裸のままで Hadaka no Mamade 벌거벗은 채 |
이전의 글에서 '빠돌이'와 '빠순이'란 표현을 잠깐 쓰긴 했습니다만, 저는 신조어를 받아들이는데 상당히 더딘 편입니다.
제가 더디다고 하는 것은, 신조어에 둔감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일상 언어로 사용하는 것에 부담을 안는다는 얘기입니다.
그런 제게 있어 거부감없이 일상 언어로 사용하게 된 신조어 중에 '절친'이란 것이 있습니다.
아마 아시겠지만, '더할 나위 없이 아주 친하다'는 뜻의 형용사인 '절친(切親)하다'의 어근(語根)인 '절친'만 떼어내서는,
'더할 나위 없이 아주 친한 친구' 즉 '절친한 친구'라는 뜻으로 명사화시킨 신조어인데요.
모친, 부친, 선친 등과 같은 단어와 소리값이 같기에 '사람을 뜻하는 명사'로 받아들이는데 그다지 부담이 덜했던 것같습니다.
僕の仲良し | 누구나 다 그러하다고 일반화시킬 수는 없는 것이지만, 중고교 학창시절을 지나고 나면
더욱이 학창시절을 끝내고 사회인이 되면, 새롭게 '친구'가 생기는 경우가 흔치 않은 듯 싶습니다.
그런 마당에 친구도 그냥 친구가 아니라 '절친'이라 말할 수 있는 누군가가 생기는 것은 더욱 흔치 않을텐데
지난 해에 알게 된 어느 친구 하나가 지금의 제게는 '더할 나위 없이 아주 친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제가 그를 알고 지낸지는 이제 고작 일년하고 조금 넘은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요즘의 신조어를 빌어서 그를 표현하자면 '절친(切親)'이란 말이 딱 제격인 친구이지요.
얼마 전 바로 그 '절친'인 그에게서 선물을 하나 받았습니다.
'서프라이즈'를 해주고 싶었는데 그게 여의치 않아서 그냥 주게 되어 재미없다면서, 넌지시 건네는 선물.
예상치 않은 선물에 당황해 하면서 포장지를 뜯어보니, 그것은 M.C the MAX의 5집 앨범 Returns. 2CD. |
그가 M.C the MAX의 음반을 제게 선물한 것은 제 취향이 아니라 그 자신의 취향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그리고 제가 최근 M.C the MAX에 대하여 어떤 연유로 관심이 생겼는지 그는 아마 모르겠지만,
'절친'으로부터의 예상치 않은 음악 선물은, 평소 제가 그다지 즐기지 않던 장르에의 초대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M.C the MAX를 두고 그 이름만 가지고 한동안 힙합 그룹으로 잘못 알고 있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MC Hammer, 우리네 MC 스나이퍼를 연상해서는, 알아보지도 않고 그런 오해를 했었지요.)
X-Japan의 Tears를 누군가가 리메이크했다고 했을 때도 그게 M.C the MAX인 줄 몰랐다가
안젠치타이(安全地帯)의 ショコラ(chocolat, 쇼콜라)를 리메이크한 사랑의 시가 나왔을 즈음에 이르러서야
M.C the MAX라는 이름과 사랑의 시라는 제목이 제대로 매치되기 시작했습니다. |
M.C the MAX |
하지만 고작해야 이름과 노래 제목 정도만이 매치되고 M.C the MAX가 힙합 그룹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뿐,
저는 그들을 두고,「포맷은 sg워너비와 같은 3인조 보컬 트리오, 장르는 발라드」일 거라고 제 마음대로 짐작하고 지냈습니다.
그런데 몇 개월 전 'M.C the MAX 상표 서비스표 사용금지 가처분신청' 뉴스를 접하고서야 비로소
그들이 보컬 트리오가 아니라, 보컬리스트 이수, 베이시스트 제이윤, 드러머 전민혁으로 이루어진 '밴드'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고
M.C the MAX의 전신이 바로 문차일드였으며, M.C the MAX는「Moon Child the Maximum」의 약자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문차일드의 1집 앨범이 발매되었을 때, 저는 '괜찮은 밴드가 하나 나왔구나' 싶었습니다.
