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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는.. 가루처럼 それとも‥ 粉のように |
1980년대 초반이었던가, 이건우 작사 이동기 작곡 이동기 노래의 논개라는 곡이 히트친 적이 있었습니다.
이 곡의 노랫말을 지은 이건우는 당시 수많은 히트곡의 가사를 썼던 사람이었는데
(이 사람 이후, 대중가요 가사만 써도 밥먹고 산다..는 말이 당시 나오기도 했습니다.)
곡 제목에서 짐작되다시피 노랫말은,
진주 촉석루에서 왜장을 끌어안고 남강에 몸을 던진 의암 주논개를 소재로 삼고 있고,
곡조는 경쾌한 템포에, 단조로 시작해서 후렴부에 가서는 장조로 바뀌는 곡이었습니다.
(무려 이십여년 전의 노래라서 아시는 분이 없을 수도 있겠군요.) | 
논개 |
만약 이 곡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대충 이정도의 설명으로 '건전가요 분위기..의 노래겠지'라고 짐작될 겁니다.
건전가요 분위기, 맞습니다. (그런 종류의 노래치고 좋은 노래는 드문데, 이 곡 역시 '제 기준'에서는 좋은 곡이 아닙니다.) |
혹시 이 노래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동기가 부르고 당시 꽤나 히트쳤던 이 노래를 어떻게 기억할까요?
순전히 제 생각이긴 합니다만, 그 노래를 들으면서 또는 술집에서 반주에 맞춰서 그 노래를 부를 때
논개의 절개를 생각하면서 비분강개하는 기분을 가지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곡의 후렴부에 가면, '몸바쳐서'라는 부분이 4번이나 나오는데
이 '몸바쳐서'는 분명 왜장을 끌어안고 남강에 몸을 던진, 논개의 처절한 행위를 표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꽃입술 입에 물고' 그리고 '뜨거운 그 입술에' 등 여성성 만을 강조하여 논개를 피상적으로 표현하고
'몸바쳐서'가 4번이나 반복되어 나오는 후렴부를 장조의 경쾌한 리듬으로 처리하는 바람에
노랫말 전체를 심각하게 생각하면서 듣지않는 대중가요의 속성 상,
원래의 '몸바쳐서'가 가질 열아홉살 꽃다운 젊음 논개의 처절함은 간 곳 없고
(비록 무의식적이나마 또는 의도적으로?) 외설적인 분위기의 '몸바쳐서'만 강하게 남아버린..
비록 크게 히트는 했지만, 눈살 찌푸리게하는 노래로 제 기억 속에 남아있습니다. 적어도 제게는요. | 
論介と毛谷村六助 |
곡의 분위기 상 또는 제목만 보고는 막연하게 착각하는 경우도 있지요.
예를 들어 전반부의 오케스트레이션과 피아노가 인상적인, Elton John의 명곡 Tonight 같은 곡이 그렇습니다.
Elton John의 1976년 앨범 Blue Moves에 수록된 이 곡을 아름다운 러브 발라드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피아노 콘체르토를 듣는 듯한 전반부가 지나간 다음, 아름다운 멜로디에 실어서 Elton John은 이렇게 노래합니다. |
Tonight, do we have to fight again
Tonight, I just want to go to sleep
Turn out the light
But you want to carry grudges
Nine times out of ten
I see the storm approaching
Long before the rain starts falling |
어떤가요? 속되게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 노래의 주제는 '한밤중의 부부싸움'인 것이지요.
무슨 내용인지 알고나면.. 연인과 드라이브 데이트 하면서 이 노래를 듣고싶은 마음이 사라질 듯 합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차라리 노랫말의 의미를 모르는 채 듣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
● Elton John 오피셜 싸이트 바로가기 | 
Blue Moves |

楓

スピカ | 스핏츠(スピッツ)는 1998년 7월 7일 19번째 싱글 楓(Kaede, 카에데) / スピカ(Spica, 스피카)를 발매하는데
우리말로 '처녀성(Spica)'또는 '진주성(眞珠星)'이라 불리우는 スピカ는,
'황도 12궁 중 6궁에 해당하는 처녀자리(Virgo)의 알파별(일등성)'을 말하며
라틴어 식으로 발음해서 '스피카'이고 영어식으로 발음할 때는 '스파이커'라고 한다는군요.
● 楓 myspitz story .. 바로가기
제가 이 노래 スピカ를 처음 접했던 것은 싱글로서가 아니라, 그 이듬해 3월에 발매된 B-SIDES 모음집인
앨범 花鳥風月(Kachofugetsu, 꽃 새 바람 달)이었기에, 이 노래를 楓의 B-SIDE로 인식했었습니다.
후일 그들의 디스코그래피를 살펴보다가, 이 싱글이 흔히 말하는 '양면싱글'임을 알고는 갸웃거려지더군요.
