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終わるまで終わらない |
エンドロールには早すぎる Endroll niwa Hayasugiru 엔드 크레딧으로는 너무 일러 |
ⅰ
1973년 미국의 프로야구 시즌 중반.
부진에 빠져 있던 뉴욕 메츠의 감독 요기 베라(Lawrence Peter "Yogi" Berra)에게
어느 기자가 시즌이 끝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보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최근 시청률이 상당한 어느 TV드라마에 인용되어 화제가 된 말이니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도 이 경구가 익숙한 사람들이 꽤 있을 듯 싶다.
'아무리 형편없는 경기일지라도 마지막 반전의 기회는 있다'는 의미가 될텐데
삶의 어떤 고비에서 곱씹어 볼 만한 경구 중 하나로 삼을 만한 말이기도 하다. |  |
그런데 말이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고 배트를 움켜 쥔 9회말의 타자가
투 아웃 투 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만루 홈런이라는 마지막 반전을 만들어내는 경우는
만화에서라면 몰라도 현실에서는 그리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그런 마지막 반전을 기대할 만한 실력을 갖춘 타자라 할지라도 말이다.
현실의 일상다반사는 말그대로 일상적으로 짐작 가능한 결과가 도출되기 일쑤이고
막판 뒤집기란 흔치 않은 것이기에 우리는 그걸 두고 '반전'이라며 놀라는 것이다.
또한 끝난 게 아니라는 그 '끝'은 과연 어디를 말하는 것인지도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인생에 대해 가타부타 말할 수 있는 시기는 관 짤 때가 되어서부터라고 할 수도 있지만
사람마다 각자의 삶에는 꽤나 여러 차례의 '체크 포인트'가 있는 법이고
그러한 지점들이 몇몇 '작은 끝'을 확정 짓는 단락이 되는 것이다.
그 단락마다 해내야 할 것은 해내지 않았으면서 그렇다고 '작은 끝'이 없는 걸로 될까.
내키지 않더라도 번트가 필요할 때는 번트를 쳐야하는 법이고
도루가 필요할 때는 슬라이딩을 무서워 하지말고 달리고 몸을 던져야 한다.
그런 '작은 끝'에는 최선을 다하지 않은 채 나중 한방 홈런으로 끝내겠다고 말한다면···.
그럴 때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는 일종의 '정신승리'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만만하게 봐서는 안될 것이 우리네 삶이다.
'작은 끝'은 무시한 채 '큰 끝'만 기대하고 있다가 예상치 않은 경우와 마주하기도 한다.
이미 점수차가 크게 나서 또는 악천후로 인해 심판이 콜드 게임을 선언하는 경우가 그런 거다.
9회말의 한방을 기대하는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5회 또는 7회 쯤에 말이다.
그 순간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고 했던 앞서의 각오는
시효가 지나도 한참 지난 것이 되어버린 후일테고 더 이상 자위조차도 되지 못한다.
물론 이런 최악의 경우는 역전 만루 홈런만큼 아니 그보다 더 드물 것 같긴 하지만. |  |
그래서 말이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이거 틀린 말은 아니지만 자칫 최선을 다하지 않는 자신을 감추는 핑곗거리일 수도 있다.
딴 사람도 아닌 스스로에게 말이다.
그런 핑계를 대고는 도망치는 거다.
그것도 무서워서가 아니라 비겁하게 도망치는 거다. |  |
ⅱ
이번 글은 내용도 그렇거니와 이런 내용을 쓰고 있는 나 자신의 심정도 편치 않다.
같은 이야기라도 긍정적이거나 희망적인 방향으로 짚어보고 또 전망할 수 있을텐데
요즘 내가 겪은 몇몇 삶의 모습에서 긍정과 희망의 단서가 쉽사리 보이지 않아서다.
하지만 어찌할거나.
청춘이 아픈 것은 당연한 거고 애당초 인생은 생각대로 되질 않아 고단한 것이거늘.
이럴 때는 리듬도 멜로디도 다 흥겨운 노래나 하나 듣자.
스핏츠(スピッツ)의 새 앨범에 수록된 노래다.
エンドロールには早すぎる(Endroll niwa Hayasugiru, 엔드 크레딧으로는 너무 일러).
마침 '끝'를 노래하는 내용이라 그런지 이번 글과 관련해서 유의미해지는 느낌이다.
게다가 노랫말의 마지막 행은 더욱 그렇다.
意外なオチに賭けている 의외의 끝맺음에 내기를 걸고 있어 |
| 
2013-09-11
小さな生き物 |
긍정과 희망의 단서를 쉽게 찾지 못해서 마음이 편치 않은 나와는 달리
스핏츠는 '너의 재채기가 듣고 싶다(君のくしゃみが聞きたい)'면서 긍정과 희망 쪽에 베팅을 하고 있다.
어쭙잖은 내가 그늘진 시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에 반하여
'의외의 끝맺음에 내기를 걸고 있는(意外なオチに賭けている)' 스핏츠는 밝은 시각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요즘 내가 겪은 몇몇 삶의 모습들.
