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死身のビーナス Fujimi no Venus 불사신의 비너스 |
ⅰ : 떠난 여자 (또는 남자일 수도)
좀더 나아질 미래가 예정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지금이 별다르게 힘든 나날도 아니고
그저 비슷한 일상을 하루하루 이어갈 뿐인 청춘들, 어쩌다 함께 살게 된 다섯 명의 청춘들.
그들의 의사 소통 부재, 적정 거리 이상의 관계 맺기에 대한 두려움 등을 감각적으로 묘사하는 소설.
얼핏 가벼워 보이는 일상의 에피소드가 경쾌한 필치로 이어지다가 충격적인 결말로 마감하는,
요시다 슈이치(吉田修一)의 첫 장편 소설 『퍼레이드(パレード)』.
그 소설에 등장하는 다섯 남녀 캐릭터 중 한 인물인 코토미(琴美)의 장(章)에서 읽었던 대목.
흔히 볼 수 있음직 한 헤어짐의 어떤 모습. 떠나버린 여자가 조금은 미안한 마음으로 하는 혼잣말.
결국 나는 그에게서 도망친 거였다. '그'라는 말에 어폐가 있다면 그를 둘러싼 환경을 버리고 달아난 거라고 해도 관계없다.
···
다음날 아침 일찍 전화가 왔다. "어제는 미안했어"라고 사과하는 마루야마(丸山)에게 나는 "괜찮아,사과할 것 없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밀리언셀러가 될 것 같던 드라마 주제가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
헤어지자는 말을 먼저 꺼낸 건 그였지만, 그 말을 하게 만든 사람은 나였다. 그 무렵 나는 갓 스물이 된 여대생으로 사람들을 만나 웃고 싶었고, 삶을 최대한 즐기고 싶었다. 그때는 천사의 분신, 악마의 분신 구분 없이 내 주위를 떠돌며 "다음엔 뭐하고 놀 거야? 다음에는? 그 다음에는?"이라며 부추겼고, 나 역시 그저 들뜬 기분으로 멋대로 살고 싶었을 뿐이다.
∼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 『퍼레이드』 중에서. | 
吉田修一
パレード |
ⅱ : 남겨진 남자 (또는 여자일 수도)
다 지난 이야기는 꺼내봤자(物語を取り出そう) 스스로에게 부끄러울(恥ずかしい) 따름이다.
떠나고 있는 너를 붙잡고 둘이서(二人で) 그러든 너의 뒷모습을 망연히 바라보며 혼자서 그러든.
등 두들겨(背中たたかれて) 맞듯이 뒷통수를 맞은 셈인데도
아무 것도 모른 채 행복(幸せ)하다고 느꼈으니, 그런 멍청이(バカ)가 세상에 나말고 또 어디 있을까.
그러니까 갈테면 가라구, 잘 가라구(さよなら).
그런데 말이지, 그런데도 나는 왜
저질인 너(最低の君)에 대해서 사람들이 수군대는 온갖 말(うわさ)들을 아직도 믿지 않고(信じない)
게다가, 한때 커플로 꼈던 반지(指輪)를 빼버리지도 못하고 있으니, 나라는 녀석은 도대체 뭔지.
너는 떠나버렸으면 그만이지, 왜 내 마음 속에서 죽지 않고 여전히 살아 있는(不死身) 거냐구, 응?
어느새 아침이고 비는 오는데 캔맥주(缶ビール)는 미지근하고(生ぬるい)···, 울컥해지잖아.
스핏츠(スピッツ)의 노래 不死身のビーナス(Fujimi no Venus, 불사신의 비너스)에서 들을 수 있는,
흔히 볼 수 있음직 한 헤어짐의 어떤 모습. 남겨진 남자가 여전히 미련을 가진 채 투덜대는 혼잣말.
