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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빛 사랑, 귀를 기울이면「퀴카」소리 ミルク色の恋、耳をすませば「クイ―カ」の音 |
즐거운 편지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으로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 황동규의 시집 삼남에 내리는 눈 中에서 | 
삼남에 내리는 눈 |
스핏츠(スピッツ)의 恋のうた(Koi no Uta, 사랑의 노래)라는 노래 제목을 떠올리니, 황동규의 시 한편이 생각납니다.
아마도 그의 시 즐거운 편지가 '사랑의 노래' 중에서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편이기 때문이겠지요. |
쿠사노 마사무네(草野マサムネ)는 초창기 스핏츠의 사랑 노래, 恋のうた에서 이렇게 노래합니다.
僕がこの世に生まれて来たわけにしたいから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온 이유이고 싶으니까 |
상대를 앞에 두고 직접 이런 말을 한다고 생각하면 어쩌면 낯간지럽게 느낄 고백일 수도 있지만
(즉 그런 고백을 건네는 입장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로부터 이런 고백을 받는 입장이라면
아마도 그건 평생을 두고서도 그리 자주 경험하기 힘든, 짜릿한 순간이지 않을까요?
그런 점에서 보자면, 누군가를 사랑하기에.. 누군가를 향한 사랑이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늘 곁에 있으므로
그것이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없어서는 안될 자연현상과 같다는 황동규의 노래(詩)는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온 이유(僕がこの世に生まれて来たわけ)'가 바로 '너'라는 마사무네의 詩(노래)와 그리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

恋したい | 굳이 마사무네의 것이 아니더라도 더욱 와닿는 사랑의 고백을 떠올릴 수 있는 것도 많은데
마사무네가 노래하는 것과 같은 사랑의 고백이 괜스레 제 마음을 끄는 이유는,
그 고백에 '싶다(たい)'라고 하는, 희망을 나타내는 조동사를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바로 너다」라고 단정짓는 말이 더 강렬한 고백일 것 같지만
비록, 사실은 그렇게 태어나지 않았었다 할지라도, 널 알고난 다음부터는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온 이유가 너이고 싶다」라는 바램,
그것을 고백하는 것이 더욱 강렬하지 않을까요? 스핏츠의 마사무네가 그렇게 노래하듯. |
마사무네로서는 후렴부에서의「∼にしたいから」라고 각운을 맞추기 위해서만「たい」라는 표현을 사용했는지 몰라도
노랫말을 접하는 저로서는 그 '싶다(たい)'라는 보조동사 덕분에, 마사무네식 사랑의 고백이 더 와닿습니다.
ずっと大事にしたいから
僕がこの世に生まれて来たわけにしたいか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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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恋のうた 간주가 나오기 전 삼절 앞부분의 노랫말은 아래와 같은데요.
ミルク色の細い道を / ふり返ることなく步いてる
밀크빛의 좁은 길을 / 돌아다보지않고 걷고있네 |
다섯번째 앨범 空の飛び方(Sora no Tobikata, 하늘 나는 방법)의 수록곡,
ヘチマの花(Hechima no Hana, 수세미외꽃)에서도
恋のうた의 이 부분과 비슷한 노랫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深くミルク色に煙る 街を裸足で步いている
깊이 밀크빛으로 흐려보이는 거리를 맨발로 걷고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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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外輪山大津線 Milk Road
● ヘチマの花 myspitz story .. 바로가기 |

