ネズミの進化 Nezumi no Shinka 쥐의 진화 |
ⅰ
머리도 식힐 겸 해서 펴보는 책들이 평소에는 소설책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얼마 전에는 자주 접하지 않는 분야인 '세계화' 관련 책을 펼쳐보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의 금융 위기가 순식간에 전지구적 위기 상황으로 커져서 매일 헤드라인 뉴스가 되더니
급기야 제 주위에서도 20% 감봉이니 한 달 무급휴가니 하는 말이 들리기 시작해서 울적한 요즈음.
시절이 이렇게 수상해지니, 나라 밖 사정이나 나라 안팎의 관계 등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저도
도대체 '세계화'라는 게 그동안 어떻게 진행되어 왔길래 세상 꼴이 이렇게 되었나 궁금하기도 해서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라는 제목의 책을 (뒤늦게) 읽어본 것입니다.
소설책들은 잠시 뒤로 물려두고 붙잡은 그 책은 2005년에 출간된 650쪽 정도의 두툼한 책인데,
저자가 뉴욕 타임즈의 칼럼니스트라 그런지 마치 심층 취재 기사를 읽을 때처럼 책장이 잘 넘어갑니다.
(언젯적 책인데 그걸 붙잡고 뒤늦게 가타부타 자불대는 거냐고 말을 듣는 것은 아닌지 약간 걱정되네요) | 
세계는 평평하다 |
「21세기 세계 흐름에 대한 통찰(A Brief History of the Twenty-first Century)」라는 부제가 붙여진 이 책에서
저자 토머스 프리드먼(Thomas L. Friedman)은 '평평화'란 이름의 세계화가 모든 사람에게 번영을 약속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제 세계화는 다국적 기업들에 의해서 만이 아니라 개인도 각자 자기 계발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세계화를 진행해야 하며
'평평화된 세계'에서의 낙오자도 아우르는 안전망이 갖추어진 '신자유주의' 세계를 지향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책 전반에 걸쳐 미국의 위상을 강조하고 결국 기득권자 중심의 세계화를 이야기하는 저자의 주장에는
치솟는 환율로 '일인당 국민소득 이만달러'라는 수치도 순식간에 의미를 상실하는 나라에 사는 저같은 사람이 동조하기가 쉽지 않아서,
책 맨 앞에 콜럼버스의 글을 인용한 저자가 수시로 말하는 '세계는 평평하다'는 표현에 '세계는 울퉁불퉁하다'고 대꾸해주고 싶고
인심 써서 한발 양보해서 얘기한다면 '세계가 평평하다고 해도 기울어져 있어서 강물이 한쪽으로만 흐른다'고 딴죽을 걸고 싶어집니다.
세계가 급변하다보니 '세계 흐름에 대한 통찰' 어쩌구 하는 이런 책들은 출간된 지 몇 년 지나면 자칫 시의성(時宜性)을 잃기 쉬운데
(그래서 그런지 이 책도 출간된 지 일 년 만에 개정 증보판이 나왔는데 830쪽 정도로 더 두꺼워졌다고 합니다)
이 책은 삼 년 전에 출간된 2005년의 초판본으로 읽어도 매우 흥미있게 읽히는 책이었습니다.
그런데 얼기설기 얽혀서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게 '평평화'된 금융 파생상품 등 '금융의 세계화'는 이 책에서 다루고 있지 않아서
금융 위기에서 시작되어 이젠 실물경제의 위기로까지 내몰려 가는 작금의 상황에 대한 진단을 내려주는 책은 될 수가 없지만
갑작스레 '한밤중에 노젓기'같은 상황에 빠진 우리들에게 이 책은 반성, 때늦은 깨달음 또는 전망의 단초를 제공해줄 수도 있겠더군요.
그 전망이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전망이든 반면교사(反面敎師)라는 의미에서 비롯되는 전망이든, 뭐든 말입니다.
 | 지난 5월 월 스트리트 저널에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 대가(guru) 20인'을 선정했는데,
빌 게이츠를 바로 한 칸 아래 3위로 누르고 2위로 선정된 사람이 바로 토머스 프리드먼이었다고 하는데요.