만약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고 하는 각오의 시효가 남아 있다면
다음 번 체크 포인트에서는 긍정과 희망의 실마리가 보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스핏츠의 노래처럼 말이다.
ⅲ
아, 혹시 그 야구 감독의 '끝날 때까지는···' 이후가 궁금할 수 있겠다.
그 말이 나왔던 그해 뉴욕 메츠는 월드 시리즈까지는 진출했으나 결국 우승은 놓치고 말았다.
요기 베라의 명언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의 후일담은 그렇게 '끝'난다.
● 노랫말 그리고 스핏츠 팬을 위한 덧붙임, 열기
エンドロールには早すぎる ∼ スピッツ
映画でいうなら 最後の場面
終わりたくないよ スローにして
こんな当たり前が大事だってことに
なんで今気づいてんの?
二人浜辺を 歩いてく
夕陽の赤さに 溶けながら
エンドロールには早すぎる 潮の匂いがこんなにも
寒く切ないものだったなんて
気になるけれど 君の過去には
触れないことで 保たれてた
そんで抱き合って追いかけっこしてさ
失くしそうで怖くなって
着飾った街 さまよってる
まつ毛に風を 受けながら
エンドロールには早すぎる イルミネーションがにじんでく
世界の果てはここにある
あんな当たり前が大事だってことに
なんで今気づいてんの?
おかまいなしに めぐりくる
季節が僕を 追い越しても
エンドロールには早すぎる 君のくしゃみが聞きたいよ
意外なオチに賭けている
作詞・作曲 ∶ 草野正宗 | 엔드 크레딧으로는 너무 일러 ∼ 스핏츠
영화로 말하자면 마지막 장면
끝내고 싶지 않아 슬로우로 해줘
이런 당연한 일이 소중하다는 걸
어째서 지금 깨달은 거지?
두사람 바닷가를 걸어간다
지는 해의 붉은 빛에 녹으면서
엔드 크레딧으로는 너무 일러 바다내음이 이렇게도
차갑고 견딜 수 없는 것이었다니
마음에 걸리지만 너의 과거는
건드리지 않는 것으로 견뎌왔어
그래서 부둥켜 안고 술래잡기 해도
잃어버릴 것 같아서 무서웠어
화려하게 장식된 거리 떠돌고 있어
속눈썹에 바람을 맞으면서
엔드 크레딧으로는 너무 일러 일루미네이션이 번져가고
세계의 끝은 여기에 있어
그런 당연한 일이 소중하다는 걸
어째서 지금 깨달은 거지?
어찌 됐건 돌아오는
계절이 나를 앞질러도
엔드 크레딧으로는 너무 일러 너의 재채기가 듣고 싶다구
의외의 끝맺음에 내기를 걸고 있어
작사·작곡 ∶ 쿠사노 마사무네 |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약간 놀랐다.
스핏츠가 디스코 리듬이라니, 싶어서다.
그래서 싫었다는 이야기가 아니고 도리어 곧바로 되풀이해서 들었고 좋았다.
흥미로운 것은 이 곡의 레코딩에 스핏츠 멤버 모두가 참여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부클릿을 보면 이렇게 나와 있다.
쿠사노 마사무네(草野マサムネ)
미와 테츠야(三輪テツヤ)
토요타 야스타카(豊田泰孝) | vocals, guitars
guitars
manipulation |
베이시스트 타무라 아키히로(田村明浩)와 드러머 사키야마 타츠오(﨑山龍男),
즉 리듬 파트를 담당하는 두 멤버는 레코딩에 참여하지 않았고
사운드 크리에이터 토요타 야스타카가 프로그래밍을 서포트했다.
어깨춤이 절로 나오는 '디스코' 느낌은 토요타 야스타카가 만들어낸 것이다.
그에 대해서는 앞서의 포스트에서 언급했기에 여기에서는 생략한다.
● 토요타 야스나카에 대한 언급이 있는, 또다른 myspitz story ··· 바로가기 |  |
그리고 노래 제목과 노랫말 안에 나오는 '엔드 롤(エンドロール, end roll)'은
영상 작품의 마지막에 배우·스태프 등의 명단을 롤업 방식 등으로 소개하는 자막을 말한다.
아마 '엔드 롤'은 이미 일본어로 굳어진 일본식 영어로 생각되는데
정확한 영어 표현은 'closing credits' 또는 'end credits'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엔딩 크레딧'이라고 하는데 여기서는 '엔드 크레딧'으로 번역했다. |  |
√ 스트리밍되고 있는 음악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
| 2013/12/17 16:22 | 스핏츠/ALBUM | trackback (0) | reply (6) |
Tags : Lawrence Peter "Yogi" Berra,
Spitz,
スピッツ,
豊田泰孝,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스핏츠,
요기 베라,
응답하라 1994,
토요타 야스타카 |
Trackback :: http://www.myspitz.com/tt/trackback/263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