라고 까지 토로했었던 노랫말 'It's so brilliant'를
쿠사노 마사무네는 어떤 의도로 (또는 어떤 효과를 기대하면서) 사용했을까요?
다시 말하자면 쿠사노 마사무네는 'brilliant'와 유사한 의미를 가진 일본어 단어들인
「光る(Hikaru)」나「映える(Haeru)」또는「輝く(Kagayaku)」등을 사용해서 노랫말을 만들지않고,
쿠사노 마사무네 스스로 금기시했던 외국어를 굳이 사용하면서까지 기대했던 효과는 과연 무엇일까요? |
혹시 쿠사노 마사무네는 'It's so brilliant'를 가지고 각운을 맞추려고 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가능합니다.
ハニーハニー It's so brilliant ハニーハニー 僕らに
ハニーハニー It's so brilliant ハニーハニー 天国が |
하지만 정작 ハニーハニー를 들어보면, 쿠사노 마사무네가 'brilliant'를 '브릴리안트'가 아닌 '브릴리앤트'로 발음하기에
운율을 위해 금기시했던 외국어를 사용했을 거라는 추측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긴 합니다.
혹시라도 만약 그런 의도에서 비롯된, 불가피한 '외국어 사용'이었다면
「光る」,「映える」,「輝く」또는 유사한 뜻의 단어를 포함한 일본어 표현으로는 적절한 운율이 나올 수 없었을까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서 일본어에 능통한 분이 계시다면,
후렴부의 'It's so brilliant'를 대신할 만한 적절한 문구를 일본어로 '직접' 작사해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합니다.
ハニーハニー 노랫말 전체의 분위기를 손상시키지않는 범위 내에서, 운율까지 똑 떨어진다면 더욱 좋겠구요. ^^* |
또는 이런 추측도 가능하겠지요.
제목에서는 물론 노랫말의 주부와 후렴부를 통해 지속적으로 나오는 부분인 'ハニー(Honey)'가
원래 영어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후렴부의 'Honey Honey' 사이에 'It's so brilliant'를 넣어서
후렴부의 핵심 문구인 '우리들에게 천국이 떨어져 올 때까지(僕らに天国が落ちてくるまで)'를
영어 표현 (또는 발음)으로 감싸는 듯한 느낌을 부여하고 싶었을 것이라는 추측 말입니다.
Honey Honey It's so brilliant Honey Honey 僕らに
Honey Honey It's so brilliant Honey Honey 天国が
落ちてくるまで |
하지만 되도록 외국어(영어) 사용을 피하고자했던 쿠사노 마사무네의 경향을 미루어보면
이러한 추측은 도리어 앞서의 추측보다 더 설득력이 떨어질 수도 있겠지요. |
이 글을 쓰면서 여러 차례 ハニーハニー를 듣고있는 동안
굳이 'It's so brilliant'를 노랫말에 사용한 의도가 뭘까? 고개를 갸웃거려보지만, 도무지 알 길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쿠사노 마사무네가 스스로 금기시했던 외국어를 사용하면서까지 기대했던 효과는 과연 무엇일까요? |
그런데 쿠사노 마사무네는 이 노래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라이브에서는 자주 하는 곡인데도 아직도 가사를 많이 틀려요.^^
惑星のかけら를 만들기 전에 70년대 헤비록(heavy rock)적인 정취를 내고싶은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 생각을 대표하는 곡으로,
팝적인 요소가 있으면서도 하드(hard)한 느낌이 나는 제일 상징적인 곡이라 생각해요. |
라이브에서는 자주 하는 곡임에도 불구하고 가사를 틀리는 경우가 잦은 것은,
쿠사노 마사무네가 스스로의 금기를 깨뜨린 것에 대한 벌일까요? ^^* | 
草野マサムネ |
√ ハニーハニー 노랫말(우리말 번역)의 출처는 (c) spitzHAUS 입니다.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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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9/07 03:36 | 스핏츠/ALBUM | trackback (0) | reply (8) |
Tags : Spi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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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울림,
스핏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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