부산의 어느 레코드숍에서 그 앨범의 동명 타이틀 곡인 Delete를 반복해서 들을 때였는데
(그 당시 그 레코드숍에서는 문차일드의 데뷰 앨범을 집중적으로 프로모션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일렉트로니카, 테크노 등의 단어가 떠오르는 장르의, 그러면서도 팝적인 요소가 상당한,
그래서 일반적인 록 밴드보다는 훨씬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밴드가 나오는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그만이었고 그 이후로는 제 관심 영역 밖으로 사라져버리는 바람에,
제게 있어 문차일드는 오랫동안 잊혀져버린 - 잠시 떠올랐다 사라진 - 밴드가 되고 말았습니다. |
Delete |
裸のままで | 그랬던 문차일드를 제가 다시 주목하게 된 것은 그들의 노래 중에 태양은 가득히라는 곡이
스핏츠(スピッツ)의 어느 노래와 후렴부가 상당히 비슷하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1993년 7월 25일에 발매된 6번째 싱글 裸のままで(Hadaka no Mamade, 벌거벗은 채)가 그 곡인데
혹시 태양은 가득히의 멜로디가 기억난다면‥, 어떤가요?‥ 후렴구가 비슷하다는 느껴지나요? |
스핏츠의 裸のままで(Hadaka no Mamade, 벌거벗은 채)는 문차일드의 태양은 가득히 보다 6~7년 전에 나온 곡이니까
태양은 가득히를 작곡한 윤일상은 스핏츠의 그 곡을 이미 들어본 적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만,
제가 듣기에는 두 곡의 후렴부가 비슷하기는 해도 표절이라고까지 말하기는 좀 곤란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어쨌든 문차일드에서 M.C the MAX로 이름을 바꾸고도 몇 년이 지날 동안 그 둘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지내다가
M.C the MAX와 소속사 간의 분쟁이 관련된 '소송' 뉴스를 접하고서야 비로소 문차일드를 다시 떠올리게 되고
그래서 그들에 대한 관심이 다시 생기자 (마치 그 낌새를 알기라도 한 듯) '절친'은 M.C the MAX의 CD를 선물로 제 손에 쥐어줍니다.
그래서 몇 차례 거듭해서 들어보니,「M.C the MAX표 발라드」에 열광하는 팬이라면
가슴아 그만해, 사랑이 사랑을 버리다처럼 주목받는 작곡가인 신인수가 작곡, 편곡한 곡을 비롯하여
이별 이후를 애절하게 노래하는 모래시계, 눈을 감아도 같은 발라드 트랙에 가슴 저려할테고
이수의 보컬을 여전히 좋아하지만 이제는 '록 밴드' M.C the MAX를 느끼고 싶은 팬들은
문득 문차일드 시절의 Delete를 떠올리게 하는 Returns를 비롯하여
(Returns를 작곡한 Vink가 그들과 인연을 맺은 것은 문차일드 1집 때부터라고 하네요.)
Oh! Plz나 Moment같은 업 템포 트랙을 주목할 것같기도 합니다.
한편 그동안 이수에게 집중되어 있던 시선을 이제 제이윤과 전민혁에게도 나누어 보려는 팬들이라면
HOPE, Rain 그리고 What a Wonderful World 같은 트랙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겠구요. |
Returns |
제 취향으로는, 문차일드로 데뷰했을 때 제가 원했던 느낌을 떠올리게 만드는 Returns같은 트랙이 가장 먼저 귀에 들어오고,
HOPE와 What a Wonderful World에서 'M.C the MAX의 6집 앨범'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만듭니다. (특히 HOPE.)
그렇다고 해서 M.C the MAX의 5집 앨범 Returns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를테면 Rumble Fish의 최진이와 함께 부른 곡인 Oh! Plz의 노랫말같은 것이 그렇습니다.
