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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비늘구름‥ 그와 함께했던 여름은 가고 遠くうろこ雲‥ 彼と一緒に暮らした夏は終わって |
夏が終わる Natsu ga Owaru 여름이 끝나네 |
지난 2003년 늦여름 오랜 친구 하나가 별안간 쓰러져서는 그리 오래지않아 세상을 떠났습니다.
서로 사는 곳이 멀리 떨어져있고 서로 사는 일에 바쁜 탓에 오랫동안 고작 일년에 한두번 밖에 마주하지 못했지만
어린 시절을 함께했기에 어쩌다 만나면 서로 키득거리며 재미있어하는 지난 추억도 많았던 친구를,
느닷없는 돌연사로 떠나보내고 이제는 그저 빈소에 놓여진 사진으로 밖에 마주할 수 없음이 황망했습니다.
발인을 마치고 수원의 연화장에서 화장을 막 끝냈을 때 마치 그해의 늦여름을 끝내려는듯 비가 쏟아졌습니다. |
그리고 그해 10월 중순에 강남의 어느 선원(禪院)에서 그의 사십구재(四十九齋)를 마감하면서
그동안 잘 받아들여지지않던 그리고 처음 맞닥뜨린 '친구의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였습니다.
그해 늦가을 스핏츠(スピッツ)의 夏が終わる(Natsu ga Owaru, 여름이 끝나네)를 듣다가 늦여름에 떠나버린 친구가 떠올랐고
스핏츠가 이미 오래 전에 제 '친구의 죽음'을 노래한 듯한 느낌이 문득 들었습니다. (물론 그럴리 없겠지만요.)
遠くまで うろこ雲 續く
멀리까지 비늘구름 계속되네
彼はもう 凉しげな 襟もとを すり拔ける
그는 이제 차가운 듯한 목 언저리를 빠져나가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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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에 발매된 2매의 스핏츠 싱글, 그리고 그들의 4번째 앨범 Crispy!의 부클릿을 보면
사사지 마사노리(笹路正徳)라는 인물이 프로듀서로 등장하는데,
이 사람은 이후 1996년 발매된 7번째 앨범 インディゴ地平線에 이르기까지
무려 4장의 스핏츠 정규 앨범의 프로듀싱을 담당한 사람으로,
스핏츠 사운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뮤지션이자 프로듀서입니다.
사사지 마사노리 프로듀싱 이전의 스핏츠 (1번째, 2번째, 미니 앨범, 3번째 앨범),
사사지 마사노리 프로듀싱 시절의 스핏츠 (4번째, 5번째, 6번째, 7번째 앨범) 그리고
사사지 마사노리 프로듀싱 이후의 스핏츠, (8번째 앨범 이후)
이 세 시기의 스핏츠를 구분하여 주의깊게 들어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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笹路正徳 |
각각의 시기별로 그 사운드들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그리 어렵지않게 느낄 수 있으며
아울러 프로듀서의 개성(Character)에 따라 밴드 사운드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또는 프로듀서가 밴드가 지향하고자하는 사운드에 어떻게 또는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는지
하는 것들을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사사지 마사노리가 등장한 1993년은 스핏츠 사운드에 있어서 커다란 의미를 가지는 해가 됩니다. |
사사지 마사노리 프로듀싱의 특징은 여러가지가 이야기될 수 있겠는데, 그 중 하나로는
스트링 섹션 (String Section)과 혼 섹션(Horn Section)을 사용하여 사운드를 좀더 풍부하게 만들어낸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런 특징은, 어떤 팬들에게는 록 밴드의 사운드를 '팝'스럽게(?) 만든다는 불만을 야기할 수도 있지만
제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이러한 특징이 단점보다는 장점으로 더 다가옵니다.
그리고 1991년 메이저 데뷰 이후 1992년 하반기까지 미니 앨범을 포함하여 이미 4장의 앨범을 발표했었지만
일반대중으로부터 기대만큼의 호응을 얻지못했던 그 당시의 스핏츠로서는,
대중들에게 좀더 폭넓은 지지를 얻게되는 계기가 마련되는데는 사사지 마사노리에게 힘입은 바가 크다는 생각이 들기에,
사사지 마사노리의 프로듀싱은 그것이 가지는 단점 또는 불만을 상쇄하고도 남는 프로듀싱이라고 생각합니다. |

Crispy! | 1993년 9월 26일에 발매된 Crispy! 앨범에서 이러한 특징을 잘 드러내는 곡 중 하나로는
夏が終わる(Natsu ga Owaru, 여름이 끝나네)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 곡을 듣고 '사운드가 풍부하고 따뜻하다'며 포지티브(Positive)하게 느낄 수도 있고
그렇지않고 '팝스럽게 편곡되어 불만이다'라며 네거티브(Negative)하게 느낄 수도 있듯이
즉 그 느낌의 결과는 비록 서로 크게 다를 수는 있겠지만,
그러한 느낌의 시작은 아마도 둘다, 사사지 마사노리의 프로듀싱에서 비롯된 것일 겁니다. |
이 노래, 夏が終わる의 레코딩에 참여한 스트링 섹션과 혼 섹션.