프리드먼이 말하는 '평평화'에 대해서 저로서는 심정적으로 고개를 외로 꼬게 되는 부분이 있다해도
그의 주장을 무작정 외면하고 세계가 '평평화'가 되었거나 어쨌거나 나몰라라 할 수 만은 없는 것이,
경제를 다룬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 영향력을 인정받는 사람이 강력하게 내세우는 의견이라면
그 의견에 우호적인 파워 엘리트들의 동력과 잇따르는 탄력으로 '그들 방식의 평평화' 쯤은 이루어질테고
'평평화'된 세계에서는 나라 밖의 사정까지도 일개인에 불과한 저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그의 이야기니
'대가(guru)'의 논리 하나 정도는 곁눈질로라도 알아둬야 밥줄이 끊기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
ⅱ
앞서 잠깐 얘기했듯이 프리드먼은 개인도 각자 적극적으로 세계화를 진행해야 한다고 하는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계발을 통하여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대체할 수 없는 사람 또는 그의 일을 아웃소싱할 수 없는 사람 즉,
한마디로 '언터처블(Untouchable)'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 언터처블.
'평평화'라는 표현을 내세우며 세계화와 지역적 분화를 설파하는 프리드먼의 '통찰'이 적절한 것인지는
정부 경제부처의 정책입안자, 기업체의 CEO, 경제연구소의 연구원, 경제학자, 경영학자,
또는 (요즘 장안에 화제가 되고있는) '미네르바'와 같은 인터넷 경제 논객들이 따져볼 일일테고
저는 오래 전에 봤던 영화 제목이 떠오르는, 이 '언터처블'에서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 
The Untouchables |
프리드먼은 '언터처블'을 다음 네 가지로 구분하는데요.
특별한(special) 노동자. 전문화된(specialized) 노동자. 자리잡은(anchored) 노동자. 적응을 잘하는(really adaptable) 노동자.
평평화된 21세기의 흐름을 잘 타려면 이 네 가지 중 하나에 자리매김이 되어야 한다고 프리드먼은 말하는데, 흐음‥. 어떤가요?
① 특별한(special) 노동자.
세계를 상대로 자신의 재능을 파는 사람 즉, 빌 게이츠와 같은 사람을 말하는 거라고 합니다.
구분을 하자니 그렇다는 것이고 이 분류에 해당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니 저같은 저잣거리의 필부에게는 의미가 없겠지요.
② 전문화된(specialized) 노동자.
수요가 크고 대체할 수 없는 기능을 가진 다양한 지식노동자를 말한다고 하는데
전문 변호사, 뇌수술 전문 의사, 최첨단 컴퓨터 설계자, 최신 로봇 기술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니, '언터처블'이 확실하군요.
③ 자리잡은(anchored) 노동자.
특정한 장소에서 고객, 환자, 관중과 얼굴을 맞대고 일을 하고 일 자체가 대개 디지털화, 대체, 아웃소싱 등이 어렵다고 하는데
요리사, 의사, 변호사, 청소부, 연예인, 전기 수리공, 간호사, 단골 식당의 웨이트리스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하네요.
하지만 위 ① '특별'과 ② '전문화'와는 달리 상황이 달라지면 아웃소싱의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하기야 흔치는 않지만 신용불량자가 된 의사도 있다고 하고 변호사인데도 은행대출 안되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도 들리는 걸 보면
누군가에게 대체되고 어딘가에 아웃소싱되어 즉, '자리잡은' 직종에서 '자리'를 빼앗기고 나면 더 이상 '언터처블'이 아니겠지요.
④ 적응을 잘하는(really adaptable) 노동자.
끊임없이 노력해서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능력을 갖춤으로써 아웃소싱할 수 없도록 하는 노동자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평범 이상의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익혀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을 뜻한다는 거죠.
이를테면 자신이 처해있는 환경이 이전과 달라져서 자신이 대체 또는 아웃소싱될 가능성이 보인다거나 할 때
최신 초컬릿 소스를 만들어내거나 새로운 아이스크림 제조법을 창안하는 등, 재빨리 적응력을 갖출 줄 아는 사람.
ⅲ
위 네 가지 '언터처블' 중에서 ①과 ②는 (지금까지든 앞으로든) 저와 무관한 게 틀림없고
이제와서 제가 어딘가 제대로 된 포지션에 '자리잡을' 것 같지는 않으니 ③ 역시 저와 상관없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④ '적응을 잘하는(really adaptable) 노동자' 이것 하나 뿐인데‥,
장바닥에서 눈 먼 돈 없나 두리번거리는 저같은 사람에게는 ④도 뭔가 역량이 엄청나게 필요할 듯 합니다.