나이트클럽에서 마주친 남녀의 엇갈리는 모습을 묘사한 이 노래의 경우, 멜로디는 마음에 드는데 노랫말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수가 작사 작곡한 트랙 중의 하나인 Moment의 노랫말을 부클릿에서 살펴보면
'꿈을 꾸게 돼'로 표기되어야 할 것이 '꿈을 꾸게 되'로 표기된 것은 교정 미스 또는 오타로 여기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혹시 요즘 우리말 문법이 바뀐 건가요? 최근에 이렇게 표기하는 사람을 여럿 봤습니다.)
'Cum on N Dance with me'라고 해서, 'Come on'을 비속어 표현인 'Cum on'이라고 표기한 것도 볼 수 있는데
노랫말과 멜로디, 편곡 등 전체적인 분위기를 미루어보면 Moment는 비속어가 자주 등장하는 힙합이나 랩 분위기도 아닌데
- 도리어 틴에이저용 '캔디팝' 느낌의 곡인데 - 왜 굳이 '19금 비속어'로도 읽혀지는 단어로 표기했는지 모르겠습니다.
(NAVER에서 'cum'을 검색어로 하여 검색을 해보십시오. 이 속어는 성인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 단어입니다.)
그리고 이 곡의 코러스 부분에서는 'I've got universe'라고 하는데, 'I've got the universe'라고 해야 하지 않나요?
제가‥ 정관사, 부정관사 등에 관한 영문법에 자신이 없어서 딱히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는 없지만요.
Crispy! |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M.C the MAX에 대한 제 인식의 경로에는 스핏츠가 스치듯 지나치기에,
M.C the MAX 5집 앨범 수록곡의 노랫말에 대한 잡념을 떠올릴 때도 문득 스핏츠가 지나쳐 갑니다
どんなに遠く 離れていたって 君を愛してる
아무리 멀리 떨어져있어도 너를 사랑하네
ほら 早く!早く! 氣づいておくれよ
자 빨리! 빨리! 깨달아다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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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핏츠의 노래는 거의 대부분이 보컬리스트 쿠사노 마사무네(草野マサムネ)가 작사 작곡한 것인데
싱글 발매 두 달 후 발매된 네번째 앨범 Crispy!에도 수록된 이 곡, 裸のままで(Hadaka no Mamade, 벌거벗은 채)는
마사무네가 '사랑한다(愛してる)'라는 표현을 노랫말에 처음으로 구사한 곡이라고 합니다.
● 裸のままで 노랫말 살펴보기
오래 전 제가 쓴 글 중「스스로의 금기를 깨는 심정 自分のタブーを壊す気持ち」이란 제목의 글에서
산울림의 김창완이 '사랑'이라는 단어를 상당히 오랫동안 의도적으로 기피해 오지 않았는가 하는 얘기를 한 적도 있습니다만,
마사무네도 김창완만큼은 아니라도, 그 역시 '사랑한다(愛してる)'라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사용하는데는 상당히 주저했던 것 같습니다.
● ハニーハニー myspitz story .. 바로가기
(이런 비교는 의미없는 것이지만) 마침 M.C the MAX를 얘기하던 참이라 그들의 5집 앨범 Returns 수록곡들과 비교하자면‥
사랑의 시, 사랑은 아프려고 하는거죠 등 히트곡들이 담긴 CD 2는 제외하고, (어쩜‥^^*, 제목에서부터 '사랑'이 넘치네요.)
신곡이 수록된 CD 1의 15곡 중에서도 연주곡인 Intro도 빼고, 두가지 트랙으로 실린 곡은 1곡으로 계산해서 13곡 중에서,
(이번에도 역시 제목에 나오는 '사랑'을 제외하고서도) '사랑'이란 표현이 무려 스무 번도 넘게 나오는 것과는 너무 다르군요.