恋のうた | 위 두 노랫말에서 쿠사노 마사무네가 표현하는 '밀크빛 길(ミルク色の道)' 그리고 '밀크빛 거리(ミルク色の街)'는
실제 길 또는 거리의 빛깔이라기 보다는, 사랑의 감정이 가득할 때 눈 앞에 펼쳐지는 길 또는 거리에 대한 느낌,
그것을 마사무네적인 감성은 여러가지 빛깔 중에서 '밀크빛(ミルク色)'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1991년 恋のうた와 1994년 '사랑의 꽃(愛の花)'으로 노래한 ヘチマの花(Hechima no Hana, 수세미외꽃),
이 두개의 사랑 노래에서 똑같이 '밀크빛(ミルク色)' 길을/거리를 걷고있는 모습을 노래하는 것을 보면
마사무네는 은연 중에 '밀크빛(ミルク色)'을「사랑의 빛깔(恋の色)」로 인식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지요. |
위 오른쪽 이미지는 쿠사노 마사무네의 고향 후쿠오카(福岡)에서 그리 멀지않은 아소(阿蘇)에 있는 339번 지방도로의 모습인데
행정상의 정식 명칭은「키타가이린야마오즈센(北外輪山大津線)」이지만 흔히「밀크로드(ミルクロ―ド」라고 한답니다.
恋のうた의 '밀크빛의 좁은 길(ミルク色の細い道)'이 바로 이 길「밀크로드(ミルクロ―ド)」를 말하는 것은 물론 아니겠지만요. ^^; |

名前をつけてやる | 스핏츠의 두번째 앨범 名前をつけてやる(Namae wo Tsuketeyaru, 이름을 불러주마)에 수록된
恋のうた(Koi no Uta, 사랑의 노래)는, 들을 때 마다 입가에 은근한 미소가 지어지는 노래이기도 합니다.
恋のうた(Koi no Uta, 사랑의 노래)라는 제목이 은근히 '엔카'스러워 그렇기도 하고,
록 밴드의 노래스럽지않은(?) 리듬의 분위기도 슬그머니 웃게 만듭니다.
그리고「첫마디를 메노 모쏘(meno mosso)로 출발한다」라고 해야할지
아니면「첫마디 음을 모두 페르마타(fermata)로 처리한다」라고 해야할지
음악적으로 그것을 정확히 어떻게 지칭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おさえ..라고 부르는 첫마디를 길게 늘여 부르다가 きれぬ..부터는 원래 예정된 템포로 진행하는,
戀のうた의 재미난 시작이, 무엇보다도 먼저 저를 미소짓게 만듭니다.
● 메노 모쏘 : 빠르기를 조금 늦춤. meno mosso.
● 페르마타 : 박자의 운동을 잠시 늦추거나 멈춤. fermata. |
사실 이 노래 恋のうた는, 제게 있어 자주 듣는, 또는 특별히 찾아 듣는 스핏츠 곡이 아닙니다.
名前をつけてやる 앨범을 CDP에 넣고 듣다보면 트랙 순서에 맞춰 그저 자연스레 듣게되는 곡이지요.
평소 좋아하는 뮤지션/밴드의 음반을 자주 듣고 있으면,
한 곡이 끝나고 다음 곡이 나오기 직전에 이미 다음 곡을 마음 속으로 흥얼거리게 됩니다.
그래서 가끔은 '다르게' 들어보고 싶어서 PLAY 순서를 랜덤으로 해두고 듣기도 하는데요.
名前をつけてやる 앨범을 그렇게 듣노라면, 이 노래 恋のうた를 느닷없이 만나게 됩니다.
그다지 즐기는 노래는 아니지만, 그렇게 느닷없이 만나게 되는 恋のうた는 그래서 더 재미난 곡입니다. |  |
이 노래는 마치, 단 한번만 들어도 그 멜로디가 귀에 바로 들어오는 구전가요같은 느낌도 받습니다.
名前をつけてやる(Namae wo Tsuketeyaru, 이름을 불러주마) 앨범 전체를 트랙 순서에 맞춰 듣고있으면,
이 노래 恋のうた(Koi no Uta, 사랑의 노래)의 다음 트랙이자, 이 앨범의 히트곡인
魔女旅に出る(Mazo Tabi ni Deru, 마녀 여행을 떠나다)를 즐기기 전에 잠시 쉬어가는 느낌도 있구요. |
드러머 사키야마 타츠오(崎山龍男)는 恋のうた에 관한 기억을 이렇게 떠올립니다.
이 곡은 꽤 오래된 곡. 당시에는 빠른 8비트 곡이 많았지만. 이 곡은 전혀 달랐어요.
아르바이트하는 데서 곡을 맞춰보던 재미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처음에는 이러한 곡을 시도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지 멋진 곡이 될까? 몰랐어요.^^
연주하는 동안에 칼립소(calypso)적인 분위기를 살리면서.
간주에 퀴카(cuica)를 넣기도 하고 퍼커션(percussion)도 넣기도 하고 해서 완성된 곡이죠. |
● 퀴카(cuica) : 문질러서 소리를 내는 브라질리언 핸드 드럼(brazillian hand drum). | 
崎山龍男 |