그 중에서 스트링 섹션은, 바이올리니스트 시노자키 마사츠구(篠崎正嗣)가 이끄는 현악합주단인
시노자키 스트링스(篠崎ストリングス)가 담당했습니다.
1950년생의 시노자키 마사츠구는 4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했으며,
10대 시절 학교를 중퇴, 스튜디오 세션 뮤지션의 길을 걸었으며
1973년, 1974년 두차례에 걸쳐 일본에 왔던
Percy Fairh Orchestra 내일(來日)공연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 
篠崎正嗣 |
1980년에 이르러 자신의 첫 솔로 앨범을 발표했으며,
1982년 Dave Grusin 내일(來日)공연의 스트링 콘서트 마스터(Strings Concert Master)였던 그는
뮤지컬, 영화, 연극, CF, TV 프로그램, 게임 등 다양한 장르에서 음악을 담당한 크로스오버 뮤지션이며
RMAJ (Recording Musicians Association Japan) 이사장직도 맡은 바 있는, 일본 음악계의 중요인물입니다. |
스핏츠 그리고 사사지 마사노리는,
시노자키 마사츠구의 사운드가 맘에 들었던지
앨범 Crispy! 이후에도 사사지 마사노리가 프로듀싱한 모든 앨범에
시노자키 스트링스를 스트링 섹션으로 기용합니다.
● 스핏츠 7번째 앨범 インディゴ地平線에서는
시노자키 마사츠구 그룹(篠崎正嗣グル-ブ)으로 참여합니다.
오른쪽 이미지는 시노자키 스트링스의 레코딩 모습이며
이미지 중앙 전면에 보이는 사람이 시노자키 마사츠구입니다. | 
篠崎ストリングス CLICK .. ↑ |
그리고 위의 시노자키 스트링스 이미지를 클릭하면, 그들의 또다른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열명도 넘는 현악기 연주자 중에서 리더인 시노자키 마사츠구의 모습은 어디에 있는지 한번 찾아보시기를.) |
스핏츠의 앨범 중에서 사사지 마사노리가 프로듀싱했던 앨범들에서
시노자키 스트링스의 사운드를 맛볼 수 있는 스핏츠 곡을 각 앨범 별로 한 곡씩 뽑아보자면
4번째 앨범 Crispy!(Crispy!, 크리스피!)에서 바로 이 곡 夏が終わる(Natsu ga Owaru, 여름이 끝나네),
5번째 앨범 空の飛び方(Sora no Tobikata, 하늘 나는 방법)에서 ラズベリ―(Raspberry, 라스베리),
6번째 앨범 ハチミツ(Hachimitsu, 벌꿀)에서 ルナルナ(Luna Luna, 루나 루나),
그리고 7번째 앨범 インディゴ地平線(Indigo Chiheisen, 인디고 지평선)에서는
시노자키 마사츠구 그룹이란 이름으로 참여한 チェリ―(Cherry, 체리) 등이 있습니다. |

君が思い出になる前に

夏が終わる | 夏が終わる는 앨범 Crispy!의 2번째 트랙으로 수록되었다가, 1993년 10월 25일 스핏츠의 7번째 싱글인
君が思い出になる前に(Kimi ga Omoide ni Naru Mae ni, 그대가 추억이 되기 전에)에도 수록되는데요.
A-SIDE의 君が思い出になる前に와 B-SIDE의 夏が終わる는,
두 곡 모두 '지난 여름의 정열을 뒤로 한.. 낙엽 빛깔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곡들이라서
때마침 10월 하순이라는 싱글 발매 시점과도 잘 어울리는 선택이었다는 느낌도 듭니다.
● 夏が終わる 노랫말 살펴보기 |
앨범 녹음 전 리허설 때 이 곡은 아직 가사가 만들어져있지 않았던 터라
마사무네(マサムネ)가 ♬라라라~♬ 라며 흥얼거리고 있었을 뿐이었어요.
하지만 가사가 없었을 그 당시부터도 제 자신 속에서는 이 곡에 대한 여러가지 모습들이 떠올랐죠.