잡지 아레나써티세븐(アリーナサーティセブン, ARENA37°C) 1996년 4월호의 권두대특집 SPITZ에 의하면,
스핏츠의 베이시스트 타무라 아키히로(田村明浩)는 裸のままで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합니다.
이 곡을 녹음할 때 혼(horn)이 들어간 것을 듣고,
"이상하게 다른 곡이 되어버렸어" 라며 불안감을 느꼈던 게 기억나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불안감도 하나의 변화였지요.
그 때에는 멤버 하나하나가 도를 지나칠 정도로 이상하게 자기 고집들을 부리고 있어서요...
하지만 그 변화가 "이런 새로운 방법도 있구나!"라는 걸 깨닫게 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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田村明浩 |
笹路正徳 | 스핏츠는 이 앨범 직전까지는 소속사의 사장인 타카하시 노부히코(高橋信彦)가 프로듀스했지만
이 앨범부터는 사사지 마사노리(笹路正徳)가 프로듀서로 영입되어 레코딩을 합니다.
이에 따라 스핏츠는 그동안의 것과는 자못 다른 스타일의 사운드를 들려주는데요.
사사지 마사노리는 관악기의 혼(horn) 섹션과 현악기의 스트링(string) 섹션을 적절히 구사하여
스핏츠의 사운드가 좀더 풍부한 느낌이 나게 만든 사람으로 스스로 레코딩 세션으로 참여도 합니다.
사사지 시절의 스핏츠 음악을, 사사지 이전이나 이후의 그것보다 낮게 평가하는 시각도 있지만
그의 그러한 어레인지먼트 특징은 스핏츠를 좀더 많은 대중들에게 다가가게 만든 효과가 큽니다.
베이시스트 타무라도 혼(horn) 섹션이 들어가는 사사지 방식의 어레인지먼트에 불안감을 가졌지만
그 불안감은 변화에의 인식에서 기인하는 것이며 결국 수용 가능한 여러 방법 중의 하나로 깨닫게 됩니다. |
며칠 전 가끔 들리는 커피숍 노천 테이블에서 '절친'인 그와 생과일쥬스와 커피를 마셨습니다.
입 밖으로 꺼내서 한 얘기도 있었지만, 마음 속으로 저는 그에게 더 많은 얘기를 건네고 있었습니다.
곧 다가올 가까운 미래에 대해서. 어떻게든 중간 마침표를 찍고 건너가야 하는 삶의 다음 단계를.
모든 것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그래서 무섭기도 한 '어른의 시간'을. 아마 외로울지도 모를.
人は誰もが寂しがりやのサルだって 今わかったよ
사람은 누구나가 외로워하는 원숭이란 걸 지금 알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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喫茶店「クーバック」 |
그는 삶의 다음 단계를 맞닥뜨리는 것에 불안감을 안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 단계를 슬쩍 비껴서서 피해갈 수는 없습니다.
그 불안감은 사실 막연한 것에 불과하고 자신에게 충실하면 그것이 사라질 것이라고 그도 믿고있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요?
하지만 저는 '절친'한 그를 믿고 있습니다.
비록 덤벙대기도 하고 주춤거릴 때도 있는 친구이지만, 그런 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
꾸준하게 스스로에게 충실하기는 분명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그렇게 노력해나가다 보면
그도 타무라처럼, 불안감이란 것을 새롭게 받아들이는 무엇인가로 치환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やがて光は 妖しく照らしだす
이윽고 빛은 믿을 수 없게 비추기 시작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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シロツメクサと僕の仲良し |
스핏츠는 裸のままで의 후렴에서 이렇게 노래하는데, 저는 가까운 미래에 그의 주변 모습이 이 후렴부와 같기를 바랍니다.
꾸준히 스스로에게 최선을 다하면서 그렇게 중간 마침표를 찍고 건너간다면, 빛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그를 비추기 시작할테지요.
√ 裸のままで 노랫말(우리말 번역)의 출처는 (c) spitzHAUS 입니다.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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