不死身のビーナス
雨降り朝まで もう絶対泣かないで
知らないどこかへ 行っちゃうその前に
二人で取り出そう 恥ずかしい物語を
ひたすら 背中たたかれて バカな幸せ
最低の君を忘れない おもちゃの指輪もはずさない
不死身のビーナス いつでも傷だらけ
疲れた目と目で いっぱい混ぜ合って
矢印通りに 本気で抱き合って
さよなら
飲みほそう 生ぬるい缶ビールを
あくびが終わる勢いでドアを蹴飛ばす
最低の君を忘れない 悲しいうわさは信じない
不死身のビーナス 明日も風まかせ
二人で取り出そう 恥ずかしい物語を
ひたすら 背中たたかれて バカな幸せ
最低の君を忘れない おもちゃの指輪もはずさない
不死身のビーナス いつでも傷だらけ
最低の君を忘れない 悲しいうわさは信じない
不死身のビーナス ネズミの街
さびしい目で 遠くを見てた
不死身のビーナス 明日も風まかせ | 불사신의 비너스
비 내리는 아침까지 더 이상 절대 울지마
모르는 어딘가로 가버리기 그 전에
둘이서 꺼내 보자 부끄러운 이야기를
단지 등 두들겨 맞고 어리석은 행복
저질인 너를 잊지 않아 장난감 반지도 빼지 않아
불사신의 비너스 항상 상처투성이
피로한 눈과 눈으로 가득 서로 뒤섞고
화살표대로 진심으로 서로 안으며
안녕
다 마시자 미지근한 캔맥주를
하품이 끝나는 기세로 문을 걷어찬다
저질인 너를 잊지 않아 슬픈 소문은 믿지 않아
불사신의 비너스 내일도 바람 부는 대로
둘이서 꺼내 보자 부끄러운 이야기를
단지 등 두들겨 맞고 어리석은 행복
저질인 너를 잊지 않아 장난감 반지도 빼지 않아
불사신의 비너스 항상 상처투성이
저질인 너를 잊지 않아 슬픈 소문은 믿지 않아
불사신의 비너스 쥐의 거리
쓸쓸한 눈으로 먼 곳을 보고 있었다
불사신의 비너스 내일도 바람 부는 대로
● 不死身のビーナス 노랫말 (후리가나 표기) 살펴보기 | 
1994-09-21
スピッツ
空の飛び方 |
ⅲ : 떠나거나 혹은 남겨지거나
한때는 죽고 못 살 만큼 서로 좋아했어도 더 이상 그 사람을 좋아할 수 없게 되면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 사람 자체는 괜찮지만 '그를 둘러싼 환경'을 감당하기 너무 힘들어서 헤어지는 경우도 제법 될 거다.
그 사람에 대한 애정이 식어버린 경우도 냉정히 따져보면 그 까닭이 '그를 둘러싼 환경'에서 비롯된 경우도 많을테고.
사랑 하나만 있으면 나머지는 어떻게든 다 이겨낸다는 순애(殉愛)의 장면은 영화나 노래에서만 보고 들을 수 있을 뿐,
그러한 감정의 과잉 상태에서 벗어나면 결국 그를 둘러싼 환경이 자신에게 알맞는지를 헤아리게 되는 것이 현실이지 않을까.
끝나버린 사랑을 들추어봤자 씁쓸한 기분만 들 뿐이니 굳이 떠올리고 싶진 않겠지만··· 그래도 한 번 돌이켜 본다면.
사랑의 전개 과정이라는 것 그 전부가 '마땅히 그래야 한다/된다'는 당위(當爲)의 틀 안에만 있으면 좋을텐데,
깨져버린 사랑이라는 것은 어느 때부터인가 불타오르던 시절의 처음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던가.
그 '어느 때'는 내가 '그를 둘러싼 환경'을 의식하고 그것이 나에게 알맞는지 앞뒤를 재어보기 시작하던 때는 아니었는지.
또는 그 '어느 때'는 그가 '나를 둘러싼 환경'을 살펴보고 그것이 그에게 걸맞는지 나 몰래 견주어 보던 때는 혹시 아니었는지.
내가 그를 둘러싼 환경을 또는 그가 나를 둘러싼 환경을, 결국 그렇게 버리고 달아난 것은 아니었는지···, 돌이켜 보면 말이다.
그 '어느 때'가 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그 자체다' 등의 '구구절절 옳은 말씀'은
'충분히 힘들었어 어떡하라구 이제는 어쩔 도리 없어'라는 '처세'라든지
'중요한 게 뭔지 모르지 않지만 사랑이 밥 먹여주는 건 아니잖아'라는 '상식'에게
맥없이 지고 말기도 한다.
좀 서글픈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게 자주, 그렇다.
잘잘못을 따져봤자 그 즈음에는 부질없는 짓이 되기 일쑤다.
떠나버리는 쪽엔 미안한 마음이 있긴 해도 그게 상황을 되돌려 놓을 만큼은 아니고
남겨지는 쪽은 애써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바꾸려 해본들 그게 더딜 수 밖에 없어서
떠나는 쪽의 미안함은 짜증으로, 남겨지는 쪽의 노력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변하기 쉽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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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것, 옳다 그르다는 식으로는 결코 해답을 낼 수 없다는 것,
그제서야 뒤늦게나마 깨닫는다.