惑星のかけら(Hoshi no Kakera, 별의 파편) 이전에는 없었던 타입의 곡이라는 점에
신선한 느낌을 받았던 곡이었습니다. |
드러머 사키야마 타츠오(崎山龍男)는 夏が終わる에 대하여 이렇게 회상하는데,
앨범 녹음 전 리허설 때까지도 노랫말이 만들어져있지 않던 이 곡의 노랫말에서
흥미로운 점은, 지난 여름을 추억하며 떠올리는 인물의 '성별(性別)'입니다. | 
崎山龍男 |
 | 처음, 간주 전에 또 한번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세번에 걸쳐서 나오는 노랫말,
遠くまで うろこ雲 續く
멀리까지 비늘구름 계속되네
彼はもう 凉しげな 襟もとを すり拔ける
그는 이제 차가운 듯한 목 언저리를 빠져나가네 |
즉, 노랫말의 대상이 되는 인물이 '그(彼, かれ, Kare)'로 지칭되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
시(詩) 또는 대중음악의 노랫말에서 노래하는 화자(話者)가 남성일 경우,
일반적으로 그 대상은 여성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화자가 여성인 경우는 그 반대이겠구요.)
이성 간의 만남, 사랑 그리고 이별이라는 주제는
인류 역사 이래로 가장 빈번하게 그리고 끊임없이 노래되는 주제이다보니 그러하겠지요.
그런데 쿠사노 마사무네(草野マサムネ)는 夏が終わる에서 노랫말의 대상이 되는 인물을,
삼인칭 여성대명사인 '그녀(彼女, かのじょ, Kanozo)'가 아닌, 삼인칭 남성대명사인 '그(彼, かれ, Kare)'라고 지칭합니다.
따라서 夏が終わる는, 지난 여름 '그녀(彼女)'와의 사랑을 추억하는 노래가 아니라
'그(彼, かれ, Kare)'와 함께했던 지난 여름의 우정을 추억하는 노래가 됩니다. |

うろこ雲 CLICK .. ↑ | 스핏츠를 통해 들려주는 쿠사노 마사무네의 노랫말은,
그저 한때 유행하는 대중음악의 노랫말로 지나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곤충을 좋아한다는 그는 곤충은 물론, 각종 동식물 등 '자연'을 노랫말의 소재로 삼기를 즐기는데
夏が終わる에서 마사무네가 소재로 삼은 자연으로는 '비늘구름(うろこ雲)'이 있습니다.
조개구름이라고도 불리우는 비늘구름(Cirrocumulus, 권적운)은,
구름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구름이기에 노래나 시의 소재로 자주 등장한다고 하는데
주로 가을하늘에서 자주 볼 수 있으며 이 비늘구름이 나타난 뒤에는 강한 바람이 분다고 합니다. |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온 시점에서 지난 계절의 추억담을 노래하는 마사무네가, 그 감정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위에 인용한 노랫말에서처럼 '비늘구름'이란 자연현상을 소재로 삼았는데,
보다시피 가을하늘에서 자주 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강한 바람을 동반한다는 점 등
실제 비늘구름의 특징을 알고나니
마사무네가 夏が終わる의 노랫말을 쓸 때, 그저 별 생각없이 '비늘구름'이란 단어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夏が終わる를 통해 노래하고자하는 주제와 관련하여 함축적인 의미를 가지는 문학적 수사(修辭)로서
遠くまで うろこ雲 續く
멀리까지 비늘구름 계속되네
彼はもう 凉しげな 襟もとを すり拔ける
그는 이제 차가운 듯한 목 언저리를 빠져나가네 | 라고 하는 노랫말을 썼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이 저만의 생각일까요? |
스핏츠의 夏が終わる를 들으며... 그해 늦은 여름 갑자기 세상을 등졌던 친구를 다시 떠올려봅니다.
暑すぎた夏が終わる 音も立てずに
무더웠던 여름이 끝나네 소리도 내지않고
深く潛ってたのに
깊숙히 들어와 있었는데 |
그리고 계절은 바뀌어 서늘한 가을 바람을 타고 그는 '차가운 듯한 목 언저리를(凉しげな 襟もとを)' 빠져나면서
'저 편의 기억(彼方の記憶)'을 건드리고는, 저멀리 높고 파란 가을 하늘의 '비늘구름(うろこ雲)' 속으로 그는 사라집니다. |
혹시 이 노래, 夏が終わる(Natsu ga Owaru, 여름이 끝나네)를 좋아한다면 또는 맘에 든다면
위의 '비늘구름' 이미지를 클릭해서, 비늘구름의 아름다운 풍경을 더욱 큰 이미지로 보시기 바랍니다.
그 풍경과 함께 새롭게 夏が終わる(Natsu ga Owaru, 여름이 끝나네)를 들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거든요.
(어느 해 늦여름 갑작스레 떠나버린.. 제 친구 이야기는 잊고서 말입니다.) |
√ 夏が終わる 노랫말(우리말 번역)의 출처는 (c) spitzHAUS 입니다.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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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9/10 11:51 | 스핏츠/SINGLE | trackback (0) | reply (36) |
Tags : Spi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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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자키 마사츠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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