직업 변동은 앞으로 점점 심해질테고 혁신 속도 역시 빨라질 것이 틀림없는 이 '평평한 세계'에서
적응력을 갖춘다는 것이, 다시 말해 '항상 새로운 언터처블'이 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일까 싶거든요. |  |
①과 ②의 수준은 언감생심 바라지도 않는 것이지만, 일단은 낮은 수준의 스페셜리스트라도 되어야 퇴출 대상에서 벗어나겠지요.
하지만 그런다 해도 안심의 나날은 잠깐, 그 분야도 경쟁이 치열해져서 레드 오션이 되어버리는 게 그리 멀지 않을테니
미리 그 분야에서 요구하는 심화 역량을 갖추든지 또는 (역시 낮은 수준이겠지만) 인접 타 분야의 업무도 배워둬야겠지요.
결국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세계에서 맞닥뜨린 환경에 항상 거기에 걸맞게 적응해나간다는 것은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제 딴에는 스페셜(special)한 역량을 두루두루 갖춘 제네럴리스트가 된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제네럴리스트(generalist)는 여러 분야에 능력은 있으나 각각의 분야에 깊이가 부족한 사람이니,
한동안은 잘 헤쳐나갈지 모르나 자칫하면 아웃소싱되거나 대체될 지도 모릅니다.
결국 아주 높은 수준의 - 그러니까 ①이나 ②와 같은 - 스페셜리스트가 못된다면
적정 수준의 스페셜한 역량들을 다양하게 갖춘 '다재다능한 인물(versatilist)'은 되어야 한다는 것 같습니다.
그게 프리드먼이 말하는 네번째 언터처블, 「적응을 잘하는(really adaptable) 노동자」인 듯 합니다.
아이고‥, 이렇게 길게 쓰려고 했던 것이 아닌데, 분명 가볍다고는 할 수 없는 이야기가 꼬물꼬물 길어지기까지 했습니다.
게다가 '언터처블' 어쩌구 하는 대목을 쓰기 시작할 즈음엔 '힘들수록 주먹 불끈!'이라는 느낌으로 써내려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언터처블'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가 긍정적인 느낌은 없고 도리어 무한경쟁으로 내몰리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글이 되고 말았네요.
그렇지 않아도 감원이다 감봉이다 뭐다 해서 흉흉하기 짝이 없는 시절에 말입니다.
'힘들수록 주먹 불끈!'이라는 느낌으로 쓸 거라 생각했던 것은 프리드먼의 어느 한 마디 때문이었는데요.
그 이야기만 덧붙이고, 평평화된 21세기의 흐름을 어떻게 타느냐든지 세계화가 어쨌다느니 하는 무거운 이야기는‥, 이제 그만 두죠.
저자는 '적응을 잘하는(really adaptable) 노동자'를 설명하면서 평평한 세계에서 적응력을 갖는 것을 두고 이렇게 기술하더군요.
「'어떻게 배워야 할지를 배우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라고.
제게는 울림이 컸던 이 말은, 낮잠 베개를 해도 될 만큼 두툼한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서도 한참 동안 가슴 속에 남았습니다.
ⅳ
지난 11월 16일, 일본에 있는 제 친구가 Zepp Tokyo에 가서 스핏츠(スピッツ) 공연을 보고 왔는데요.
(연주한 곡 모두가 다 좋았겠지만) ネズミの進化(Nezumi no Shinka, 쥐의 진화)가 특히 좋았답니다.
進化のための長い旅に出る 진화하기 위한 긴 여행을 나설 거네 |
친구가 이 노래를 마음에 들어한다니까 저도 요즘 이 노래를 자주 듣고는 했습니다.
컴퓨터로도 자주 듣게 되니 '윈앰프' 프로그램의 플레이리스트에도 기본으로 올라가게 되었구요.
