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역시 그랬던 것 같다.
때로는 손주처럼 곁에서 함께 낮잠을 자기도 했던 그 특별한 인연에 대한 이야기는
그렇게 제한된 글자 수의 박스 안에서 한두 줄의 문장으로 처리될 수 밖에 없었던 모양이었다.
아니면 그 인연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자기소개서에 쓸 생각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드러내고 싶지 않은 그 자신만의 '개인적인 감정'이라서 일기장이나 가슴 속에만 간직하고 싶었는지도.
그날 나는 결국 제대로 된 조언을 해주지 못한 채, 자기소개서가 담긴 USB 메모리 스틱을 돌려주었던 같다.
이를테면 독거노인을 위한 목욕 봉사에 대해서 기술한 한두 줄의 문장에 대해서는
봉사활동을 통해 무엇을 얻었으며 그것은 본인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를 제대로 요약하고 분명히 강조했는가를,
그러자면 어떤 첨삭이 있어야 하는지 조언을 해주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말았던 것 같다.
지난 봄 어느 날, 그 친구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더니 한참 동안 멈추지 못한 채 계속 울었다.
표현이 좀 그렇지만 정말 얼굴이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되도록 울고 또 울었다.
평소처럼 주변 돌아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주고받던 수다도 대충 끝나던 참이었으니
그의 갑작스러운 울음은 나로서는 다소 맥락이 닿지 않기도 해서 상당히 당혹스러웠다.
더구나 그 친구는 눈물이 거의 없는 편이라서 심성이 강하다고 생각해온 친구라서 더욱 그랬다.
그가 잠깐씩 진정이 될 때 저간의 사정을 띄엄띄엄 들을 수 있었는데
그가 일 년 가까이 목욕봉사를 해드렸던 어르신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미 내가 알고 있었던 그의 사정에 그날 그의 눈물 사이사이로 들었던 이야기를 더하면 사정은 이랬다.
노랫말 번역은 j-pop 커뮤니티로 유명한 지음아이에서 가져왔는데
일본의 식문화와 대중문화에 세세하게 익숙치 않을 사람들을 고려했는지
오리고기를 고명으로 올린 면 음식인 '카모난바(鴨なんば)'는 '칼국수'로,
그리고 인기 TV 코미디 프로그램인 요시모토 신희극(よしもと新喜劇)을 뜻하는
'신희극(新喜劇)'는 '개그 프로그램'으로 번역되어 있다.
내가 '카모난바'를 먹어본 적 없고 '신희극'도 본 적 없어서 그런지, 적절한 의역으로 보인다. | |
요시모토 신희극은 무려 50년 가까이 방송되고 있는 장수 프로그램이라고 하는데
요시모토 크레이이티브 에이전시에 소속된 개그맨들이 출연하는 무대 코미디라고 한다.
우에무라 카나는 이 노래의 히트가 계기가 되어
2011년 1월 1일 방송된 요시모토 신희극 정월 스페셜(吉本新喜劇正月スペシャル)에 게스트로 출연했다고 한다.
トイレの神様(Toilet no Kamisama, 화장실의 신).
우에무라 카나가 부르는 이 노래가 수록된 음반은 위 노랫말에 병렬해둔 이미지의 음반 세 종류다.
지금 스트리밍 되고 있는 곡은 2010년 11월의 싱글에서 추출된 것이며
이것은 2010년 3월의 미니 앨범 수록곡과 같은 곡이다. (연주 시간 9분 52초)
2010년 9월 발매의 셀프 커버 앨범에 수록된 버전은
핑거링 스타일 주법의 기타리스트로 유명한 오시오 코타로(押尾コータロー)가 피처링한 곡인데
(오시오 코타로 팬들은 어떨지 몰라도)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오리지널보다 밋밋하고 그래서 감동이 덜하다.
● 우에무라 카나, トイレの神様 (feat. 오시오 코타로) 라이브 동영상
반주가 어쿠스틱 기타 한 대의 사운드로 시작하는 노래다 보니 오시오 코타로의 기타가 더해져도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이야기가 나오는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오리지널 버전이 주는 찡한 감동을 따라오지 못해서다.
(물론 나와는 달리 담백하고 절제된 느낌의 이 셀프 커버 버전을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쿠스틱 기타 하나로 반주가 시작되는 등 초반부는 오리지널 버전과 셀프 커버 버전이 그다지 다를 바 없지만
오리지널 버전은 (지금 들어서 알 수 있듯이)
할머니와 다투고 집을 나온다는 삼절 부분에서 첼로, 바이올린 등의 현악기가 추가 된다.
할머니가 병원에 입원하는 사절에서 피아노가 앞서면서 드럼, 베이스 등 리듬 악기가 들어오고
후반부에서는 모든 악기들이 도열해서 할머니가 떠나보내는 듯 연주되었다가 잦아든다.
그리고 마치 시가(詩歌)의 수미상관(首尾相關)처럼, 곡의 처음과 같이 어쿠스틱 기타 하나만의 반주로 끝나는 듯 한다.
즉 '고마워요(ありがとう)'라고 하면서 노래가 끝나는 듯 싶다가
오케스트레이션 수준의 현악 반주와 함께 기타, 베이스, 드럼, 피아노 등 모든 악기가
할머니를 잃은 상실감과 떠나신 분을 향한 고마움을 다시 한번 느끼게 만들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