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그머니 연락이 뜸해지더니 결국 서로 소식을 모른 채 몇년의 세월을 보내버렸고 그러는 동안 가끔 그를 잊고 지내기도 했습니다.
오래 전 그 무렵의 그는, 그로서는 원치않는 방향으로 급물살을 타는 현실 앞에서 자신감을 잃고 방향타를 놓친 듯 싶었고,
자신감 넘쳤던 그의 예전 모습을 찾아볼 수 없어 안타까우면서도 한편 그 당시의 제 눈에 그렇게 비친 그가 답답해 보이기도 했고
그동안 자신이 속해있던 세상으로부터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면서 숨어드는 듯한 그의 태도에 은근히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몇 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그 당시 그의 사정과는 다르지만) 저 역시 무력해져버린 저 자신을 돌아보고 있었고
그런 나날을 여러 차례 겪으면서 그 당시의 그처럼 저도 숨어들기 시작했더랬습니다. 한 발짝 두 발짝, 조금 더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저도 그렇게 어느 구석으로 숨어들게 되자‥, 그를 떠올리는 시간이 잦아졌습니다. 그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그는 지금 어떨까?
 | 얼마 전, 수화기 저 너머로 그 친구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여보세요?」,「‥여보세요?」,「저‥, ○○씨 폰, 아닌가요?」,「맞아. XXXX 이거, 니 전화번호잖아? 」
제 전화번호는 지워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나 그는 아직도 제 번호 뒤 네자리를 기억하고 있었고
참으로 오랜만에 나누게 되는 그와의 통화를 무슨 이야기로 시작해야할지, 저는 순간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마치 사전에 약속이나 한 듯 '공백 기간'에 있었던 자신의 이야기는 되도록 아끼면서
예전에 우리와 함께 했던 다른 친구들의 요즈음 모습에 대한 이야기만 주고 받았습니다. |
주위 친구들의 근황이야, 당장은 문안 편지의 계절 인사처럼 일단 간단히 언급만 하고, 뒤로 미루어도 되는데‥,
'공백 기간' .. 그 동안 그는 어떻게 지내고 살았는지 또 저는 어땠는지, 당장 듣고 싶고 건네고 싶은 이야기는 그런 것이었을텐데‥.
‥ 하지만 그는 물론 저 역시 쉽사리 그러지 못했고, 가까스로 서로 자신의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을 때에는,
그러니까「나, 요즘 서울에 살고 있어. 여기로 이사온 지 제법 되었어.」라든지,
「작년 초에 몇 달, 건강이 좋지 않았지. 하지만 지금은 괜찮아.」등의 제 얘기를 하나 둘 꺼낼 즈음,
하필이면 그 친구 쪽의 사정상 전화를 끊어야 했기에 나중에 다시 통화하기로 하고 전화를 그만 끊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 비록 수화기 너머였지만, 몇 년만의 듣게 된 그의 목소리는 그 덕분에 알게 된 친구들도 떠올리게 했습니다.
나가부치 츠요시(長渕剛)의 シェリー(Sherry, 쉐리)가 괜찮더라면서 그 곡을 어쿠스틱 기타로 퉁겨주던 DJ.
이태 전 겨울이던가, 기타숍 지캣에서 우연히 재회했던 CW,「아직도 기타를?」하며 멋적어 하던 그 날.
더불어 떠오르는 DY, 어눌하던 말투와는 달리 음악 얘기엔 눈을 빛내던 그도 이젠 음악을 잊고 살겠지만.
이제는 희미해진 더 오래 전의 그 날들, 음악 얘기를 나누며 죽치던 CW의 다락방, 그 시절의 그들과 나.
그리고 아직도 내 전화번호를 기억하는 그 친구‥. 오래 전 그 시절로 잠깐이나마 돌아갈 수 있다면‥.
이를테면 그 다락방에서 아무렇게나 기대 앉아 기타를 퉁기며 쑥덕거리고 키득거리던 그 시간으로. |
多摩川
青白き多摩川に 思い浮かべて
すべるように 穏やかに 今日が暮れてゆく
風の旅人に 憧れた心よ
水面の妖精は 遠い日々の幻
僕の中に 君の中に
風の旅人に 憧れた心よ
水面の妖精は 遠い日々の幻
僕の中に 君の中に
青白き多摩川に 思い浮かべて | 타마천
푸르스름한 타마천(多摩川)에 생각 떠올리고
미끄러지듯 평온하게 오늘이 저물어가네
바람의 나그네를 동경했던 마음이여
수면의 요정은 머언 날들의 환상
내 안에 네 안에
바람의 나그네를 동경했던 마음이여
수면의 요정은 머언 날들의 환상
내 안에 네 안에
푸르스름한 타마천(多摩川)에 생각 떠올리고 | 
Crispy!
● 多摩川 노랫말
(ふりがな 표기) 살펴보기 |
 多摩川 | 스핏츠(スピッツ)의 앨범 중에 요즘 제 차의 CDP에 자주 로딩되는 앨범은 Crispy!(크리스피!)인데요.
특히, 앨범 수록곡 중에서 CD 막바지에 이를 때면 흘러나오는 노래, 多摩川(Tamagawa, 타마천).
어쩌다 늦은 밤 강변북로나 올림대로 등 한강을 끼고 달릴 즈음에 이 노래가 하필 흘러나오게 되면,
정말 대책없이 마음이 처연해지면서‥, 떠나온 그 곳을, 그 곳의 사람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다들‥ 잘 지내고 있나요? 아니, 다들‥ 잘 지내고 있죠? |
+ 1
포스트 제목은 Do As Infinity의 Yesterday & Today의 노랫말에서 빌려왔습니다.
愛しい友よ 力無くしても 駆け抜けよう こんな時代を
愛する人よ やがて互いに この街に 永遠を咲かそう
そして私は いつの日か又 歌うだろう 旅立つのだろう |
+ 2
아, 몇 년 만에 목소리를 들었다가 제대로 얘기도 나누지 못하고 사정상 전화를 끊어야했던 그 날의 그 친구.
혹시 그것으로 또 연락이 끊겨버리는 것이 아닌지 은근히 걱정되기도 했었는데, 엊그제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그 동안의 '공백 기간'에 대하여, 앞으로 차근차근 얘기 나눌 듯 합니다.
음.. DJ, CW 그리고 DY의 소식도 물어봐야겠네요.
√ 多摩川 노랫말(우리말 번역)의 출처는 (c) spitzHAUS 입니다.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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