cuica | 사키야마 타츠오의 이러한 이야기를 접하는 바람에,
평소 모르고 지나쳤던 퀴카(cuica)라는 악기의 소리를 찾아 귀기울여 들어봤습니다.
하지만 생각 외로 그 소리를 찾아 듣는 게 쉽지않더군요.
그래서 이퀄라이저의 레벨 미터들을 이리저리 오르락내리락 해봤더니..
간주 부분에서 마치 DJ가 턴 테이블을 이용하여 스크래치(scratch)하는 듯한 소리를 연상시키는,
사키야마 타츠오의 퀴카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소리'를 '말'로 얘기하는 것은 아무래도.. 아니군요.
간주 부분에서 볼륨을 약간 올리고 귀를 기울여 퀴카 소리를 직접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
퀴카는 우리들에게 다소 생소한 악기이지만 브라질 댄스음악에서는 매우 중요한 악기라고 합니다.
드럼에 붙어있는 스틱으로 드럼 표면을 문질러 소리를 내는데 음의 높낮이 조절이 가능합니다.
높은 음을 내려고 할 때는 퀴카 중심부 쪽을 누르고, 낮은 음을 원하면 가장자리 쪽을 누른다고 하는군요.
타악기, 특히 그 중에서도 드럼의 일종이면서도 일반적인 드럼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사운드를 들려주고
'문지른다(rubbing)'는 연주기법도 상당히 특이해서 그 연주 장면을 직접 보고싶은 마음도 생깁니다. |

戀のうた

ヒバリのこころ | 앞서 인용한 것처럼 사키야마 타츠오는 恋のうた를 '꽤 오래된 곡'이라고 했는데
이 곡은 스핏츠의 메이저 데뷰 이전에 카세트 테이프로 제작, 배포된 적이 있습니다.
1989년 7월 12일 신주쿠LOFT(新宿ロフト)에서의 鳥になった日(Tori ni Natta Hi, 새가 된 날) 라이브에서
그날 왔던 입장객에게 나누어줬던 것이 그것인데 당시 약 300개 정도가 배포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스핏츠 팬들에게 컬렉터즈 아이템(collectors' item)이 되어버린 이 카세트 테이프에는
恋のうた 그리고 ファズギタ―(Fuzz Guitar, 퍼즈 기타) 이렇게 두 곡이 수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역시 컬렉터즈 아이템인, 1990년 3월 21일 발매의 인디 시절 CD인
ヒバリのこころ(Hibari no Kokoro, 종달새의 마음)에도 이 곡 恋のうた가 실리기도 했습니다.
왼쪽 위의 이미지가 카세트 테이프 恋のうた, 왼쪽 아래의 이미지가 CD ヒバリのこころ인데
각각의 이미지를 클릭하면 큰 커버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
√ 恋のうた 그리고 ヘチマの花 노랫말(우리말 번역)의 출처는 (c) spitzHAUS 입니다.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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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12/09 15:01 | 스핏츠/ALBUM | trackback (0) | reply (23) |
Tags : Spi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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