(안타깝게도 남겨지는 쪽의 누군가는 여전히 깨닫지 못하기도 한다)
 | 이렇게 말할 때가 또는 이런 말을 들을 때가 있(었)을 지도 모른다.
이제서야 눈에서 콩깍지가 벗겨졌다고.
앞서 얘기한 그 '어느 때'라는 것도 눈에서 콩깍지가 벗겨지는 여러 경우 중의 하나일텐데,
그렇다면 눈에서 콩깍지가 먼저 벗겨자는 사람은 언제나 떠나는 쪽일 것이다.
그런데 만약, 내가 남겨지는 쪽이라면··· 어떡하란 말인가.
스핏츠는 노래한다.
「문을 걷어차고(ドアを蹴飛ばす)」 나가라고.
흐음. 쉽지는 않겠지만··· 그게 최선일 것 같다. |
ⅳ : 스핏츠 팬들을 위한 덧붙임
● 무적의 비너스, 열기
잡지 아레나써티세븐(ARENA37°C) 1996년 4월호의 권두대특집 기사에 의하면,
스핏츠의 베이시스트 타무라 아키히로(田村明浩)는 이 노래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처음에는 無敵のビーナス(Muteki no Venus, 무적의 비너스)라는 제목이었으나
고-뱅스(ゴーバンズ, GO-BANG'S)에게 제목이 같은 곡이 있어서 '불사신(不死身)'으로 바꾼 거죠.
이 곡은 막힘이 없었어요.
'스핏츠답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곡이라 생각해요.
꼭 '답다'라는 부분이 다양한 관점에서 숨바꼭질을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의식하지 않아도 그 '다움'이라는 게 완성되어 버렸던 곡이라고나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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田村明浩 |

グレイテスト・ビーナス | 타무라 때문에, 고-뱅스는 뭔지 '불사신'이 아닌 '무적'의 비너스는 또 뭔지, 싶어 잠깐 뒤져보니
고-뱅스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활동했던 일본의 록 밴드인데
메이저 데뷰 시 세 명으로 활동했던 밴드 멤버 전원이 홋카이도(北海道) 출신의 여성들이었다고 한다.
타무라가 언급한 노래 無敵のビーナス(Muteki no Venus, 무적의 비너스)는
오리콘(オリコン) 차트 1위에 올랐던 앨범 グレイテスト・ビーナス(Greatest Venus)에 수록된 노래인데
영화 홍콩 파라다이스(香港パラダイス)의 주제가로 1990년 4월에 싱글 커트되어서는 차트 8위까지 올랐다. |
이 노래에 영향을 받아서 나오게 되었다는 같은 제목의 만화들이 여럿 있다는데
그런 제목으로 국내 간행된 적이 있는 것으로는 시이나 아유미(椎名あゆみ)라는 만화가의 작품이 있고
또 사립여자고등학교 야구부를 소재로 한 이케다 케이(池田恵)라는 만화가의 작품도 있다.
그렇잖아도 만화에는 문외한인데다가 둘 다 읽어본 적이 없는 만화라서
이 만화들이 고-뱅스의 노래에 영향을 받은 그 만화들인지는 모르겠는데··· 아마 맞을 듯 싶다.
아무튼 다시 스핏츠로 돌아와서 '무적의 비너스'가 아닌,
不死身のビーナス(Fujimi no Venus, 불사신의 비너스) 이야기를 하자면,
빠른 템포의 이 노래는 라이브로 연주하면 공연장의 분위기를 업(up)시키는데 적절한 노래이기도 한데
보컬리스트 쿠사노 마사무네(草野マサムネ)는 맨 마지막 후렴부의 노랫말 중
「쥐의 거리(ネズミの街)」에서 「쥐(ネズミ)」 부분을 공연 개최 장소 이름으로 바꾸어 부른다고 한다.
이를테면 「서울의 거리(ソウルの街)」와 같은 식으로. | 
池田恵
無敵のビーナス |
最低の君を忘れない 悲しいうわさは信じない
不死身のビーナス ソウルの街
さびしい目で 遠くを見てた
不死身のビーナス 明日も風まかせ |
저질인 너를 잊지 않아 슬픈 소문은 믿지 않아
불사신의 비너스 서울의 거리
쓸쓸한 눈으로 먼 곳을 보고 있었다
불사신의 비너스 내일도 바람 부는 대로 |
이렇게 말하고 나니, 서울에서의 공연에서 이 노래를 들어보고 싶은데··· 스핏츠, 언제 또 오려는지.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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