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장 아름답게 빛나던 시간 最も 美しく 輝いた 時間 |
예전에 비디오로 허우샤오시엔(侯孝賢, Hou Hsiao-Hsien)감독의 비정성시(悲情城市, City of Sadness)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워낙 오래 전에 봤던 영화라, 이제는 그 줄거리도 잘 기억이 나질않지만 당시 가졌던 '좋았다'는 느낌은 아직까지도 여전합니다.
영화로서도 좋았지만, 그리 멀지않은 나라이면서도 무관심했던 타이완의 현대사를 일별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비정성시는 제게 그 당시 모종의 '자극제'가 되기도 했구요.
(그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타이완이 그렇게 오랫동안 일본의 지배를 받은 줄 몰랐더랬습니다.) |
'중국'이라고 하면.. 대륙으로서의 '차이나'과 드라마틱한 역사를 가진 '홍콩' 그리고 '타이완' 이렇게 셋으로 나누어 떠올렸는데
그 중 타이완의 근현대사에 대해서는 장제스(蔣介石)총통 만 떠오를 뿐,
그저 막연하게 대륙과 한묶음으로만 짐작했을 정도로 무지했기에 비정성시는 제게 있어서 은근한 충격이기도 했던 거죠.
특히 제게 다가왔던 것은, 일본의 지배 아래 오랫동안 식민지 상태로 있어야했던 타이완의 근대사가 아니라
1945년 이후 일본이 물러간 후 타이완을 점령한(?) '본토인'에 의한 새로운 지배라는, 그다지 부각되지않은 타이완의 현대사였습니다. |
당시 알고지내던 (지금은 영화판에 가있는) 친구와 영화 이야기를 하다가 그 친구를 통해 해적판 비디오로
허우샤오시엔의 초기작 중의 하나인 동동의 여름방학(冬冬的假期, A Summer at Grandpa's)을 보게되기도 했습니다. |
그리고 한참 세월이 흐른 2005년 10월,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PIFF) 개막작품인 쓰리 타임즈(最好的時光, Three Times)는
그의 영화로는 제게 있어 세번째 영화가 되기도 했고 예전 '좋았다'는 느낌의 연속선상에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컸습니다. |
쓰리 타임즈(最好的時光, Three Times)
허우샤오시엔(侯孝賢, Hou Hsiao-Hsien)
타이완(台灣,Taiwan). 2005년. 135분. 35mm. COLOR
장첸(張震, Chang Chen)
수치(舒淇, Shu Qi)
에피소드 1 : 연애몽(戀愛夢) 1966년
에피소드 2 : 자유몽(自由夢) 1911년
에피소드 3 : 청춘몽(靑春夢) 2005년
| 
最好的時光 |
에피소드 1 : 연애몽 1966년
카오슝
당구장 단골손님과 여종업원
대륙에서는 문화혁명 시작
본토와의 관계 냉각
편지. 연정. 입대. 휴가. 재회
인물을 쫓아가는 카메라 패닝 | 에피소드 2 : 자유몽 1911년
다다오솅
대지주의 아들과 유곽의 고급매춘부
대륙에서는 신해혁명 시작
급변하는 시대
구국의 심정. 떠남. 슬픔
고정된 화면 | 에피소드 3 : 청춘몽 2005년
타이페이
사진작가와 클럽 가수
2005년 현재
혼란스러운 듯한 배경 이미지
두 여자와 한 남자. 엇갈린 사랑. 상처
클로즈업 또는 흔들리는 화면 |
해운대 요트장에서 개막식과 함께 야외상영으로 보게되었던 허우샤오시엔의 영화 쓰리 타임즈.
하지만 비정성시 만큼의 감동이 오지 않았습니다. 제가 달라진 것일까요. 아니면 그가 달라진 것일까요.
PIFF 개막작 야외관람은 이번에 처음 가보는 것이 아니기에 긴팔 티, 자켓 등을 미리 준비하고 가긴 했지만.. 추웠습니다.
좌석제가 아니라 선착순이었기에 이른 시간에 가야해서 저녁식사를 하지않은 채 간데다가 135분의 상영시간.. 배고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비정성시에서 비롯된 기대가 너무 컸던 것 때문만은 분명 아닌 듯한데, 뭐랄까요, .. 지루했습니다. |
하지만 '에피소드 3 : 청춘몽 2005년'에서의 몇몇 장면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위 이미지에서 나오는 장면에 앞서, 형광등을 들고 벽면에 붙여진 사진들을 하나 둘 살펴보는 장면이라든지,
여자 주인공이 노래하는 클럽에서의 '흐릿한 느낌'의 장면 같은 것 말입니다.
|
1911년의 '자유몽'의 경우, 특이하게 무성영화 스타일로 자막으로 대사를 처리했는데
이는 1911년의 타이완에서는 일본어와 타이완어가 공용으로 사용되었기에 민감한 언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렇게 했다는군요. |
'자유몽'의 경우 그 배경이 오로지 한 장소에서만 촬영되었고 게다가 여자의 방 안에서의 장면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일본 지배 하의 정세라는 닫혀진 상황, 타이완 지식인의 고뇌 등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이 에피소드의 주배경인 기방(妓房)의 닫힌 공간이 묘하게 어우러져 관객에게 상당히 불편한 느낌을 주는데
이런 분위기 속에서 무성영화 방식의 자막처리는, 애당초 그 동기가 어쨌든, 뭐랄까요.. '부조화의 조화'같은 효과를 주더군요. |
참, 개막식 때 보아(BoA)가 출연하여 축하곡을 부르더군요.
두곡을 불렀는데 그 중의 첫곡이 바로 이 영화 쓰리 타임즈 '연애몽'에 삽입된 Smoke Gets In Your Eyes였습니다.
허우샤오시엔의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한 '연애몽' 도입 부분에 이 노래가 The Platters의 오리지날 버전으로 흘러나오는데,
실제로 허우샤오시엔의 20대 초반 시절 자주 들리던 당구장에서 이런 곡들이 흘러나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영화에서처럼 점수기록하는 여자종업원에게 편지를 써서 보내기도 했다네요. ^^;; |
영화 쓰리 타임즈의 중국어 원제인「最好的時光」은,「우리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던 시간」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허우샤오시엔은 인터뷰를 통해 이 제목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제목은 영화의 배경이 된 그 시간들이 정말 아름답다는 의미라기보다,
어떤 시간이든 한번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아름답다는 의미다. |
그런데.. 지나가버린 시간들, 단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이유 만으로 그 시간들 모두가.. 정말 아름다울까요? |
√ 이 글에 첨부된 음악의 저작권은 원 소유자 또는 관계 회사에 있으며 재사용을 금합니다.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만일 권리를 가진 개인이나 단체가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 음악 파일은 즉시 삭제될 것입니다. |
|
| 2005/10/09 05:01 | 보기 | trackback (0) | reply (14) |
Tags : The Platters,
侯孝賢,
張震,
舒淇,
쓰리 타임즈 |
Trackback :: http://www.myspitz.com/tt/trackback/6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