그 바람에 이 글을 쓰는 동안 이 노래가 되풀이해서 듣고 있던 노래들 중 하나가 되기도 했는데
액션K의 엉뚱하면서도 지루한 이번 글을 읽으시는 동안 하품을 한 번이라도 적게 하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딱딱한 독후감에 슬그머니, 스핏츠의 이 노래를 덧붙여 봤습니다. | 
2007-10-10
スピッツ
さざなみCD |
그 친구 덕분에 요즘 여러 차례 듣게 된 노래이긴 하지만, 프리드먼의 '평평화'와 스핏츠의 '진화'와는 그 어떤 상관관계도 없는데
글을 끝내려고 노래를 백업시킨 다음 (c) spitzHAUS에 방문해서 ネズミの進化(Nezumi no Shinka, 쥐의 진화) 노랫말을 읽어보니
후렴 한 대목에서, 프리드먼을 읽고난 제 심정의 일단(一端)을 반어법의 레토릭(rhetoric)으로 들려주나 싶어, 실소하고 말았습니다.
君の言葉を信じたい ステキな嘘だから / いつか 目覚めたネズミになる
너의 말을 믿고 싶다 훌륭한 거짓말이기 때문에 / 언젠가 잠에서 깬 쥐가 될 거네 |
ⅴ
● 스핏츠 팬들을 위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덧붙임, 열기
이 노래, ネズミの進化(Nezumi no Shinka, 쥐의 진화) 도입부에서부터 들을 수 있는 퍼커션 사운드는
타악기 연주자 카와세 마사토(川瀬正人)가 들려주는 사운드입니다.
스핏츠의 1996년 앨범 インディゴ地平線(Indigo Chiheisen, 인디고 지평선) 레코딩에도 참여했으니
그는 스핏츠와의 인연을 어느덧 십 년도 넘게 맺어온 뮤지션입니다.
그리고 약간은 복고적인 분위기의 오르간을 연주해주는 뮤지션은 미나가와 마코토(皆川真人)라고 합니다.
그는 밴드 레미오 로멘(レミオロメン)의 공연에 키보드 써포터로 참여한 적도 있는 건반 연주자인데
검색을 해보니, 시이나 링고(椎名林檎)와 함께 스핏츠의 노래를 연주한 적도 있더군요. | 
川瀬正人 |
2000년 11월 25일 토쿄(東京) 하라주쿠(原宿)의 어느 연주회장에서 학대 글리코겐(虐待グリコゲン)이라는 묘한 이름의 밴드가
그 해 여름에 발매되었던 스핏츠의 9번째 정규 앨범에 수록된 곡인 8823(Hayabusa, 하야부사)를 연주했다고 하는데요.
그 학대 글리코겐이란 밴드는, 시이나 링고가 라이브 투어를 하던 중, 한정적으로(?) 결성한 밴드였던 것 같습니다.
시이나 링고의 전남편도 포함된 그 밴드에서 신디사이저 등 건반을 담당했던 멤버가 바로 미나가와 마코토라고 하네요.
참고로 학대 글리코겐이라는 이름 만큼에 걸맞는(?) 또는 엽기적인 멤버 이미지를 한번 보시겠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기 바랍니다.
● 시이나 링고 실연투어(実演ツアー) 「하극상 엑스터시(下剋上エクスタシー)」 출연자 학대 글리코겐 이미지 보기 CLICK
위 링크를 클릭하여 학대 글리코겐의 멤버들을 보신 분들 중에서
스핏츠 광팬이라면 '어라, 이 사람?' 하면서 살짝(!) 놀랐을 멤버가 있을 겁니다.
네, 토쿄지헨(東京事変)의 베이시스트 카메다 세이지(亀田誠治)입니다.
스핏츠의 10번째 앨범 三日月ロック(Mikazuki Rock, 초승달 록)부터
지금 백업되는 노래 ネズミの進化(Nezumi no Shinka, 쥐의 진화)가 수록된
12번째 앨범 さざなみCD(Sazanami CD, 잔물결 씨디)까지 3장의 정규 앨범,
25번째 싱글 さわって・変わって(Sawatte Kawatte, 만져줘 변할 거야)부터
지난 11월 5일 발매 34번째 싱글 若葉(Wakaba, 어린 잎)까지 10장의 싱글,
이 모든 음반을 프로듀싱한 프로듀서, 바로 그 카메다 세이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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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ネズミの進化 노랫말(우리말 번역)의 출처는 (c) spitzHAUS 입니다.
√ 음악 파일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첨부되었을 뿐이며 일체의 상업적 목적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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