● 스핏츠 싱글 색인 바로가기 | |
그들의 19번째 싱글 楓 / スピカ에서, スピカ는 비록 물리적으로는 두번째 트랙에 수록되어 있지만
楓와 함께 싱글 타이틀 곡임에도 불구하고 왜 B-SIDES 모음집인 花鳥風月에 재수록 되었을까? .. 싶어서요.
한편 제가 이 노래를 처음 접했을 때, 제목을 보고는 スピカ가 뭐지? .. 하는 궁금증도 있었습니다.
スピカ가 뭘까? 궁금했었습니다.
제가 일본어를 잘 모르기도 하는데다가, スピカ라는 카타카나(カタカナ) 세 글자만 보고서
그것이 일상언어에서 거의 쓰지않는 천문학 단어, 'Spica'라는 것을 유추해낼 도리가 없었지요.
결국 저는 スピカ 도입부에 나오는 하울링 노이즈(howling noise)로 미루어 짐작
'スピカ는 오디오의 스피커(speaker)를 말하나보다..'라고 혼자 고개를 끄덕였던 것이지요. | 
花鳥風月 |

Spica | 일한사전을 한번만 뒤적거려 봤더라면 スピカ는 'Spica'라는 별을 일컫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을테고
더불어 오디오의 '스피커'는 スピカ가 아니라 スピ―カ―로 표기된다는 것도 배웠을텐데..
엉뚱하게도 저는 スピカ가 오디오의 '스피커'를 말하는 것이라고 믿고(?) 오랫동안 세월을 보냈던 셈이지요.
노래를 만든 사람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제목을 오역한 채로, 한국의 어느 팬이 이 노래를 즐겼다는 사실을
이 노래를 만든 쿠사노 마사무네(草野マサムネ)가 혹시 알게된다면? ^^; 그는 분명 실소를 금치 못하겠지요. |
노래를 듣다보면, 앞서 얘기한 이동기의 논개처럼, 알고보면 눈살 찌푸릴 수준의 착각(?)도 있을 수 있고
(애당초 곡을 만들 때 그런 착각을 의도적으로 계산하고 곡의 전개방식을 그렇게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또는 Elton John의 Tonight처럼, 외국어의 청해가 쉽지않은 상태에서 곡의 분위기나 제목 만으로 착각할 수도 있습니다.
변명같지만 일본어를 잘 모른다는 이유 때문에 スピカ(Spica)를 speaker로 해석하는, 엉뚱함도 있을 수 있겠구요. |
'황도 12궁 중 6궁에 해당하는 처녀자리(Virgo)의 알파별(일등성)'을 뜻하는 제목의 スピカ(Spica, 스피카),
하지만 'スピカ(Spica)'라는 단어가 단 한번도 나오지않는 이 노래, スピカ에서.. 그걸 암시라도 해주는 대목은 고작 한군데 뿐입니다.
古い星の光 僕たちを照らします
오래된 별빛 우리들을 비춥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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花鳥風月 앨범 초회 한정판에 들어있는 스페셜 라이너 노트에 수록되어 있는 인터뷰 기사를 보면,
보컬리스트 쿠사노 마사무네와 기타리스트 미와 테츠야(三輪テツヤ)는 スピカ에 관하여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草野マサムネ | 이 곡은 フェイクファ―(Fake Fur, 페이크 퍼) 앨범 레코딩에서 제일 먼저 녹음한 곡이죠.
運命の人(Unmei no Hito, 운명의 사람)나 이 곡을 선행 싱글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결국 장롱 속에 넣어두고 말았죠.
곡이 나빠서가 아니라, 전체적인 앨범 분위기와 맞지않아서요.
그 후에 JAL(일본항공)의 リゾッチャ(Reso'cha, 리조차) 광고의 타이업(tie-up)도 되고, 빛을 보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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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輪テツヤ | 이 곡을 녹음하기 시작할 때는
아직 インディゴ地平線(Indigo Chiheisen, 인디고 지평선) 앨범 작업할 때의 방법을 고집스레 고수하고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게 아니다 라고 생각하니, 슬슬 フェイクファ―의 방법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덧붙여 말하자면, 이 곡에서 마사무네는 기타를 안치고 있지만,
フェイクファー 앨범에 수록된 거의 대부분의 곡들을 마사무네가 치고 있답니다. |
참고로 기타리스트 미와 테츠야의 이 코멘트와는 달리, スピカ PV 동영상에서는 마사무네가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으로 나옵니다.
원곡에서는 기타를 치지않아도 (PV의 비주얼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기타치는 장면으로 연출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
선행 싱글로까지 고려되었다가 フェイクファー 앨범 컨셉과 맞지않는 듯 하여 잠시 보류되었던 곡 スピカ.
