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선우.
1970년생 강릉 출신으로 1996년 등단 이후 2000년 첫 시집을 펴냈고
에세이, 소설 등 여러 장르에 걸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시는 첫 시집인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에 수록되어 있다.
인용한 시에는 국어사전에서 찾기 힘든 '솟증'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한겨레말모이』라는 책에 의하면 '울화통이 터지는 마음새'라는 말이란다.
아마도 시인은 '울화통'과 같은 부정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긍정적인 느낌으로 '터져 나와 솟아오르는 마음새'를 표현하는데 이 단어를 쓴 것 같다.
시인 덕분에 '솟증' 말고도 우리말 단어 하나 더 알게 된 것이 있다.
'시시로'라는 단어인데, 사전을 찾아보기 전에 혹시 하며 짐작했던대로 '때때로'라는 뜻이다. | 
김선우 |
스핏츠의 사랑 노래,
優しくなりたいな(Yasashiku Naritaina, 다정해지고 싶어).
11번째 정규 앨범에 수록된, 마치 록 밴드의 곡이 아닌 듯한 발라드 곡이다.
연주의 대부분을 이루는 것은 사이토 유타(斉藤有太)의 어쿠스틱 피아노.
이 글에 앞서 포스팅했던 글에서도 언급했던 뮤지션이다.
그리고 스핏츠의 드러머 사키야마 타츠오(﨑山龍男)가 연주하는 퍼커션.
다른 소음이 없는 곳에서 귀를 기울여 이 노래를 듣는다면
매 소절마다 쿠사노 마사무네(草野マサムネ)가 들이쉬는 숨소리,
그 들숨에서 센슈얼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다. | 
2005-01-12
スーベニア |

1999
해피 엔드 | 글을 끝내려다가···
'너의 물소리'에 대하여 굳이 덧붙이는 말.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는,
내가 장르가 서로 다른 두 편의 사랑 노래를 인용만 해둔 채
연이어 김선우의 시어와 스핏츠의 노랫말 일부를 짜깁기해서는
내 마음대로 '너의 물소리'라고 제목을 붙인 아홉 줄의 코멘트를 읽고서
에두르는 듯하지만 사실은 섹스를 이야기하려는 것 아니냐고,
아홉 줄의 '너의 물소리'를 다소 거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겠다.
이 시를 읽고 이 노래를 들으면서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그거다. |
"내가 너에게 들어갈 때 너, 때때로/몸 밖으로 흘러나오려 할 만큼 물소리를 내며 사나워지고
그 물소리를 들을 때마다 해서는 안될 상상 속에서/나는 연분홍빛으로 물든다"는,
'몸으로 하는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변죽만 울려놓고 정작 할 이야기를 꺼내다 만 셈이 된 것 같다.

2007
색, 계 | 혹시 오해가 있을까봐 부연하자면
나도 김선우의 이 시를 그리고 스핏츠의 이 노래를 두고
성적(性的) 코드를 담고 있는 관능적인 은유로만 해석하지는 않는다.
둘다 그런 좁은 해석을 넘어서는 시, 노래인 것을 나 또한 알고 있다.
하지만 마침 공통적으로 나오는 '물소리(水の音)'라는 표현을 단초로 하여
이 시를, 이 노래를 성애(性愛)의 한 장면으로 느낄 수도 있다는 거다.
사랑 노래가 꼭 '마음으로 하는 사랑'으로만 감상되어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쓰고 보니 정말 사족이다.
처음엔 아홉 줄만 썼으면서 그보다 훨씬 길고 장황한 말을 하는 걸 보면
아무래도 섹스는 드러내놓고 얘기하기 쉽지 않은 주제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