한편 미와 테츠야의 얘기처럼 이전 앨범 작업 방식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계기가 된 곡이기도 해서
드러머 사키야마 타츠오(崎山龍男)에게는 '그 후부터 녹음에는 막힘이 없는 듯한 느낌'을,
쿠사노 마사무네에게는 '여러가지 계기'를 주었던 スピカ.
이 노래 スピカ에 대해서 베이시스트 타무라 아키히로(田村明浩)는 이렇게 덧붙입니다.
가제는 粉のように(Kona no Youni, 가루처럼) 이었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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田村明浩 | '가제는 粉のように(Kona no Youni, 가루처럼) 이었어요'라고 하는 타무라 아키히로의 코멘트 때문에,
スピカ(Spica, 스피카)의 노랫말을 다시 한번 보게 됩니다.
粉のように飛び出す せつないときめきです
가루처럼 날기 시작하네 안타까운 설레임입니다
今だけは逃げないで 君を見つめてよう
지금만은 도망가지마라 너를 응시하고있을 거야 |
● スピカ 노랫말 살펴보기 |
スピカ를 'Spica'가 아니라 'speaker'로 오랫동안 잘못 알고있었던 저로서는, 노랫말은 전혀 살펴보지도 않은 채 막연하게,
'핸드마이크(speaker)를 들고 무언가 외치는 젊은 웅변가(speaker)'의 이미지를 이 노래에서 느껴왔더랬습니다.
제게는 그렇게 오인된(?) 노래이긴 하지만 (スピカ가 처녀자리의 일등성을 의미하는 '스피카'라는 것을 알고난 다음에도)
앞서 언급한 이동기의 논개나 Elton John의 Tonight처럼 크게 황당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이 곡의 가제가 粉のように(Kona no Youni, 가루처럼)란 걸 안 이후에는 도리어 느낌이 더 좋기까지 합니다.
이 곡에 대해서 처음 가졌던 '힘찬 느낌'에 이어서 별자리 단어에서 막연하게 다가오는 '신비한 느낌'
게다가 粉のように)에서 꽃가루(花粉) 이미지가 떠올라 '부드러운 느낌'까지 더해지니.. 아마 그런가 봅니다. |
그런데 スピッツ의 スピカ 노랫말을 살펴보면, 바로 이 スピカ란 단어가 단 한번도 나오지 않습니다.
쿠사노 마사무네가 노랫말을 만든 노래 중에 이런 경우는 꽤 많습니다. 재미 삼아 한번 살펴볼까요? |
スピッツ의 노래 중에서, 노래제목의 단어가 노랫말에 단 한번도 나오지않는 곡들 (2005년 8월 현재) |
ビ―玉 (유리구슬) | タンポポ( 민들레) | プ―ル (푸울) | 田舍の生活 (전원생활) | オ―バ―ドライブ (오버드라이브) | タイムトラベラ― (타임 트래블러) | ドルフィン ラヴ (돌핀 러브) | ロビンソン (로빈슨) | Y (와이) | グラスホッパ― (그래스호퍼) | 初恋クレイジ― (첫사랑 크레이지) | チェリ― (체리) | エトランゼ (에뜨랑제) | 楓 (카에데) | スカ―レット (스칼렛) | スピカ (스피카) | ホタル (반디) | アカネ (꼭두서니) | 船乘り (항해자) | エスカルゴ (에스카르고) | SUGINAMI MELODY (스기나미 멜로디) | スタ―ゲイザ― (스타게이저) | ほのほ (불꽃) | ワタリ (떠돌이) | テイタム·オニ―ル (테이텀 오닐) | みそか (그믐날) | テクテク (터벅터벅) |
살펴보니 백수십곡의 노랫말을 살펴본다는 게 '재미삼아..'가 아니군요. 어쨌든 27곡 정도가 그런 곡들이군요.
참고로, 靑春生き残りゲ―ム(Seishun Ikinokori Game, 청춘 살아남기 게임)에서의 生き残れ(Ikinokore, 살아남아라)
그리고 甘ったれクリ―チャ―(Amattare Creature, 응석쟁이 크리쳐)에서의 甘えたい(Amaetai, 응석부리고싶어) 등과 같이
노랫말 안에서 해당 곡 제목의 단어가 다른 형식의 활용형으로라도 사용된 경우는 제외했습니다. |
이 곡에서 키보드 사운드를 들려주는 사람은 타나야 유우이치(棚谷裕一)라고 합니다.
그는 이 곡의 어레인지먼트와 프로듀싱을 스핏츠와 함께 하면서 이후 스핏츠의 작업에 동참하는 인연을 맺습니다. |
√ スピカ 노랫말(우리말 번역)의 출처는 (c) spitzHAUS 입니다.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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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9/14 16:23 | 스핏츠/SINGLE | trackback (0) | reply (26) |
Tags : Elton Jo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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